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조직, 파격적 권한 위임 - 나는 이렇게 경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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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조직, 파격적 권한 위임 - 나는 이렇게 경영했다
  • 박은혜
  • 승인 2012.11.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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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회 경영포럼, 리노공업 이채윤 대표 강연

강연하고 있는 이채윤 리노공업 대표


276회 경영포럼이 22일 오전 7시 30분 송도 라마다호텔 2층에서 열렸다. 리노공업(부산 소재)  이채윤 대표이사가 강단에 서서 ‘나는 이렇게 경영한다’를 주제로 인천의 중소경영인들에게 강연했다. 이 대표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함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으로 1시간 30분을 꽉 채운 강연이 활기넘쳤다.

그는 중소기업인으로 경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조직과 직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지, 해외 진출을 어떻게 해서 수익을 극대화했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설명했다. △수평적 조직구조 △파격적인 권한 위임 △질높은 사원교육 △직원의 업무환경과 복지개선 △해외진출은 꼭! 등 경영철학과 이에 따른 효과를 이야기했다.

아래는 강연의 요지이다.

리노공업의 사훈은 <miri miri> 이다. 미리미리 를 영어로 표기한 것으로 모든 일은 사전에 준비한다는 뜻이다. 어려운 한자를 써서 뜻을 모르는 것보다 기업의 이념을 보여줄 수 있는 단어가 더 좋다고 생각했고, 직원들과 뜻을 모아 사훈을 정했다.

캐치프레이즈는 <17전 18기>이다. 간혹 직원들이 5~6번 해보고 안되면, 안된다고 보고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다 된다. 몇 번만에 되느냐의 문제다.”라며 끝까지 해보라고 했고,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제일 오래 걸린 것이 18번만에 성공한 것이다.

사무실과 공장 벽과 문 곳곳에는 <물어봐라>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그 아래에 ‘답은 가까이에 있다’고 적혀있다. 한국 사람들은 질문에 약하다. 모르면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어봤을 때 무시하며 잘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세계화의 걸림돌이 된다. 외국 사람들은 물어보면 친절히 답해주고, 그것을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 모르는데도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실수하는 경우가 많아서 직원들이 보는 곳곳에 적어두었고, 현재의 리노공업은 질문이 자연스럽다. 한 번은 리노공업을 위해 부산을 방문한 거래처 직원에게 리노 직원이 질문을 하다가, 거래처 직원이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할 시간이 왔다. 리노 직원은 그 비행기를 타고 서울까지 가면서 물어보았다. 이에 거래처 직원이 “왜 이렇게까지 질문을 하느냐”고 물었다. 리노 직원은 “이 일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인데,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골치가 아프다”며 “당신이 잘 아니까 당신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질문이 자유로운 것과 함께 직원의 출장도 결제라인 없이 매우 자유롭다. 회사에 필요하다고 스스로 판단한다면 국내든 해외든 어디라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구조는 수평적이다. 부장, 과장, 대리를 건너뛰어 맨 아래 직원이 주간 업무를 지휘한다. 이에 윗 직급의 직원이 아래 직급의 직원에게 꼼짝 못하기도 한다. 코스트 다운(비용 절감)의 가장 주요한 요인은 이런 것이다. 오래 일한 직원들이 급여를 많이 받고 직급도 높지만, 그들이 꼭 일을 잘 한다는 보장은 없다. 과장 이상의 직급은 직접적인 업무보다는 팀 업무를 연구하여 개선하는 작업을 시킨다.

직원의 복지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화장실과 식당’이다. 더러운 손일 때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미안해서 몸으로 밀고 들어갈 정도로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화장실을 만들고, 호텔 수준의 직원 식당을 만들었다. 탕비실에는 온갖 종류의 주스들을 구비했다. 화장실 문 교체 비용이 줄어들었고, 직원의 충성도가 높아졌다. 직원에게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회사에서 기본적인 제공이 고급스러워질 때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자부심이 늘어난다.

사원교육은 질높은 교육으로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 2~3일 교육으로는 효과가 일주일밖에 가지 않는다. 6개월 이상의 질 높은 교육이 회사의 수익 창출과 연결된다. 가끔 강사에게 사장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대신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사장이 직원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 효과가 있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하는 이야기가 모두 잔소리로 들리는 것과 같은 형태이다.

사장이 형식을 깨고 직원과 한통속이 되어야 한다. 직원들은 젊은 사람들인데, 이들과 대화가 통해야 한다. 한국을 목표로 하지 않고 세계를 목표로 할 때는 더욱 그렇다. 똘똘 뭉쳐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직원들에게 20년 전부터 골프를 가르치고 비용을 대주었더니, 이제는 골프쳐야 할 일이 생길 때 대신 내보내니 오히려 편해졌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하기도 하지만, 아예 모르겠다 며 놓아버리기도 한다.

아주 잘한 일은 결제라인에 사장을 빼버렸다는 점이다. 비용절감의 효과가 나타났다. 직원들은 자신의 도장만 찍으니 결제를 할 때 신중해졌다. 사장의 도장이 마지막에 들어가면 결국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지만, 직원이 자신의 도장만 들어가니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져야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좋고 저렴한 물건을 알아보고 결정하고 결제한다. 물론 수억대의 돈이 들어가는 일에는 사장과 상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결제는 직원 스스로 알아서 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해외진출을 꼭 해야 한다. 작은 국내 시장에서는 대기업에게 치이고 경쟁이 치열해 시장을 넓히기가 쉽지 않다. 그는 해외진출 시에도 초창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해외 전시장에 참여했는데, 첫 해에 아무도 보러 안왔다. 두 번째 해도 참여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는데 왜 우리 부스에만 보러 오지 않는 건지, 세 번째 참여 때에는 외부자의 시각으로 살펴보았다. 문제는 디스플레이와 카달로그가 부산시장 수준이었고, 말은 콩글리쉬라는 점이었다. 누구도 리노 제품에 관심을 갖게 하지 않았다. 네 번째 참여할 때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디스플레이와 카달로그에 돈을 들여 미국 유명한 디자인 업체에 맡겼다. 효과가 있었다. 사람들이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직원들에게 연습시킨 영어는 막상 파란눈과 노란 머리의 외국인 앞에 서면 장벽이 있었지만, 어렵게 계약을 성사시켰다. 조건은 60일 이후 대금 지불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언어도 통하지 않고, 세계 시장에 입지가 좁은 우리 회사가 당신 회사에 돈이 떼이면 받으러 가지도 못한다며, 선결제를 고집했다. 3억의 돈을 선불로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거래 규모가 늘었다. 현재는 3천만불에 이르렀다. 17전 18기의 도전 정신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5번 아이템을 바꾸었다. 이제는 제조업이 한 우물을 파는 시대가 아니다. 시대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비닐 공장으로 시작해, 미싱, 정밀가공업, 현재는 의료기구를 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생긴 이후 중국 공장을 방문해보았고 그 이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미싱에는 손을 뗐다. 의료기구는 앞으로도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사장님들에게 골프 클럽에 매일 출석하는 대신 전 세계의 전시장을 돌아보라고 당부했다. 세계의 흐름을 보아야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 중소기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를 보는 견문을 넓히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 대표는 2000년 ‘작은 회사의 사장학’을 저서했고, 2003년 9월에 청와대 초청 우수 중소기업으로 선정되어 ‘기술혁신과 종업원 복지향상’을 사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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