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 의료 질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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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 의료 질 낮아진다?
  • 송은숙
  • 승인 2012.06.29 2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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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수술거부' 철회, 7월부터 7개 질환군 대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포괄수가제 실시 병원 정보와 비용을 알 수 있다.

취재:송은숙 기자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을 둘러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정부의 입장이 계속 대립하고 있다. '의료의 질 하락', '환자의 선택권 침해' 등을 내세우며 '수술 거부'도 불사할 태세이던 의협은 일반인과 환자 대상 설문조사 후 일단 이를 철회했다. 언론을 통해 이런 뉴스를 접하는 국민들은 '수술 거부'를 들고 나온 데 따른 거부감과 함께 '의료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혼란스럽다.

"어디가 아파도 병원에 가면 얼마가 들지 모르니 '더 심해지면 가지' 하고 참게 된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CT를 찍자고 하더라. 하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굳이 안 찍어도 되는 상황이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형병원들이 수익을 위해 의사들이 비싼 검사나 치료를 유도하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포괄수가제 찬성 입장에서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으로 의료비 불안이나 마찰, 과잉진료가 어느 정도 사라지는 등 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의협은 '수술 거부'는 철회했지만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확대시행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논란 중인 포괄수가제는 이미 2002년부터 7개 질환군(맹장이나 백내장, 편도, 탈장, 치질, 제왕절개, 자궁 등)에 대해 병·의원에서 실시 중으로, 전국 의료기관의 70%가 넘게 참여하고 있는 의료보험 수가체계이다. 쉽게 말하면 어떤 질환의 검사·치료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미리 정해 청구하도록 하는 일종의 의료비 정찰제이다. 반면 행위별 수가제는 같은 질환이라도 검사·치료에 따라 다른 진료비를 받을 수 있다.

현재는 7개 질환군에 한해 병원들이 행위별 수가제와 포괄수가제 중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7월부터는 2차 의료기관으로 확대해 모두 실시하고, 내년부터는 3차 의료기관까지 한다.

'포괄수가제'는 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 7개 질환에 한해 치료비용을 알 수 있고, 병원에 내는 본인부담금도 줄어든다. 몸이 아파도 얼마나 들지 모르는 병원비가 무서워 병원 가는 것을 미루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맹장수술을 하면 환자 본인부담이 100만원, 병원 수입이 280만원 가량인데 포괄수가제가 되면 수가를 조정해 환자 부담은 70만원, 병원 수입은 354만원 정도로 달라진다.

또한 불필요한 의료행위 추가, 비급여 항목 추가 등 문제를 막아 의료비 과다청구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의협에서는 의료의 질 하락, 환자 조기퇴원, 고위험 환자 기피 등 부작용과 함께 의료계 자율성을 침해하는 '강제 확대'라며 반발하고 있다.

송태승 인천시의사회 공보이사는 "포괄수가제가 되면 정해진 의료수가 내에서만 치료가 이루어져 싼 재료를 쓰고, 치료가 어려운 고위험환자 기피, 조기 퇴원 등으로 의료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할 때 행위별수가제일 때는 좋은 렌즈를 고르고 추가비용을 내면 된다. 하지만 포괄수가제가 되면 비용을 더 내고 고급렌즈를 하고 싶어도 저가렌즈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환자의 선택범위가 줄고 의료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경쟁 없는 독과점이라면 의료의 질이 떨어지겠지만 환자 입장에서 같은 돈을 내고 백내장수술을 하면서 저가렌즈를 쓰는 병원을 찾지는 않는다"면서 "자연스럽게 병원 사이 경쟁이 이루어져 의료의 질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연구결과도 포괄수가제를 했을 때 의료의 질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더 많다고 한다.

"행위별 수가제에는 '과잉진료' 우려가 있다. 비용을 많이 투자한 대형병원일수록 그런 편이다. 하지만 의료의 특성상 일정수준의 처치나 치료를 하면 계속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일정수준에서 효과가 유지되거나, 또는 환자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게 김정범 공동대표의 지적이다.

꼭 필요하지 않은 CT나 MRI 등의 검사를 남발하면 방사능에 많이 노출,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것도 한 예다.

포괄수가제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료비 상승속도가 가파른 우리나라에서는 당장의 불이익만 보기보다는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절감형 수가체계인 포괄수가제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의료수요자인 국민과 공급자인 의사,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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