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판이 살아나야 문화·예술도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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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출판이 살아나야 문화·예술도 빛나"
  • 이혜정
  • 승인 2011.10.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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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다인아트' 윤미경 대표


'다인아트' 윤미경 대표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연재
'2011 인천 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
 
'살기 좋은 도시 인천' '살고 싶은 도시 인천'으로 나가기 위해선 문화·예술적 창조도시를 지향점으로, 창조적인 문화·예술 행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인천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성 혹은 대중성을 내건 활동들이 펼쳐져 왔다. 예술의 가치를 확산시킴으로써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는 진정성으로 살아온 이들이다.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에게 다가가 집중 인터뷰를 통해 열정이 담긴 창작물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걸고 기획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시작한다. 매주 화요일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코너에서는 인천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된 6개 단체를 비롯해 2011년 하반기에 활동하는 문화·예술가(혹은 단체)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번에 <인천in>이 소개할 이는 '다인아트' 출판사 윤미경 대표이다.

취재 : 이혜정 기자

"지역 출판이 살아나야 지역 문화·예술도 빛이 납니다. 출판이 각종 문화·예술 요소를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지요."

15년 동안 인천지역 작가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행로와 '인천 문화'를 책으로 엮은 사람이 있다. 그는 '다인아트' 출판사 윤미경 대표이다.

예술가 또는 예술단체 관계자도 아닌 그가 본 '인천의 문화역사'는 어떠할까? 그는 인천 문화역사의 길을 걸어온 이들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며 누구보다 지역 문화역사를 환히 꿰뚫고 있다. 윤미경 대표가 말하는 '인천 문화'는 어떠한지를 들어보았다.

'다인아트'가 걸어온 길

윤 대표는 인천지역에 미술영역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고 지난 1996년 남동구 구월동에 '다인아트 갤러리'를 열었다. 그 당시엔 문화 관련 시설이나 행사 등이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갤러리와 같은 문화·예술, 특히 미술영역이 대중화해 있지 않은 터라 갤러리를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혼자 노력으로 예술·문화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건 출판사였다. 그게 '다인아트'의 태동이다. 그가 제일 처음 시작한 건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주옥 같이 빛나는 사람들의 발자취를 끌어내는 일이었다. 또 지역에 구두로만 전해진 이들의 역사, 곧 '인천의 문화역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지역 문화·예술에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한 끝에 인천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보자는 뜻에서 다인아트 출판사를 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인천이야기만 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기록을 갖고 지역 문화·예술을 위해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천출신, 인천을 소재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작가, 문화·예술계 발판이 되어준 작가들은 매우 많아요. 그런데 그들에 대한 역사나 기록은 없었지요. 곧 지역 역사라고 할 만한 기록들이 없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여기저기 흩어져 구두로 전해지는 인천이야기를 한 곳에 모아 책으로 엮는 작업을 시작했지요."

다인아트 출판물은 모두 '인천이야기'이다. 최원식 교수의 '왜 다시 인천인가?'와 '황해에 부는 바람', 조일도 희곡작가의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부른 여자', 경인일보 인천본사 특별취재팀의 '인천이야기', 윤진현 작가의 '행복한 인천연극', 이안 작가의 '인천 근대도시 형성과 건축', 경일일보 인천본사 특별취재팀의 '인천인물 100人' 등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는 "출판사는 책을 몇권이나 출판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처럼 지역에서 콘텐츠가 되는 역사적 사실들을 근거로 해 잘 엮어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지역 출판사에서 할 일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사람들이 출판사라고 하면 책만 출간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출판사는 단순히 글을 종이에 찍어내는 '도서공장'이 아닙니다. 인천에는 철도, 영화관, 서구식 공원, 사이다 등 우리나라 최초라고 내세울 만한 게 100여개에 이릅니다. 시민들에게 이런 정보를 제공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읽히게 하며 기록하는 게 지역 출판사의 역할 아닐까요?"

윤 대표는 "그만큼 지역 출판은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한데, 방대한 정보와 자료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쉽게 찾아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퍽 유용하다"면서 "문화·역사·사회 등의 성장을 하기 위해선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기 마련이듯, 출판 역시 중요한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15년 동안 '다인아트'가 '인천이야기'를 출간한 책들

비평가와 기획자 부재가 문제다

15년 동안 지역에서 출판일을 해온 윤 대표는 지역 문화·예술 지형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1996년에 비해 현재 지역 문화지형을 살펴보면 인천문화재단, 아트플랫폼, 부평아트센터, 소극장 돌체, 학생교육문화회관, 문화시어터 등 문화공간이 수두룩하다. 박물관 역시 시립박물관뿐만 아니라 개항박물관, 역사박물관, 나비박물관 등 많이 생겼다.

