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이야기 담은 '우물'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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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이야기 담은 '우물'을 만들어요"
  • 송은숙
  • 승인 2012.08.30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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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공공예술] ⑥ '우물 안 가득' 프로젝트

돌담을 쌓기 위해 세어도 해변에서 돌을 나르고 있다.

취재:송은숙 기자

도시는 도시대로, 섬은 섬대로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 예술과 건축 등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서구의 유일한 유인도 세어도에서 '우물'을 만든다? 바로 주민들이 자주 찾는 마을회관 근처에 우물 형태를 본뜬 커뮤니티장소를 만드는 '우물 안 가득' 프로젝트이다.

"옛날에 사람들이 크고 작은 마을소식을 듣고 서로 소통하는 공간 중 하나가 우물이잖아요. 지금은 그런 공간이 거의 없어지면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역이 단절되고 있어요. '우물 안 가득'은 세어도만의 '우물'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입니다."

8월부터 세어도에서 '지역공동체 문화만들기' 사업의 하나인 '내가 사는 섬 프로젝트'로 '우물 안 가득' 을 진행 중인 이가희(23·추계예술대학 서양화과 4학년)씨 이야기이다.

주민들에게 호박떡을 드리며 인사하는 모습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민들이 자주 찾는 마을회관 근처에 우물의 형태를 본뜬 커뮤니티장소를 만드는 게 바로 '우물 안 가득' 프로젝트이다. 물이 나오는 진짜 우물이 아니라 '공동체 회복'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우물처럼 둥근 형태로 낮은 돌담을 쌓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게 공동텃밭이나 휴식공간일 수도 있고…. '우물'과 함께 세어도 역사와 가치를 알려주는 보물지도를 만들고, 이 장소에 둘 보물상자도 만듭니다."

서구 원창동에 속하는 섬 세어도는 서구 내 유일한 유인도이다. 섬 전체를 둘러보는 데 1시간 반이면 충분할 정도의 규모이다.  모두 1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데,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빠져 나가고 대대로 이곳에서 산 어르신들이 섬을 지키고 있다. 2007년에 처음 전기가 들어오고 마실 물도 마을회관 앞에 있는 수도 1곳이 유일할 정도로 '편리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우물 안 가득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가희씨는 인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접한 공공미술 활동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추계예술대학에서 진행했던 공공미술프로젝트 '골목에서 주름잡기'가 그것으로, 학생들이 방물장수가 되어 아현동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하는 프로젝트이다.

"주민들과 교환할 물건을 직접 만들어 주민들의 물건 또는 이야기와 바꾸는 거죠. 마지막에는 마을잔치까지 벌였어요. 1년 동안 즐겁게 참여하면서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편하고 즐겁게 만나는 것, 그리고 '공동체' 의미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어요."

지난해에는 통인시장에서 벌어진 '시장조각 설치대회'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풍산참기름'이라는 한 점포를 맡아 꾸미는 작업이었다.

이후 자신이 살고 있는 인천에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인천문화재단의 '지역공동체 문화만들기' 사업에 이번 프로젝트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프로젝트가 선정된 이후에는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대학생들이 의기투합해 4명이 팀을 이뤘다. 미국에서 환경디자인을 배우다 편입을 앞두고 잠시 귀국해 참여했다는 오아연(23)씨와 건축이 전공인 윤예진(20)씨, 판화를 배우는 안지수(26)씨다.

세어도 청소 중 한 컷~

8월에는 여러 차례 섬을 찾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 고추따기 등 일손을 돕고, 섬 탐사와 청소를 했다. 9월에는 본격적으로 돌담을 쌓아 공동 공간을 만들고, 보물지도와 보물상자도 완성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면 10월 초에는 마을잔치를 연다.

"혹시 참새우를 쪄서 말린 거 먹어 보셨어요? 농어를 잡을 때 낚싯밥으로 쓰는 건데, 정말 맛있어요. 주민들은 저희가 갈 때마다 손자, 손녀처럼 반기고 반찬도 가져다주세요. 하지만 물이 나오지도 않는 '우물'을 만든다는 말에는 아직도 고개를 갸웃거리세요."

세어도에서 진행되는 대학생들의 '우물 안 가득' 프로젝트 이야기는 네이버블로그 '우물 안 가득'(http://blog.naver.com/umuran.do)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세어도 가는 길

세어도에 가려면 검암역에서 택시로 정서진선착장까지 이동해 이곳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한다. 하루에 2번 배가 다닌다. 또는 만석부두에서 배로 40분 정도 가면 나오는데, 이 배는 하루에 1번만 다닌다.

요즘은 '어촌체험마을'이 되면서 갯벌체험을 하러 오는 어린이들과 낚시, 섬둘레길 걷기 등을 위해 방문객들이 조금씩 이곳을 찾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곳을 정서진과 연계해 '자연생태 체험 휴양지'로 만들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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