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그릇 옹기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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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그릇 옹기를 지킨다"
  • 송은숙
  • 승인 2012.03.07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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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뭘 하는 곳?] 경서동 '신일토기'를 찾아


취재:송은숙 기자

장을 직접 담는 집이 드물고 가볍고 실용적인 용기들이 넘쳐나는 요즘, 고집스레 '무공해 옹기'를 만드는 곳이 있다. 수도권 유일의 옹기공장인 신일토기를 찾았다.

"항아리도 이제는 많이 안 팔려요. 요즘 아파트만 빽빽하게 들어서는데 누가 된장, 간장 담그나요? 도시에서 장독대 있는 집이 몇 집이나 되겠어요? 아버지도 여기서 일하다 돌아가셨고, 나야 하던 일이니 해야죠."

강용복 신일토기 전무의 말이다. 신의주가 고향인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옹기 만드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그 역시 운명처럼 옹기장이로 살고 있다.

반죽한 흙을 나르고 있다.

신일토기에는 모두 41명의 직원들이 저마다 분담해 수십 가지의 옹기를 만들어낸다. 하루에 만드는 옹기는 대략 500여 개이다. 반죽한 흙으로 옹기를 만들고, 손잡이를 붙이고, 바람에 말려서 잿물을 바르고, 가마에 넣어 1200도 이상 고온에서 굽는 하나하나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옹기가 나온다.

"옹기는 된장, 고추장 같은 발효식품을 저장하면 특히 좋아요. 옹기의 미세한 숨구멍을 통해 공기와 수분이 조절돼 발효가 잘 되죠. 옹기가 우리의 맛을 지켜왔어요. 내용물이 잘 썩지 않고 오래 가니 다른 음식이나 곡물 등 저장용기로도 좋습니다."

흔히 말하는 '항아리'는 큰 옹기를 말하고 독, 뚝배기, 자배기, 푼주, 방구리 등 모양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옹기가 있다.

항아리를 매끄럽게 다듬는다.손잡이를 만들고 있다.

강용복 전무는 "흙에 따라 옹기 품질이 달라진다"면서 "신일토기에서 사용하는 흙은 모두 성분검사와 유해물질 검사를 하고, 좋은 품질을 위해 두 지역에서 나는 흙을 섞어서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일토기 공장 바로 앞은 오래 전 배가 들어오던 나루터였다고 한다. 어부들이 새우를 잡아오면 바로 소금에 절여 새우젓을 담았는데, 이 때문에 주변에 항아리 공장이 여럿 들어섰다. 하지만 이제는 신일토기 한 곳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기계에서 잿물을 만들고 있다.잿물을 입히고 있다.
한번 더 말리는 과정이다.

"가마에 넣는 중유 값이 많이 올랐고, 항아리를 찾는 사람들은 줄고 있어요. 웰빙, 웰빙 하니 좋아질 줄 알았는데 어려운 일이죠. 앞으로 누가 이 일을 하려고 하겠어요?"

다 마르면 가마에 차곡차곡 넣는다.가마 안을 들여다 보니 온통 붉은색이다.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3시간 반 동안 구워야 옹기가 된다.

그래도 이곳의 성수기는 봄철이다. 사먹는 된장, 고추장보다는 직접 믿을 수 있는 재료를 구해 무공해 옹기에 장을 담그고 매실청, 오이장아찌 등을 담는 사람들이 옹기를 찾기 때문이다.

신일토기에서 만든 옹기는 부평4동 ‘여주도자기’(☎523-7720), 부평5동 ‘대일도기’(527-1360), 신흥동 ‘수인역항아리’(883-9972)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몸에 좋다는 식품과 영양제를 열심히 챙겨 먹지만 건강을 잃고 사는 이들이 많다. 배가 불룩한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놓여 있는 장독대 풍경이 사라진 때문은 아닐까.
 

물과 불, 바람이 흙을 옹기로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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