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끙 앓지만 말고 고민을 털어놓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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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끙 앓지만 말고 고민을 털어놓아요"
  • 송은숙
  • 승인 2012.06.1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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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클래스'를 찾는 학생들

서부교육지원청 Wee센터의 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

취재:송은숙 기자

한 중학교 'Wee클래스'에 쏟아진 고민은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부모와의 갈등, 왕따, 자살, 공부, 이성친구 등 다양했다. 담임선생님 의뢰를 받은 아이뿐만 아니라 스스로 이곳을 찾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말하며 Wee클래스를 찾은 민영이는 전문상담사 상담 결과,'‘기분장애'가 의심돼 현재는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는데, 자꾸 집에 남자친구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남자친구가 스킨십을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1학년 지은이의 고민은 남자친구의 적극적인 스킨십이다. 전문상담사는 지은이에게 남자친구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지 않는다는 미션을 정했다.

"반 친구가 지나치게 야한 말을 하고 다녀요. 한두 번이 아닌데요."

반 친구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언어폭력'을 가한 인수는 Wee클래스에서 상담을 해보니, 지능이나 가정환경에도 특별히 문제가 없는 평범한 아이였다. 약간의 '편집증'이 보였지만, 성적인 부분이 아니라 다른 건전한 부분으로 관심을 돌린다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어 부모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엄마가 보고 싶어 마음이 병들고, 손목을 긋는 아이도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은 은진이는 Wee클래스 상담과정에서 받은 우울증척도검사에서 높은 점수가 나와, 현재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재혼한 아빠도 싫고, 새엄마도 미워요. 낳아주신 엄마가 한 번이라도 집에서 따뜻한 밥을 해놓고 집에서 절 기다려주면 좋겠어요."

자신을 따돌리는 친구들에 대한 불만으로 갑자기 폭발해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형우는 담임선생님 권유로 Wee클래스를 찾았다.

"친구들이 자꾸 저만 따돌려요. 화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행히 형우는 전문상담사와 몇 번 상담을 받은 후 '반사회적인 행동'이 줄고 자존감이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따돌림 받는다는 생각이 들면 수업을 하다가도 벌떡 일어나 집으로 가버렸는데, 지금은 화가 나더라도 수업을 마치고 갈 정도로 나아졌다.

2학년 현영이는 친구들한테도 창피해서 말하지 못한 고민을 털어놨다.

"아직 구구단을 못 외워요. 공부를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또다른 고민으로 Wee클래스를 찾는다. 전교에서 1, 2등을 다투는 석진이는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친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전 글짓기 제목 하나도 제 맘대로 못 정해요. 엄마가 이렇게 해야 상을 탄다, 외고에 간다 해서 하라는 대로만 해야 해요."

반에서 내내 1등을 하는 영우는 학교생활이 재미 없고 무력감, 친구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자아존중감이 높은 편이지만, 영우는 자아존중감검사 결과 59점이라는 낮은 점수가 나왔다. 역시 '공부, 공부' 하는 엄마의 지나친 간섭이 문제였다.

이 중학교 전문상담사에 따르면 Wee클래스를 찾는 아이들은 가정의 문제로 인한 불안정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다음은 공부나 이성친구에 대한 고민 순이었다.

"스스로 상담실을 찾는 아이들도 늘고 있어요. 가정에 큰 문제가 없으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돼, 공부에도 집중해요. 하지만 이혼가정에서는 아이들이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여도 우울증도 오고 상처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당연히 공부도 안 되고, 친구관계도 나빠질 수 있어요."

다행히 상담을 받으러 온 아이들은 당장은 아니지만 여러 번 상담을 거치면서 조금씩 문제를 풀어나가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은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준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느낍니다."

물론 상담 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때도 있다. 아이보다 부모나 주변환경이 더 문제인 경우이다.

"부모님과 갈등하는 아이를 위해서 간혹 부모님을 만나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상담을 해도 부모님의 생각이 완고해서 잘 바뀌지 않을 때는 난감해요."

 ‘Wee클래스’와 ‘Wee센터’에 이어 ‘Wee스쿨’인 인천해밀학교도 올해 개교했다.
지난 2009년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학교 안 Wee클래스는 현재 인천 488곳 초·중·고 중에서 217곳에 있다. 초등학교 50곳, 중학교 97곳, 고등학교 70곳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이 함께 Wee클래스 구축비, 전문상담사 인건비를 지원해 만든 곳으로, 여러 가지 고민을 안고 있는 청소년과 학부모에게 '반가운 공간'이다. 'Wee'는 We(우리들)+educadtion(교육), Wee+emotion(감성)의 합성어이다.

또한 인천시교육청과 지역별 교육지원청에 있는 'Wee센터'도 전문상담교사와 전문상담사, 임상심리사, 게임과몰입상담사, 학습치료사 등 전문인력이 배치돼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인터넷중독, 학습부진 등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Wee클래스를 통해 크게 나아지지 않을 때 이곳에서 심층상담과 치료가 이루어지고, 그래도 해결이 힘들다면 3차 안전망으로 올해 개교한 Wee스쿨 '인천해밀학교' 입학을 고려할 수 있다.

박영희 인천시교육청 Wee센터 실장은 "이곳을 찾는 아이들을 보면 가정에서 대화가 부족하고, 부모와의 갈등이 깊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자녀들과 대화시간을 늘리고, 학업만 신경 쓰지 말고 아이들이 잘하는 부분을 격려해 자존감을 높여주라"고 조언했다.

또한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모 생각만 고집하기보다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Wee클래스와 Wee센터 외에도 초등학교 5학년 이상 청소년과 학부모가 무료상담을 받을 수 있는 '청소년상담지원센터'(☎국번없이 1388, 전화로 접수 후 내방해 상담), '학부모지원센터'(☎4208-123) 등을 이용하면 청소년문제나 학교교육 관련 궁금증을 풀 수 있다.

*교육청 Wee센터 6곳

장소

전화번호

홈페이지

인천시교육청

☎432-7180

http://iwee.kr

동부교육지원청

☎460-6370

http://dongbu.ice.go.kr/counsel1

서부교육지원청

☎555-7179

http://seobuwee.ice.go.kr

남부교육지원청

☎764-7179

http://nambu.ice.go.kr/wee_center

북부교육지원청

☎510-1525

http://bukbu.ice.go.kr

강화교육지원청

☎930-7820

http://www.ghwe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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