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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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 송은숙
  • 승인 2012.10.0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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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공공예술] ⑧ 섬의 노래 - 아차도


촬영한 영상을 주민들과 보고 있다.

취재:송은숙 기자

외포리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반을 가야 하는 강화군 서도면의 작은 섬 아차도. 그리 크지 않은 섬이지만 이곳 34명 주민들의 삶을 들려줄 '음반'이 곧 나온다. 섬에서 주민들과 같이 생활하며 생생한 삶의 소리를 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만났다.

“개개인이 모여 공동체가 되는 건데, 때로 공동체 안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각자의 목소리를 터뜨리려고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인 그는 인천문화재단의 지역공동체 문화만들기 사업에 지원해 아차도와 인연을 맺었다.

'섬의 노래'는 평생을 바다와 마주하며 살아온 아차도라는 섬 공동체의 이야기, 그리고 공동체 속에 살고 있는 주민 저마다 삶을 '음반'이라는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고영택 작가를 비롯해 강민채, 김준아, 김현주, 박유미, 홍유경, 최윤선 작가까지 모두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추계예술대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서양화나 판화, 미디어아트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작품과 강의를 하다가 이번에 똘똘 뭉쳤다.

섬 주민들의 삶을 음반으로 남기는 '섬의 노래'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작가들.

무더웠던 8월 한 달 '섬쏭레코드사' 개업식을 가진 작가들은 주민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양한 '소리'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또한 낮 동안 밭일과 바닷일에 지친 주민들을 위해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스트레칭과 명상 등을 하는 '달빛 체조'와 '해변노래방'을 열었다.

23가구에 34명의 주민들이 사는 아차도는 작고 조용한 섬이다. 가게라고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인 슈퍼 1곳뿐이다. 주민 대부분은 60~70대이다. 이들의 삶을 담은 '소리'를 모으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들려준 아차도의 유래는 작가들에 의해 창작우화로 됐고, 일하면서 나온 흥얼거림은 노래로 다시 태어났다.

현재 '섬의 노래'는 인터뷰 내용에 사진, 그림, 사운드 등을 입히는 중이다. 10월 말 즈음 완성된 음반을 가지고 각 주민들의 노래를 소개하고 함께 듣고 나누는 '음반발표회'를 선보일 계획이다.

'달빛체조'를 하는 시간이다.

고영택 작가는 '섬의 노래'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역의 섬과 그 안의 공동체를 이루는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지도의 작은 시작'이라고 말했다.

기존 공공미술 프로젝트처럼 단순히 시각적, 조형적인 요소를 남기는 게 아니라 이런 시도를 통해 섬이 또 다른 공간과 소통-연결돼 더 큰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 개인의 삶의 소리가 단순히 들려지는 것이 아니라 듣는 이를 통해 옮겨지고, 내부에서 어떤 움직임을 가져오는 역할을 기대합니다. 서로 다른 개인들이 나누고 공감하며 함께 울고 웃고 보듬어줄 수 있는 공동체야말로 우리가 찾아가야 할 모습이 아닐까요?"

'해변노래방'으로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삶의 일상적인 이야기로 음반의 주인공이 된 주민뿐만 아니라 참여한 작가들에게도 많은 여운을 남겼다.

"아차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생긴 여운, 이 감성을 작품으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 강민채

"처음에는 주민들의 이야기, 삶의 역사를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저희가 훨씬 많은 것을 받고 왔어요." - 김현주

"그동안 혼자 하는 작품,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공공미술 작업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어요. 앞으로 활동에 어떤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 홍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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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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