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중심지'로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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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심지'로 떠오르다
  • 이혜정
  • 승인 2011.10.26 0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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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발 따라 … 인천新택리지] 남구 주안1동(31)

옛 시민회관 자리
취재 : 이혜정 기자

남구는 인천 역사의 발상지라고 불릴 만큼 '문화 중심지'이기도 하다. 옛 주요지가 몰려 있던 곳으로, 다양한 변천사를 간직한 곳이다. 문학산 주변을 중심으로 문학산성과 인천향교, 도호부청사(유형문화재)와 서해안풍어제, 은율탈춤(무형문화재) 등 옛 문화유산이 다양하게 보존돼 있다.
 
옛 '문화공간 보존'이라는 구색에 걸맞게 현대 '문화 인프라'가 밀집한 대표적인 곳이 주안1동이다.
 
1960년대 말 인천이 공업도시로 부상하면서 수출공업단지 조성으로 인천에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주안동에는 당시 인천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렸다고 한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구가 늘어나고 지역이 성장하면서 갖가지 문화공간도 있었다.
 
얼마 전부터는 주안동과 도화동 일대를 문화산업지구로 지정하면서 주안1동에 청소년미디어센터와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영화공간 주안, 정보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지원센터 등 인천의 '문화 인프라'가 들어섰다. 주안역을 중심으로 남구학산문화원, 인천음악문화원, 인천알리앙스문화원 프랑세즈, 옛 시민회관 등 이를 뒷받침해줄 문화공간도 많다.
 
요즘 지역 인사들은 인천이라는 특수성을 지닌 문화콘텐츠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한데 이미 주안지역은 영화·영상미디어 기반시설이 집적된 '문화산업진흥지구'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공간 주안

주안동의 대표적 문화공간은 옛 인천시민회관이다. 

구(舊) 인천시민회관은 지난 1974년 지하 1층, 지상 3층 2천여평 대지 위에 1,350개 객석을 갖추고 20여년간 인천시민들과 함께한 인천문화의 산실이다. 공공집회와 각종 문화 행사가 다채롭게 열리는 '문화전당'으로 이용됐다. 당시 지하에는 각종 문화예술작품이 상설 전시돼 인천에서 유일한 전시문화 공간이기도 했다.  

이곳은 인천시립교향악단, 인천시립합창단, 인천시립무용단 등 시 대표 예술문화단체의 주요 활동무대였다. 그러다가 1994년부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 옛 시민회관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옛 시민회관 자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민들의 쉼터 공간이다. 

2000년 9월 철거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천시민회관 앞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신한민주당이 1986년 2월 12일 대통령 직선제 개헌 쟁취를 위한 천만명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재야 세력 호응 속에 3월 11일 서울시지부를 결성한다. 이어 부산, 대구, 대전 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재야와 운동권 세력이 5월 3일 인천시민회관에 집결한다. 1만여명의 시위대가 시민회관 주변 도로를 장악하고,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한다. 최루탄이 난무했다. 구속자도 수백명에 달한 이 사건을 '5.3 인천사태'라고 부른다. 

이 사건을 정점으로 1985년 인천직할시 청사가 새롭게 완공돼 12월 개청하면서 1980년대 인천 문화의 중심공간은 남동구 일대로 바뀐다. 1987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건설이 본격화하면서 1994년 개관을 한다. 

이처럼 주안1동 중심에 위치한 옛 시민회관은 지역 문화예술공간 '시조' 격이다. 지역 곳곳에 문화공간이 있었지만, 현대에 들어와 문화의 장을 열어준 이곳이 '문화의 발상지'가 아닐까 싶다.

1905년 당시 '주안염전' 모습.
 
이렇듯 인천시민회관은 인천에서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떠올랐다. 특히 주안1동은 1960~70년대 근대화와 산업화로 인천지역 도시 확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안역을 포함한 주안 일대는 인천지역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끈 '주안염전'을 빼놓을 수 없다. 1960년대만 해도 주안  일대에는 바닷물이 들어왔다. 지금의 간석동과 십정동 일대까지 모두 바닷가와 갯벌로 이뤄졌다. 이곳이 우리나라 최초의 천일염전 지대인 '주안염전'이다.  

그러나 주안염전은 지금의 주안5동 일대를 일컫는다. 수차례에 걸친 행정구역 변경과 명칭 변화로 보면, 주안이라는 지명은 본디 이 지역을 부르는 '고유명사'가 아니다.

