부평 삼릉, 미쯔비시 사택지에 대한 학술조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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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삼릉, 미쯔비시 사택지에 대한 학술조사 필요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3.30 17: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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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취약 개조사업 앞서 부평 근대산업유산 조사해야

해방 직후의 부평 일대와 주요 시설물들 (김현석 시민과대안연구소 연구위원 제공)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위원장 이원종/이하 지역위)가 지난 24일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프로젝트」 사업대상지 85개소 중 인천의 세 곳을 포함해 오는 4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간다고 밝힌 가운데, 인천지역 대상사업지에 대한 사업을 추진할 경우, 해당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먼저 조사해 인천의 가치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역위가 인천지역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프로젝트」 대상지역으로 선정한 곳은 모두 세 곳으로, 동구 만석동 어촌마을 취약지역 주민 자생을 위한 맞춤형 도시재생 사업(만석동 2-102번지 일원) 부평구 부평1지구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선 프로젝트(부평동 760-270번지 일원) 등은 도시지역으로 선정된 곳이고, 강화군 강화산성 서문안 마을 농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강화읍 관청7리 일원)이 농촌형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 가운데 부평1지구는 지역위의 발표에 의하면, 일제시대에 지어진 노후불량주택들이 밀집된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760-270번지 일원(7,659㎡)으로, 최종 대상지로 선정될 경우 앞으로 약 40억원의 국비가 지원될 예정이다.

부평구의 발표에 따르면 부평1지구는 생활여건이 열악해 87호의 주택에 겨우 63명의 주민들만 거주하고 있다. 이들 모두 취약계층으로 65세 이상 노인 32명, 장애인 10명, 기초생활수급자 12명, 차상위계층 9명으로 나타났다.

지역위의 대상지 발표가 있자 부평구는 총사업비 50억원(국비 40억원, 지방비 10억원)을 확보해 향후 3년간 총 87호의 노후불량주택과 기반시설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주택개량사업으로 부평구는 허가건축물 개량 28호, 무허가 건축물 집수리 30호, 공·폐가 철거 20호, 양호건축물 존치 9호로 계획하고 있다. 부평구는 또 도시재생사업의 취지에 따라 부평1지구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주민재정착을 적극 유도해 주거환경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미쯔비시 신사택지의 현재 모습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부평1지구의 또다른 이름 '삼릉'
- 미쯔비시 신사택과 함께 구사택도 아직 존재 


최근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주거지재생사업의 우수사례라고 선전된 것과 달리 행정이 사업을 주도하면서 주민공동체가 파괴되고 마을이 가진 공간적 가치가 적지 않게 훼손된 점을 알렸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29일 부평1지구 현장을 방문했다. 

부평1지구는 아직도 부평 사람들에게 '삼릉'이라는 왜색지명의 기억이 유전하는 곳이다. 이를 그대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29일 방문한 부평동 760-270번지 일원 약 2,317평 부지 에는 주변의 빌라와 아파트, 상가 등으로 둘러싸인 채 미쯔비시사의 사택촌이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남아 있었다. 

삼릉이란 일본 3대 재벌 기업(스미토모, 미쯔이) 중 하나인 미쯔비시(三菱)의 한자음으로, 세 대기업 중에서도 대외 인지도가 가장 높은 기업이며 일본 중공업의 상징격인 기업이다. 그러나 군수공업에 뛰어들었던 미쯔비시는 제2차 세계대전의 대표적인 전범기업 중 하나다. 

부평1지구에는 바로 일제 폐망 직전인 1940년대 초에 군사무기를 제조하는 일본육군조병창의 부품하청업체인 미쯔비시사가 공장노동자 기숙사 단지를 조성한 곳이다. 현재 파악되는 기숙사 단지의 규모는 호당 33㎡ 내외로 총 87호가 확인가능하지만, 정확한 단지의 규모는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회원들이 현장을 방문하자 일주 주민들이 호기심에 찬 눈으로 일행을 바라보고 일부 주민들은 어떤 일로 왔는지 물어왔다. 

부평 토박이로 이 일대에서 대대로 살아왔다는 주민 A씨는 이곳이 예전 미쯔비시 사택지로 주변에 빌라 등이 건축돼 지금보다 훨씬 넓었다."면서 "이곳은 하사관들이 기거하는 곳이고, 저 언덕 위에 장교들이 근무하는 사택지가 별도로 있었고, 근로자들은 저 건너편 구사택지에 살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이곳에는 일본군 기마부대가 인근에 주둔했기 때문에 집집마다 말을 메어두는 마굿간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해줬다.

이어 그는 "국비 40억이 지원돼 주거지재생사업이 추진된다고 하는데, 큰 소용이 있을까 모르겠다. 일곱 채가 줄지어 있는 가옥 가운데 반 정도만 사람이 산다. 헛되게 돈이 낭비되는 것보다 싹 밀고 개발하는 것이 낫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현장 답사에 함께 참여한 지역사 연구자인 김현석 시민과대안연구소 연구위원은 "이곳은 신사택지라는 것이 맞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구사택지도 있는데, 아직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지역위 대상지역 선정에서는 구사택지는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쯔비시 구사택지의 현재 모습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부평미군기지의 반환 앞둔 인천
- 인천의 정체성과 가치 보전키 위해서도 근대유산 제대로 조사해야
 

일행들은 주민들에게 물어가면서 미쯔비시사의 구사택지를 찾아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동수북로 72번길' 옛 지번주소로는 부평동 760-870 일원에 옛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미쯔비시 구사택지를 찾을 수 있었다.

구사택지의 모습도 신사택지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면적은 신사택지보다 작고 실제로 살고 있는 주민들도 적어보였다.

과거 경인철도변에 위치했던 미쯔비시 공장 건물은 이미 아파트로 개발돼 현재는 두산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의 역사적 흔적을 말해주는 건 미쯔비시의 구사택지와 신사택지가 유일하게 남아 있다.

온갖 재개발의 여파 속에서도 이 두 사택지가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성진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공동대표(협동조합 인천골목문화지킴이 대표)는 "작은 주거공간에 많은 서민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에 재개발을 할 때면 보상의 어려움 때문에 남아 있는 것 같다."면서 "부평 미쯔비시 사택 이외에도 만석동에 인천기계제작소 근로자 사택 등이 그렇게 해서 남아 있게 된 것"이라로 해석했다.

김현석 연구위원은 "부평미군기지 반환을 앞두고 지역사회의 관심이 온통 미군기지에만 쏠려 있는데, 이 기회에 부평역 주변의 근대산업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한 후에 주거지재생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부평에서 아직 부평의 근대산업유산에 대해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진 바가 전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답사에 함께 한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는 "언론보도나 지역위의 발표 등을 보면, 이곳을 그저 쓰레기동네라고 폄하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 같다. 이곳이 가진 역사와 주거문화에 대한 세밀한 조사에 바탕해 최대한 살릴 것은 살리면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또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 사업이 주민정착 100%라고 선전됐지만, 정작 마을을 떠난 사람도 있고, 현재 일부만 임대주택에 들어가 주민들간 위화감만 조성됐는데, 부평1지구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고, 가난한 서민들이 안온하게 살 수 있는 마을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답사를 마친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에서는 조만간 부평구청에 이 지역에 대한 학술적 조사를 제안하고 아울러 공동체 복원을 위한 민관의 논의 테이블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쯔비시 신사택지에 남아있는 근대산업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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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2015-03-31 08:50:30
이 지역 답사할때 저도 데려 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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