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안전지킴이집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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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안전지킴이집 "유명무실"
  • 이혜정
  • 승인 2011.12.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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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한 지 4년 - 대부분 학생들 "그게 뭔가요?" 잘 몰라


인천시내 한 문구점의 아동안전지킴이집 표기가
다른 광고지나 상품으로 인해 잘 보이지 않는다.

취재 : 이혜정 기자

아동 범죄 예방을 위해 도입한 '아동안전지킴이집'이 유명무실하다. 위치가 불명확하거나 장소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맞벌이 부부 증가와 핵가족화 현상으로 아동들에 대한 보호체계가 약화돼 아동들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거나 강력범죄 표적이 되는 데 대한 대응책으로 지난 2008년 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를 마련했다.

아동안전지킴이집이란 아동이 낯선 사람이나 동물에게 위협·사고를 당하거나 또는 길을 잃는 등 위급상황에 처했을 때 임시보호와 함께 경찰에 인계하는 제도. 지역사회 전체가 아동을 보호하는 민·경협력 치안시스템이다. 이에 경찰은 유치원과 초등학생 통학로와 놀이터, 공원, 아파트 밀집지역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약국, 편의점, 문구점 등 아이들이 쉽게 출입할 수 있는 장소를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했다.

3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인천시내 아동지킴이집으로 지정한 곳은 총 1천86군데(10월 말 현재)에 이른다. 상가 557곳, 문구점 212곳, 24시 편의점 139곳, 기타 126곳, 약국 63곳 등이다. 일선 경찰서 관할지역을 보면 서부 192곳, 남동 140곳, 남부 137곳, 계양 136곳, 연수 109곳, 중부 108곳, 부평 107곳, 삼산 91곳, 강화 66곳에 지정돼 있다. 범죄예방과 보호 실적은 11월 초 현재 201건 588명.

그러나 실질적 도움의 대상이 되는 어린이와 학생들은 대부분 아동안전지킴이집 역할과 위치를 모르고 있다. 아동안전지킴이집 위치와 도움요청 방법 등에 대한 학교 차원의 교육이 미흡하고, 경찰 역시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자료 배부만 할 뿐 홍보나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 앞 안전지킴이집이 문을 닫아 놓은 모습

기자가 지난달 29일과 30일 남동구와 부평구 몇 곳을 둘러봤다. 부평구 ㄴ초등학교 앞에서 등하교하는 초등학생 70명에게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해 질문을 했다. '아동안전지킴이집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 '아동안전지킴이집이 뭔지 아느냐?', '들어본 적은 있느냐?' 등 물음에 몇명만 어디에 위치하는지 안다고 대답했다. 이들도 문방구와 편의점 외에 다른 장소는 모르고 있었다. 또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동안전지킴이집이 뭐냐?'고 되묻거나 어림잡아 '아이들 지켜주는 집이예요?'라며 단어의 의미를 해석해 대답하기도 했다.

남동구 T초등학교를 다니는 정모(11) 군은 "아동안전지킴이집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보호해주는 곳이라는 정도는 들어본 거 같다"라며 "문방구에 가면 스티커가 붙어 있거나 편의점에 들르면 그 앞에 노란색 인형 같은 것이 서 있길래 보긴 하는데,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고, 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김모(10) 양은 "뭔지 모르겠다"라고 대답해 기자가 슈퍼 앞 노란색 '지킴이집 표지물'을 가리키며 다시 질문하자 "유심 있게 안 봐서 몰랐다"면서 "지나다니다 본 거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부평구 G초등학교에 다니는 대다수 학생들도 '모른다'고 답했다.김모(12)군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학교 근처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정모(12)양도 "집 앞 편의점 가는 길에 본 거 같긴 한데, 저게 그런 이유로 있는지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아동안전지킴이집은 1층과 같은 어린이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있어야 하지만, 상당수는 학교 정문과 가까운 문구점이나 약국 등에 몰려 있거나 1.5km 정도 떨어진 편의점에 지정돼 있다. 또 스탠드형 '지킴이집 표지물'이 골목  등에 위치해 눈에 띄지 않아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다. 간판형 '지킴이집 표지물'의 경우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된 곳 입구에 온갖 광고 제품이 붙어 있어 눈에 띄지 않기도 한다. 심지어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된 곳이 문을 열지 않아 아이들을 전혀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안전지킴이 표지판이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골목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다  안전지킴이집 표지판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아동안전지킴이집 행동요령에 대한 교육 역시 매우 부족하다. 더구나 자주 바뀌는 편의점 종업원은 이를 모를 뿐만 아니라 지정된 것조차 모르고 있기 있기 일쑤다.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된 편의점에서 두달 동안 일을 하고 있는 한 종업원은 "아동안전지킴이집이 뭐냐"면서 "처음 들어보는데, 혹시 저번에 경찰들이 왔다간 게 그건가"라며 되물었다. 

이와 관련해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범죄예방교실을 통해 홍보를 하고, 월 1회 전담경찰관과 지구대가 현장을 방문하는 등 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가 잘 실행될 수 있도록 힘을 다하고 있다"면서 "지킴이들이 자발적이고 신속하게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지킴이 90여명과 함께 간담회를 갖는 등 제도가 잘 실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경찰청은 지난 2008년 4월 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가 시행된 이후 '무지개연극단'을 창단해 지금까지 6만여명을 대상으로 공연하고, 저금통을 나눠주며 아동안전지킴이 제도를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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