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시장 폐허 공간을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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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시장 폐허 공간을 되살린다"
  • 송은숙
  • 승인 2012.06.15 14: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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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공공예술 ③ 문화수리공

얼마 전  ‘아트 페어, 아트 폐허’ 프로젝트가 진행될 제물포시장에서 6개국 디렉터가 참가하는 심포지엄을 가졌다.

취재:송은숙 기자

'아름다운 교문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역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공공미술 연구모임이 '문화수리공'이다. 중구 신포시장 칼국수 골목에 있는 갤러리 유네스코 에이포트에서 인천 출신 설치미술가 이탈 대표를 만났다.

-'문화수리공'과 '유네스코 에이포트'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2005년부터 '아름다운 교문 만들기' 프로젝트를 벌이면서 '문화수리공'이란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올해는 국제심포지엄 행사를 준비하면서 비영리단체로 정식 등록했다. 음악을 하는 이들이 공연을 앞두고 '세션맨'들이 팀을 이루는 것처럼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일이 있을 때마다 모이는 형태로 활동한다.

비영리 전시공간인 '유네스코 에이포트'(Unesco A.poRT)는 2010년에 만들었는데,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다. 개인 작업실을 찾다 1930년대에 지어진 이 건물을 우연히 발견했다. 8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의 흔적이 있는 이곳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유네스코인천시협회 부설 갤러리로 개관했다. 장르·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지역작가들의 전시회는 물론 국제예술교류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21~27일에는 남구청과 유네스코 에이포트가 공동주최해 '아시아'(AH!SIA)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6개국 '디렉터'들이 모여 비영리전시공간 국제교류 네트워크를 열었다. 아시아의 새로운 문화콘텐츠 개발과 전시 기획을 위한 창작공간 사이 협력, '아카이브' 공유를 목적으로 아카이브전, 컨퍼런스가 함께 진행됐다.

-문화수리공이 해온 '교문 만들기' 작업이 궁금하다

"학교와 사회를 잇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교문'을 한 번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2005년에 시도했다. 하지만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는데, 2006년 인천문화재단에서 처음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특별공모했다. 그때 '아름다운 교문 만들기'가 선정돼 인천문화재단 지원으로 남동구 구월초등학교와 부평구 성동학교 교문을 바꿨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산뜻하게 교문을 바꾸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의 '소통'과 '교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교문이다. '공공성'을 매개로 예술가와 디자이너, 학생, 교사, 지역주민과 문화재단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진행된 과정 중심의 '커뮤니티 아트'이다.

구월초등학교에서는 1~6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학교환경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 교문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고 원하는 교문을 그려보라고 했다. 그 중에 3학년 아이가 그린 '해바라기 정원'이라는 그림을 주제로 해서 '데크'가 있는 광장형태의 교문으로 바꿨다.

보통 교문은 기둥 3개가 있는 구조인데, 기둥을 헐고 평평하게 만드니 근사한 광장이 됐다. 이곳에 시골길을 걷는 느낌처럼 높낮이를 주어 재미를 주고, 옆에는 벤치를 두어 휴식공간·야외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부평의 청각장애학교인 성동학교는 어두운 분위기를 벗어나 학교 앞 공간에 시민들이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건물 외벽에 학교의 존재를 알려, 아이들이 세상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높은 담과 교문을 허물고 시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한 성동학교의 모습.

또한 성동학교 건물 외벽에서 학교의 존재를 드러냈다.

2010년에 마지막으로 중구 신흥초등학교 교문을 바꿨다. 일본과 프랑스, 터키, 필리핀 4개국 작가들이 참여해 통역과 함께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디어 스케치'를 한 것을 바탕으로 했다. 교문에 조각작품을 전시하는 작은 갤러리 공간, 학교 성추행이 이슈로 되던 시기라 수위실도 만들었다.

달라진 신흥초등학교의 교문 조감도.

문화예술교육 관련 전시기획도 몇 차례 했다.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예술과 과학의 두 영역을 한 자리에서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미술+과학의 만남'(2011년)도 그 중 하나이다.

-공공예술 작업을 할 때의 보람은?

사실 오랜 시간 한 프로젝트에 매달려서 마치고 나면 지친다. 처음으로 구월초등학교 교문을 바꿀 때는 작가와 기록, 공사, 감리 등에 11명이 모여 10개월 동안 작업을 했다. 많을 때는 20~30명씩 모여 프로젝트를 한다.

하지만 프로젝트에 지원되는 예산은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대부분은 공모 또는 제안을 해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런데 제안을 하면 입찰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해서 공모해서 진행하는 형태가 많다.

그런데도 '중독'처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시작하게 된다.(웃음) 때로는 벅차다 싶지만 이 과정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생각한다.

-올해 새로 계획하는 활동은?

올해는 2009년부터 생각했던 제물포시장(숭의4동) 안 폐허가 된 건물과 주변을 바꾸는 '아트 페어, 아트 폐허' 프로젝트가 인천문화재단의 '지역공동체 문화만들기' 사업으로 선정돼 여기에 매달릴 생각이다.

영화 '써니'에서 두 써클이 싸움을 하던 장소인데, 얼마 전 이곳에서 국제심포지엄을 하기도 했다. 'AH!SIA' 비영리전시공간 국제교류 네트워크에서 마지막 날 '폐허에서 페어까지'라는 주제로 이 공터에서 심포지엄을 열었다.

7월부터 주민들을 만나면서 버려진 이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볼 생각이다. 지금은 쓰레기더미인 이곳을 거점으로 주민들과의 다양한 소통을 시도하려고 한다. 문화수리공을 주축으로 여러 단체와 연대해 활동할 생각이다.

또한 학교 '구령대'를 바꾸는 작업에도 관심이 있다. 대부분 학교의 구령대가 일제시대 잔재로 군대 연병장처럼 만들어져 있다.

예술가는 쇳덩어리를 담금질해서 낫이나 호미를 잘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송곳 같은 것을 만들어서 세상을 한 번 찔러보는 게 예술가의 역할이 아닐까. 이런 시대에 예술이 왜 필요한지, 예술의 실용성에 관한 고민을 교과서적인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경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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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kdcks 2012-06-17 10:31:53
좋은 일들을 하시네요.
그러나 주민들이 주체가 되지 않는 공간이라면 결국 폐허의 공간으로 남을수있네요.
우리 모두가 인생을 꾸며 가는 예술가이며 문화수리공인걸을 .....특정지어 참여 한다는게
실패 이유가 될수 있습니다.

이진우 2012-06-16 06:19:54
송은숙기자의 글은 늘 잘읽고 있습니다
좋은 기사를 올리시는 송기자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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