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발 - "전동휠체어 사용법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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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발 - "전동휠체어 사용법 배워요"
  • 송은숙
  • 승인 2012.07.05 00: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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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뭘 하는 곳?] 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상준씨, 아들 재민이(오른쪽)와 함께한 이순희 센터장.

취재:송은숙 기자

장애아들을 키우던 엄마가 사비를 털어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만들어 화제다. 바로 부평구 부평6동에 자리 잡은 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다. 이순희 센터장은 3살 때 사고로 뇌병변1급 장애를 갖게 된 아들 재민(27)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찾다 못해 1년 전 센터를 만들었다.

"혼자서는 무엇 하나 어려운 재민이를 고등학교까지는 특수학교를 보냈는데, 졸업한 후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 7년 가까이 데리고 다니며 재활치료와 물리치료를 받는 게 다였어요. 복지관이나 여러 곳을 가 봐도 중증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으니 매일 집에서만 지냈어요."

다른 장애인들의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게 옆에서 돕겠다고 해도 수업을 들을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에 담당자들과 싸우기도 했다는 이순희 센터장은 어느 순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혼자서는 어려워도 여럿이 모이면 뭔가 되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은 인천장애인여성연대 상담을 받은 후 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구체화했다. 살던 집을 전세로 돌리고 마련한 돈으로 부평6동에 월세를 구해 지난해 6월 드디어 센터의 문을 열었다.

현재 이곳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20여명. 90% 이상이 뇌병변1급의 중증장애인이다. 보통 하루 8~10명 정도가 이곳을 찾는다.

"한 달에 한 번은 심한 경기를 하던 재민이가 지금은 1년에 한 번 정도로 크게 줄었어요.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은 서로 만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서로 도와가며 지냅니다. 다들 의욕이 넘쳐 지난해 12월에는 장애인대학도 8명이나 졸업했어요."

센터에 나오면서 헤드포인터를 이용해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 일규씨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선화씨,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 수진씨, 클레이강사 자격증이 있는 정화씨도 이곳을 자주 찾는 이들이다.

"헤드포인터로 자판을 쳐서 글을 쓰는 게 작은 일 같아도 일규에게는 인생이 달라지는 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혼자서 물건을 사보고, 장애인콜택시를 타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이런 경험을 통해 세상으로 한 발씩 나오는 거죠."

센터에 딸린 작은 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이순희 센터장은 이들의 작은 변화 하나 하나에 행복하다.

일규씨가 헤드 포인터를 이용해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센터의 막내인 광헌(23)씨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장애인선교단체를 만드는 게 꿈이다. 요즘은 헤드포인터를 이용한 컴퓨터 작업으로 장애인 프로그램 사업계획을 짜는 데 매달려 있다.

컴퓨터에 능숙한 다른 멤버 상준씨의 요즘 관심사 중 하나는 센터의 교육용 컴퓨터 마련을 위해 참여한 '소셜 오픈마켓 굿바이셀리'(http://goodbuyselly.com)의 '소원프로젝트'이다. 이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이들이 사연에 '좋아요'를 많이 눌러주면 상금을 받을 수 있단다.

센터에서는 1주일에 한두 번씩 저상버스와 지하철 타기 체험, 텃밭 가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때는 활동보조인들의 도움을 받아 4명 정도 소그룹으로 움직인다. 또한 한 달에 1번 하는 장애인 자조모임에서는 강의나 상담 등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센터에서 자체 프로그램으로 처음 시작한 것은 개소 1주년을 맞아 시작한 '바퀴 달고 세상으로'이다. 전동휠체어를 오래 탄 장애인이 조교가 되어 1:1로 전동휠체어 작동법을 알려준다. 이 프로그램은 매월 2·4주 목요일 오후 2시에 인천교통공원에서 열린다. 교습용 전동휠체어도 준비돼 있어 미리 신청하는 장애인은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전동휠체어가 좋은 제품은 500만~600만원대인데, 많은 장애인들이 사용법을 잘 몰라요. 알려주는 곳도 없고…. 또 손이나 발, 얼굴 등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조작할 수 있는 부위에 맞게 조이스틱 위치도 바꿔줘야 해요."

이곳을 지원하기 위해 자주 찾고 있는 동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주영 소장의 말이다. 그는 선배 장애인 입장에서 ‘동료상담’과 전동휠체어교육에서 조교를 맡아 센터를 돕고 있다.

전동휠체어 사용법을 알려주는 '바퀴 달고 세상으로~' 프로그램은 둘째주와 넷째주 목요일 오후 2시, 교통공원에서 열린다.

이처럼 중증장애인들의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자립생활센터이지만 별다른 지원은 없다. 그러다 보니 여럿이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는 공간이 비좁고, 출입구와 화장실의 높은 문턱도 휠체어로 이동하기에 불편한 부분이다.

"형편이 되면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해서 더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화씨

"세상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이곳이 더 알려져야죠. 지원이 돼서 운영이 안정되고, 프로그램도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컴퓨터 마련 프로젝트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 -상준씨

*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5-7439, 다음카페(cafe.daum.net/bupyeong2078)
  이용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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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희 2012-07-06 09:24:41
좋은기사 감사드려요
이 일이 계기가되어 중증장애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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