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급식센터' 놓고 입장 차만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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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급식센터' 놓고 입장 차만 확인
  • 송은숙
  • 승인 2012.06.2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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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토론회 열어


취재:송은숙 기자

인천시급식지원센터 출범을 9일 앞두고 '학교급식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시의회 교육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와 시민단체, 학교, 급식업체 등의 입장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토론회는 22일 오후 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교육위원회 소속 시의원들과 시청과 교육청 관계자를 비롯해 학교와 급식업체, 학교운영위원회, 영양교사협의회 등에서 참석했다. 또한 학부모 급식위원회와 친환경농업인연합회, 시민 등 250여명이 참석해 3시간 반 넘도록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해 11월 17일 만들어진 ‘인천광역시 친환경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에는 7월 가동되는 인천시급식지원센터를 민·관협력형으로 만들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는 조례대로  민·관협력형으로 15명으로 구성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 2명(교육지원담당관이 센터장)만으로 급식센터를 7월부터 가동하고, 내년 3월에는 센터장 포함 5명의 공무원으로 급식지원센터 전담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급식지원센터 집행부는 공무원으로 구성하고, 시민단체나 생산자 등은 운영위원으로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김진용 인천시청 교육지원담당관은 다른 지자체 급식지원센터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언급하며 이런 시의 방침을 설명했다. 교육청도 급식지원센터를 공익성, 책무성을 갖춘 공무원으로 구성·운영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에 대해 박인숙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은 "긍정적인 사례를 빼고 농협위탁 급식지원센터 등 부정적인 사례만 언급한 것"이라며 "시와 민간전문가, 시민단체 등 민·관협력으로 갈 때 급식지원센터 취지를 살릴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학교와 학교운영위원, 학교급식소위원회 관계자들은 급식지원센터 설치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큰 돈 들여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보다 지금처럼 학교장 관리하에 학교급식소위원에 권한을 주는  방법으로 학교급식의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낫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인 급식지원센터장이 운영하면 혼란만 가중시킨다." - 김재곤 인천학교운영위원연합회장

"급식지원센터를 만들려면 전처리, 검사, 인증확인 시스템 등을 갖춰 제대로 만들고, 권한과 함께 책임도 져야 한다. 센터 명칭도 상위법인 학교급식법에 따라 '학교급식지원센터'로 해야 맞다. 어디까지나 영양교사나 학교장 등 교육자치를 존중하는 범위에서 만들어야 한다." - 김창진 용마초등학교 교장

"지금 중·고등학생들은 정부미쌀로 급식을 한다. 급식비 지원이 없으니 일반미로 바꾸기 위해 급식비 50원, 100원 올리는 데도 학부모 부담을 논의해야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친환경 무상급식도 좋지만 돈이 있다면 이 아이들의 급식 질을 높이는 게 더 시급하다."- 김희숙 삼산중학교 학교운영위원장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 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시의원은 "급식지원센터는 돈 많이 들여 시설 짓는 것도, 급식업체 다 배제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면서 "급식재료 공급·유통업체 자격기준이나 안전성 검사시스템 마련 등 더 안전하면서도 투명한 먹을거리 공급체계를 갖추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민·관협력형(5명)으로 센터를 구성하고 시 운영위원회(시와 교육청, 시의원, 영양교사, 시민단체, 학부모단체 추천 등 15명), 실무협의회, 품질·안전검사단, 학부모모니터링단(생산, 유통, 급식지원센터 운영 등 전반 모니터링) 운영을 그는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례에 시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센터장을 공무원 또는 민간인이 맡는 부분에 대한 논란, 급식업무 전반에 걸친 센터장의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지적됐다.

지역의 28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조례를 만드는 데 앞장서 온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에서는 급식지원센터는 영리업체가 주도하는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체계를 공공체계로 바꿔가는 것인 만큼, 철학과 방향성을 제시할 민간 전문가가 센터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 가을에 출범하는 서울급식지원센터의 경우 센터장을 포함 여러 명의 실무인력에 민간인을 계약직으로 채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토론회가 뒤늦게 열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화군에서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다는 한 농민은 "이런 토론회가 한두 달 전에 미리 열려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농사 짓는 사람 이야기도 듣고 여러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 설치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토론회 편파성에 대해서는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에서도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토론자로 급식업체 관계자가 2명이나 나오고 학교, 학교운영위, 영양교사 등 급식센터에 부정적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생산자, 시민단체 참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토론회에 앞서 800여 친환경농가가 회원으로 있는 인천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토론회 참가를 요청했지만 배제되었다"라며 "조례에 맞게 민간 전문가가 센터장을 맡고 공무원, 민간전문가가 함께하는 민·관협력형 급식지원센터가 들어서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급식지원센터가 내놓은 기준으로 계약재배 농가를 정하고, 협의된 가격으로 공급한다면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친환경 농가의 시름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급식지원센터의 구성과 인원, 역할 등 여러 면에서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된 토론회였지만, 이날 참여한 시민들의 '학교급식'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22일 조례에 맞는 민관협력형 급식지원센터 설치를 촉구하고 있는 인천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소속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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