이훈익 선생의 '인천지명고'(1993)에 따르면 다소면 관할 충훈말과 사미마을은 1903년 8월 인천부가 동리면을 확정하면서 충훈부리와 사미리로 불린다. 1906년 5월 동리명 개정으로 충훈리와 사미리로 확정됐다. 이후 일제 치하인 1904년 3월 1일 단행된 행정구역 변경에서 부천군이 신설되고 다소면과 주안면을 통합해 다주면을 신설했다. 같은 해 11월 20일 충훈리와 사미리를 통합해 사충리라고 불렸다. 1936년 10월 1일자로 사충리가 인천부로 편입되면서 간석동과 관교동 일부를 편입해 '주안정'이라 개칭한다. 마지막으로 1946년 1월 9일 해방 직후 '주안동'으로 개칭해 오늘날까지 불린다.

1903년 충훈리 지역에 주안역이 생긴데 이어, 1906년 들어선 주안염전까지 '주안'으로 부르면서 결국 충훈리 일대가 '주안'이라는 지명으로 됐다. 현재 간석동, 구월동, 십정동 일대가 당시 주안면이었다. 


1899년 경인선 개통 당시 승객 모습

주안염전이 생긴 뒤 인천의 산업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좀더 품질 좋은 소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점점 염전부지가 늘어났다. 주안염전은 전국 소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일본인에 의한 황무지개간 사업이 추진된 것도 바로 주안 일대이다. 인천사람들을 '짠물'이라고 부르는 것도 소금과의 이런 인연 때문인 듯하다.

이후 국가적인 차원에서 소금생산을 늘리기 위해 남동염전(소래지역)과 군자염전(시흥지역)으로 확장하고, 평안도  광양만에서부터 충청도와 전라도까지 염전지대가 조성됐다고 한다.

1960년대 들어 박정희 정권은 제1차 경제개발계획(1961년) 일환으로 경인지구 특정지역을 공고하고, 도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한다. 인천은 1967년 송도, 간석, 주안2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시작하면서 교통수단을 대폭 확충한다. 1965년~1974년까지 경인선 철도 복선화, 경인고속도로 개통, 경인선 전철화 등 각종 육지 교통수단이 마련된다. 이때 한국수출 국가산업단지인 한국수출공단 제5단지(지금의 주안5동 일대)가 1973년 7월 15일에 조성된다.

점차 인구가 증가하고 지역 상권이 활성화하면서 교육과 금융, 각급 행정기관이 주안에 밀집하게 된다. 한동안 주안 일대는 산업화의 신흥 도시로서 '인천의 중심축'이었다.

최근 교통의 편리함과 소비중심을 이유로 주안역 앞 일대(주안1동)에 청소년미디어센터와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영화공간 주안, 인천알리앙스문화원 프랑세즈 등 '문화 인프라'가 집중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남구지역, 특히 주안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주안미디어문화 축제'가 열린다. 최신 미디어아트와 결합된 문화예술 축제로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미디어 발달로 인한 21세기 새로운 공공문화 시설인 '주안영상미디어센터'도 남구 문화산업지구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첨단 미디어 발달로 소셜미디어 역시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렇듯 최신 커뮤니케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면 '문화 문외한'이 되기 십상이다.
 
주안미디어센터는 날로 발전하고 있는 신 미디어를 통해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을 하는 곳이다.

영상제작 활성화를 위한 장비대여, 제작지원 등을 한다. 시민들은 영화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주안1동에 위치한 영화공간 주안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설립된 '예술영화관'이다. 예술적 가치가 높은 영화, 다양한 저예산영화, 독립영화 등을 상영하는 영화전용 상영관이다.
 
영화공간 주안은 인천의 유일한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으로 작가  영화와 작품을 선별해 주부와 노인을 위한 추억 영화, 가족극장  등을 운영하며 남녀노소 누구나 다양한 영상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한다. 
  
주안1동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미디어 공동체' 공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동안 인천의 대표 유흥가인 주안역  앞 일대에 미디어 문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5월에는 '문화콘텐츠사업지원센터'가 주안1동에 문을 열었다.
 
문화콘텐츠사업지원센터는 문화콘텐츠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통해 산업클러스터 조성과 전문인력 양성 등 종합적 지원센터 역할의 원동력으로서 지역미디어 문화 발전과 문화정체성 확립에 힘을 쏟는다.
 
센터는 창업, 비즈니스, R&D, 교육,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순환·융화할 수 있는 기능 관련기업과 인하미디어디자인 연구센터 등으로 지역문화산업 발전을 지원한다.

인천의 '문화 발상지'이자 산업화의 본고장인 주안1동. 지금은 구도심으로 전락한 이곳에 새로운 '문화바람'을 일으킬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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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춘 2011-10-21 10:13:21
자화자찬이 심하네요. 지금 주안은 일부 '특수'공간만 있지 실제로 문화부재 공간이라는거 누구나 느낄 수 있어요. 시민회관 자리에 콘서트홀을 새로 지으면 모를까. 공원을 지키려면 지하에라도 말입니다.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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