"외형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내용면으로는 얼마나 성숙했나? 그만큼 시민들이 향유하나? 그것이 의문입니다. 공간이 여럿 생긴 것과 무형의 것들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인천 문화·예술가들 수준이 낮아서, 인천시민들 수준이 낮아서 등 지역 문화·예술인과 관람객에게 탓을 돌립니다. 그러나 잘못된 인식이지요.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지역 비평가와 기획자 부재로 인해 지역 예술·문화가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윤 대표는 기록만을 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우선 기록을 통해 분석과 해석이라는 다음 단계까지 가야만 인천 문화·예술 영역이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일을 하는 이들이 비평가와 기획자이다.

"전문성을 갖고 지역 작가 작품을 평가하고, 향후 문화·예술 방향을 전달하며, 작품을 관람객(시민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역할을 한 이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비평가란 비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관람객에게는 작가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작가에게는 학술적이고 전문적으로 향후 과제를 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다른 작가와 교류할 수 있는 가교구실을 해주는 이를 말하지요."

그는 기획자에 대한 일도 강조했다. 

"인천지역 예술가 수준은 어디 가서도 절대로 낮지 않습니다. 예술가와 예술단체 스스로 자기 역량을 다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 하나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구조이지요."

그는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이 갖가지 활동을 비롯해 관람객 유도, 작품 홍보와 마케팅 등 모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기획과 비평 등 전문가로서 일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예술가는 예술·문화에 온힘을 쏟고, 비평가는 비평하고 관객과 예술가에게 설명하며 전망하고, 기획자는 예술가 작품과 비평가 의견 등을 조합해 잘 꿰어 가치 있는 작품이 선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전문가가 자기 위치에서 역할을 다해야만 지역 문화·예술이 성장할 수 있어요."

그는 이제는 인프라에만 예산을 투자하지 말고 비평과 기획 인재 양성을 하고 지역 예술가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그동안에는 대형기획사 등에만 전폭적으로 지원해 단기적 성과만을 보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지역 예술가와 지역 단체 등에 대한 지원 역시 나눠먹기 식일 뿐, 성장을 위한 기본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지역 문화·예술 10여년이 하드웨어 구축을 위한 발전이었다면, 이제는 좀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부분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는 "예술·문화는 건물을 짓고 손익분계에 따른 산업이 아닌, '굴뚝 없는 산업'"이라며 "그 어떤 영역과 산업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고 지켜봐야만 지역 문화·예술을 더 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인아트' 출판사 입구

'다인아트'를 인천을 위한 '콘텐츠 공장'으로…

윤 대표는 인천만을 위한, 인천에 대한 등 지역을 담는 출판사라는 점에 자부심을 가진다. 그것이 "경영이 어려운  출판사를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사실 지역 출판사가 소위 '벌이'로는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15년 동안 아슬아슬하게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여러 차례 큰 고비가 있었습니다. 무너져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지역의 어른과 선후배, 선생님들이 자기 방식으로 출판사에 도움을 줘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지요."

그는 "단 한 번도 베스트셀러를 내본 적은 없지만, 인천에서 활동한 작가 이야기를 기록하고 흔적을 남기는 작업과 우리 일을 지역의 어른, 선후배, 선생님 등이 보이지 않게 지지하고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힘이요, 출판사 자산"이라고 말했다. 지역 사람들이 힘을 주었기에 '다인아트'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다인아트'를 통해 '잡지'를 만드는 일이다.

윤 대표는 비평가들이 서로 글을 통해 교류하고 대화하는 공론의 장, 기록의 장을 열어주는 매거진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는 이를 통해 비평가와 예술가, 비평가와 시민, 예술가와 예술가 등이 공식적으로 토론을 해서 담론을 끌어내고 싶다고 한다. 그래야만 지역 예술·문화 문제도 톺아보고 서로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글로써 드러내고 읽으며 개인적으로 판단하고, 또 서로 글로 대화하는 과정 속에서 담론의 장을 형성할 수 있는 매거진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지역 문화·예술 영역에서 '다인아트'가 할 수 있는 건 다양한 이들의 행적을 책이라는 매개로 잘 꿰어서 기록하고, 먼 훗날에도 읽혀질 수 있는 중간다리 구실을 하는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오늘도 인천지역 문화·예술계 행적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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