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시대에서 '건강한 소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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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대에서 '건강한 소통'으로…
  • 송은숙
  • 승인 2012.03.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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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 전국 최초 '공공갈등조정관제' 시행 성과
지난해 4월 7일, 부평구는 공공갈등조정관 제도를 이용해 십정동 송전탑 이설 관련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진은 기자회견 모습.
취재:송은숙 기자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지난해 '공공갈등조정관제'를 도입한 부평구가 올해 '공공갈등조정관'을 정식으로 임명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건강한 소통'을 위한 제도적인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우리 사회는 모든 일들이 크고 작은 '갈등'의 연속이다. 개인과 개인뿐 아니라 주민들과 지자체, 단체와 단체 사이에도 갖가지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이런 갈등을 방치하다가는 복잡해진 상황에 이르러서야 많은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지난 참여정부때 갈등 유발이 우려되는 국책사업은 추진 단계에서부터 '갈등영향분석'을 하고 정부 부처별로 '갈등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정부 부처, 지자체, 시민단체, 주민 대표 등 각종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한 바 있다. 현 정부 또한 '공공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지만 실제로 갈등현장에서 이런 갈등관리시스템은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평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공공갈등조정관제'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부평구는 10년이 넘은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3개월 임시직으로 공공갈등조정관을 임명했다. 2000년 안전진단 D급 판정을 받은 십정동 목화연립 재건축 조합이 고압 송전탑 이설을 추진해 이를 반대하는 이설 예정지 주민들과의 갈등이 그것이다. 2010년 2월 법원은 송전탑을 이설하되 지중화를 추진하라는 조정 판결을 내렸지만 400억이나 되는 예산 때문에 한전과 지자체 또한 소극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2월 조합측은 공사를 강행하려 했고, 반대 주민들이 맞서 천막농성을 벌였다. 충돌이 우려되자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사회갈등연구소와 한국갈등관리조정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미경씨를 불렀다.
 
막막한 상황에 뛰어든 그는 갈등영향분석을 제안하는 한편, 조합에 공사를 한 달만 미룰 것을 요청했다. 발로 뛰어다니면서 조합과 반대 주민들을 모두 만나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낸 때가 4월 7일. 송전탑을 지중화시켜 옮기되, 구체적인 내용은 조합과 주민, 시, 한전, 부평구가 참여하는 협의회를 꾸리기로 했다.
 
이렇게 해묵은 지역갈등을 '공공갈등조정관'을 통해 해결한 부평구는 올해 감사관실에 공공갈등조정관을 정식으로 만들고, 2월 9일 김미경씨를 전국 1호 공공갈등조정관으로 발령을 냈다.
 
실제 갈등현장에서의 조정 외에도 갈등이 예상되는 부분에 대한 갈등영향 분석, 공무원이나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갈등조정 관련 교육 등이 공공갈등조정관의 주된 업무이다.
 
공공갈등조정관제는 크고 작은 '갈등' 상황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건강한 소통'을 위한 제도적인 첫 시도이다. 사실 예전에는 권위주의적 행정으로 빠르게 국가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소통'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부평구에 이어 서울시에서도 부평구의 공공갈등조정관제도를 벤치마킹해 '갈등조정담당관'을 두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 직후, 지난해 11월 30일 조직 개편에 갈등조정과 갈등관리를 위한 2개 팀을 새로 만든 것이다.
 
김미경 부평구 공공갈등조정관은 "성남시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했다"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련 문의가 오고, 활용을 고민하는 곳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갈등'의 해법을 고민하는 '소통'이 이 시대의 화두다. '소통'을 위한 이런 시도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고, 지역에 따라 적용하는 범위나 참여하는 내용도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조정'을 통해 갈등 당사자의 심리적, 물질적 어려움을 완화하려는 지자체들의 노력이 어떤 '건강한 소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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