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폭력 문제, 매우 심각했다"
상태바
"청소년 성폭력 문제, 매우 심각했다"
  • 송은숙
  • 승인 2012.09.01 0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해바라기아동센터, 개소 3주년 심포지엄 열어

취재:송은숙 기자

"청소년 성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섞여 아동 성폭력보다 접근이 어려운 면이 있다. 가·피해자 모두 이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범죄자화될 수도 있다."

"최근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 청소년 성폭력이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사촌 사이 성폭력 사건이 크게 증가하는 것도 한 특징이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야기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막상 주변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충격적인 청소년과 어린이 대상 성폭력 사건이 부쩍 늘어나는 가운데, 청소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이해와 함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인식 변화를 위한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청소년 성폭력 전담기관인 인천해바라기아동센터(센터장 이명철)는 개소 3주년을 맞아 31일 오후 길병원 암센터 가천홀에서 '청소년 성문제, 피해와 가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태석 여성가족부 차관, 박덕순 인천시 여성가족국장, 모택상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을 비롯해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주제발표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김재련 변호사, 박영희 인천시교육청 학교생활안전지원과 WEE센터 실장, 조인희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등 각계 전문가 4인이 맡았다.

이수정 교수는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제언'이라는 주제로 심각한 청소년 성폭력 관련 통계와 분석 자료들을 공개하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청소년 성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섞여 아동 성폭력보다 접근이 어려운 면을 지니고 있다. 특히 외국의 사례처럼 여자청소년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후 안전한 성장환경이 되지 못하면 가해자로 성장해 범죄자화할 수 있다. 때문에 청소년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는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전체 소년범에서 여자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해마다 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처분이 강경해지는 추세이다. 보호처분을 받은 여자청소년들은 이것이 낙인이 되어 다시 재범 등 범죄자화될 우려도 크다.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보호시설에서는 물론, 그 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이들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박영희 인천시교육청 학교생활안전지원과 WEE센터 실장.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 청소년 성폭력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영희 실장은 "올해 전국적으로 학교폭력건을 전수조사했더니, 성폭력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라며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사촌 사이의 성폭력 사건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고, 학교에서 장애인 친구를 대상으로 하거나 야한 동영상을 여러 아이들에게 핸드폰으로 보낸 다음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대상을 선택하는 등이 그것이다.

조인희 교수는 '청소년 성폭력 가·피해자의 심리'라는 주제로 성폭력에 노출된 아이들과 가해자 심리 특징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 예로 아동기에 성학대를 받는 경우 나중에 성폭행 피해자가 되거나, 성도착증이 생겨 가해자로 뒤바뀌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조인희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그는 예방을 위해서는 유치원 때부터 단계적인 성교육을 시작하고 이후에는 유해사이트나 핸드폰 관리 등이 중요하다는 점, 가해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막상 아이가 성폭력을 당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다온)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흥분하거나 당황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면서 "부모는 전문가를 믿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라고 조언했다.

이때 전문가는 철저히 피해자와 눈높이를 맞춰 쉬운 말로 질문하고, 진술을 그대로 상담일지에 적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를 만지고 괴롭혔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잘 모르는 '성추행', '성관계'라는 말로 기록하면 안 된다. 사소한 부분 같지만 이런 실수 때문에 재판 결과에서 가해자 유죄 입증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김재련 번호사.또한 김재련 변호사는 현재는 관련 법에서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안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친족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을 포함 가정폭력으로 인해 가·피해자를 분리할 때 피해자와 피해자가 보호하는 아동이 불편함을 감수하도록 주거지에서 분리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를 쉼터 등 다른 곳으로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가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측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접근해 진술번복, 고소취하, 탄원서 제출 등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접근금지대상자를 넓혀 규정해야 한다. 현재는 그렇지 못해 친아버지 등 친족성폭행 피해자가 주변의 진술번복 강요, 고소취하 등을 강요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편 심포지엄에 앞서 인천해바라기아동센터 3주년 기념식이 진행됐다. 기념식에서는 지난 5월5일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로부터 안전하고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세상을 주제로 열린 제3회 인천해바라기 그림그리기대회 수상자를 시상했다. 센터 법률자문인 권오용 변호사와 길병원 산부인과 이순표 교수에게는 공로상이 수여됐다. 이어 센터 홍보대사인 뮤지컬배우 겸 탤런트 정수영씨가 희망편지를 낭독하고 언더우드음악학교 학생들이 합창공연을 선보였다.

2009년 7월 여성가족부와 인천시, 길병원의 지원으로 문을 연 인천해바라기아동센터는 성폭력피해를 입은 19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 전 연령의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의료지원, 상담지원, 심리지원, 법률지원 등을 하고 있다.

인천해바라기아동센터 3주년 기념식에서 언더우드음악학교 학생들이 합창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