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폭력 "이대로는 안 된다"
상태바
아동·청소년 성폭력 "이대로는 안 된다"
  • 송은숙
  • 승인 2012.09.05 0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우편으로도 성범죄자 정보 확인 가능

성범죄자 정보를 알 수 있는 사이트 '성범죄자 알림e'.

취재:송은숙 기자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나?"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 나주 초등학생 성폭력 사건의 충격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부쩍 늘었는데, 스마트폰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성폭력이 늘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인터넷, 우편으로 공개하고 있는 성범죄자 정보나 아이 눈높이에 맞는 성교육 등에도 관심을 갖는 게 좋다.

스마트폰 이용 아동·청소년 성폭력 증가

초등학교 6학년 A양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지적장애인 5학년 여학생 B양을 SNS를 활용해 성매매를 주선했다. 장애 때문에 친구가 없는 B양은 A양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여려 명에게 성매매를 하고 돈을 받았다. 5만원을 받으면 A양이 3만원을 갖고, B양에게 2만원을 주었다. 이 일을 몇 개월 동안 반복하다 나중에는 발각이 됐다.

하지만 가해자의 입장이던 A양은 1년 뒤 성폭력 피해자가 되어 상담기관을 찾았다. 자신이 성매매를 하다가 결국은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통해 아이들이 음란물에 일찍 노출되고, 카카오톡 등 SNS를 악용해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배승민 인천해바라기센터 소장은 "직접적인 성폭력 피·가해자가 아닌 아이들도 이런 문화에 노출돼 있는 만큼 부모와 사회가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부, 공부 하는 어른들 틈에서 학교와 학원만 오가느라 스트레스가 쌓이고 에너지를 발산할 곳이 없는 아이들이 성적인 돌출구를 찾게 되는 거죠. 아이들이 하는 게임만 봐도 폭력과 성적인 요소뿐이고…."
"설마 내 아이가" 하는 생각은 잘못

아동·청소년 성폭력 상담기관인 인천해바라기아동센터에 올해 상담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1.5~2배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는 만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다가 올해부터 만 19세 미만으로 연령층을 확대, 상담이 늘어난 원인도 있지만 성폭력 피해는 계속 증가 추세이다.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과 맞물려 사건이 더 복잡하고,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배승민 소장은 "4~5세 아이들도 센터를 찾기 때문에 유아상담실을 온돌바닥으로 바꿔야 했다"라며 아동 성폭력 피해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가지, 아동성폭력의 10%는 남자가 피해자이다. 여자만 성폭력 피해자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청소년 성폭력의 경우 성인 대상 성폭력에 비해 또래에 의한 윤간 등 집단범죄 형태이고, 피·가해가 섞여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래에 의한 성폭력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설마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성범죄자 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에서!

'혹시 우리 집 주변에도 성범죄자가 사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기 불안하다는 부모들이 많다.

이럴 때는 인터넷으로 성범죄자 신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여성가족부와 법무부가 성범죄자 정보를 제공하는 '성범죄자 알림e'(www.sexoffender.go.kr) 사이트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성범죄자의 주소와 사진 등 정보를 알 수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정보는 여성가족부에서, 성인 대상 성범죄자 정보는 법무부에서 제공한다.

2010년 1월 1일부터 공개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정보는 2006년 6월 30일 이후 발생한 성범죄가 대상이다.

또한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둔 부모에 한해, 거주하는 지역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정보를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 정보는 인터넷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성범죄자의 아파트 동·호수까지 나오는 등 더 상세한 편이다. 우편으로 고지되는 내용은 ‘정보통신망 고지’라고 해서 '성범죄자 알림e'에 들어가서 인터넷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내년부터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시스템을 준비해 내년 중에 시행할 계획인데,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성범죄자의 40~60%가 평생 한번 이상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통계를 감안해 아동·청소년이 있는 가정에서는 특히 성범죄자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정보는 2006년 6월 30일 이후 발생한 성범죄에 한해, 성인 대상 성범죄자 정보는 2011년 4월 16일 이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만 공개 대상이 된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그 이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 정보는 알기 어렵다.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이용할 때 실명인증을 거쳐야 하는 점도 번거롭다. 이 부분은 실명인증 절차를 폐지하는 방안이 여성가족부, 법무부가 협의 중인 단계이다.

아는 사람·초범에 의한 피해 많아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된 성범죄자가 근처에 살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초범자가 많아, 비슷한 전과가 없지만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87.4%로 높다.

또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은 아는 사람에 의한 경우가 매우 많아 주의해야 한다.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서 아는 관계가 68.4%를 차지한다.

특히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중 25~50% 정도는 아버지나 오빠 등 근친에 의한 경우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근친에 의한 성폭력은 가족과 친지 등이 고소 취하, 합의서 제출 등을 강요해 아이를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아 잘 대처해야 한다.

성폭력 발생하면 전문상담 받아야

만약 아동·청소년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면 최대한 혈흔이 묻은 속옷 등 증거를 보존하고 빨리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아동·청소년 성폭력상담 전담기관인 인천해바라기아동센터(☎423-1375, www.sunflowericn.or.kr)와 성폭력 외에 가정폭력, 학교폭력 상담이 가능한 원스톱지원센터(☎582-1170, www.iconestop.or.kr)가 대표적이다.

이 중 인천해바라기아동센터는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2009년 7월 문을 열어 가천대길병원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성폭력피해를 입은 만 19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전 연령의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의료와 상담·심리·법률지원 등을 하고 있다.

불안해하는 아이를 부모가 어떻게 대하느냐도 중요하다. 너무 캐물으면 아이는 도리어 자신이 잘못한 것으로 오해해 위축되거나, 부모의 과도한 반응에 더 불안해질 수 있다. 때문에 아이가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인천해바라기아동센터 홈페이지를 찾으면 성폭력 예방과 대응방법 등을 알려준다.

성에 관한 질문, 얼버무리면 안 돼

미리미리 성폭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치원 때부터 성교육을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교에서 한두 시간 하는 성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정에서도 성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성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얼버무리면 '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피하지 말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해주고, 대답이 어렵다면 "같이 알아볼까?" 하면서 책이나 자료 등을 활용한다. 찾아보면 부평구청소년수련관 성문화센터(☎500-2251~4)처럼 어린이, 청소년 대상 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곳들이 있다.

가정에서 성에 대해 편하게 말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고 아이 혼자 인터넷이나 음란물 등을 통해 접하면, 왜곡된 성지식을 갖기 쉽상이다.

또한 부모가 평소 아이들에게 서로 다른 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훌륭한 성교육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