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듣지 못해 미안해, 베트남 여성의 마지막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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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듣지 못해 미안해, 베트남 여성의 마지막 편지
  • 진달래 기자
  • 승인 2015.07.10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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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회 인천여성영화제 개막 - '핫'한 여성영화 라인업 선보여
제 11회 인천여성영화제 개막작 '편지'의 한 장면.

제 11회 인천여성영화제가 9일 오후 7시 영화공간 주안에서 개막됐다. 올해로 만 10년을 지나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이 영화제의 열 한 번째 개막식은 의외로 조촐했다. 영화제는 단 16분의 짧은 개막작 '편지'의 상영, 그리고 감독과의 대화로 시작되어 약 1시간 반 정도로 진행됐다. 

출품작 중에 단편이 많은 영화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16분의 영화 길이는 상당히 파격적인 선택이다. 신나래 기획팀장은 "길이에 대한 고려보다, 기획단 내부에서 평이 매우 좋아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정 감독과 마법사(본명 이영주) 여성영화제 조직위원장이 GV를 진행하고 있다.

개막작 '편지'는 한국에 결혼으로 이주해 온 19세의 베트남 여성이 2007년, 숨지기 하루 전에 베트남어로 쓴 편지를 7년 후에 베트남어로 읽고, 중간부터 한국어로 번역하여 읽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16분 동안 편지를 읽는 동안 이 영화는 베트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들이 편지의 내용을 뒤늦게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또 마지막에서 그를 구하기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된 슬픔까지 전달했다.

이현정 감독은 이어 진행된 GV에서, "당사자가 편지를 쓰고 다음날 죽었다는 사실을 몇 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 때 자신이 느꼈던 참담함을, 언어의 장벽으로 타국 언어의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는 마음을 담아 한국인들에게 죄책감을 상기시키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인천여성영화제는 9일 개막을 시작으로 앞으로 3일간 여성 감독들이 만든, 혹은 여성들의 관점이 깃든 다양한 장/단편 영화들을 상영한다. 특히 거의 모든 상영작이 감독과의 대화(GV)및 씨네토크 시간을 포함하고 있어 영화에 관심 있는 인천 시민들이 다양한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예정이다.

상영작에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잡식 가족의 딜레마', '내일을 위한 시간' 등 최근 이슈가 되었던 영화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일요일에 진행될 폐막작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에서는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 이외에도 모든 관객들이 분장을 하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12일까지 진행되는 인천여성영화제의 구체적인 상영 정보는 웹사이트(http://www.wffii.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천여성영화제는 매년 영화제를 개최하는 일 말고도, 인천의 미디어 제작과 교육 및 독립영화 상영을 담당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신나래 기획팀장은 특히 매월 1회 진행되는 찾아가는 여성영화 상영회 및 교육을 통해 계속해서 여성영화에 관심이 있는 인천 시민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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