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인과 당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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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한국인과 당뇨병
  • 김정아
  • 승인 2012.12.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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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김정아 / 햇살노인전문기관 온가정의원 원장·내과전문의

11월 14일은 UN에서 정한 세계당뇨병의 날이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2012 한국인 당뇨병 연구보고서’를 발표하여 급증하는 우리나라 당뇨병 상황에 대한 우려와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이며, 10명 중 2명은 공복혈당장애가 있는 잠재적인 당뇨병 단계라고 한다. 1971년 당뇨병 유병율이 1.5%, 10년 전인 2001년에는 8.6%였고 현재는 성인의 10%는 당뇨병이며 위험단계까지 포함하면 30%가 넘어가고,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에는 당뇨병환자가 591만 명으로 예상된다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이 풍토병이 되고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특히 이번 발표는 지역별 당뇨병 유병율과 사망률에 대한 조사가 포함되어 있어, 소득 수준과 거주지 등 사회적 여건에 따른 질병의 이환과 합병증의 차이에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된다.

2010년도 인천시 성인의 당뇨병 환자비율이 11%로 전국 시도 중 3번째로 높고, 당뇨병 사망율은 10만 명 당 2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구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동구가 31.3명으로 가장 많고, 중구 30.5명, 남구 30.2명 순서로 노령 인구 보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구도심으로 분류되는 지역의 사망률이 현격히 높아 질병의 양극화가 사실로 나타나 놀라움을 주고 있다. 이것은 운동과 식이요법 등 개별적인 자가 관리뿐만 아니라 지역적, 사회적 특성에 따라 질병 관리지침이 달라야 함을 의료진과 보건정책자에게 보여주는 결과이다.

반면 미국당뇨병학회는 유럽당뇨병학회와 함께 2009년에 이어 2012년 ‘제2형의 당뇨병 치료지침’을 발표하였다. 3년 동안 축적된 당뇨병에 관한 역학과 치료동향, 합병증과 관련된 예후, 치료약제의 대규모 임상결과 등을 평가하여 당뇨병의 표준진료를 마련한 임상권고안이다.

미국당뇨병학회가 올해 내놓은 지침의 특징은 환자 개개인의 임상적 상황에 맞추어서 적절한 치료목표를 정하는 것이 당뇨병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이 방법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지침처럼 ‘반드시 혈당은 얼마 이하로 조절되어야 한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략적으로 나누어 첫째로, 당을 엄격하게 조절해야 하는 경우는 당뇨의 유병기간이 짧거나, 앞으로 생존기간이 긴 젊은 사람으로 심각한 저혈당 위험이 없고 중증 심혈관 질환이 없는 환자에서 대혈관 합병증의 발병을 최대한 막기 위해 당화혈색소 6.5% 미만을 목표로 설정한 환자군이다.

둘째, 당화혈색소를 7.5~8.0%까지 덜 엄격한 목표가 필요한 환자군은 당뇨 유병기간이 길수록, 심각한 저혈당 경험이 한번이라도 있을수록, 잔여생존기간이 짧은 노인환자일수록, 진행된 혈관 합병증이 있거나, 동반질환이 많을수록 그리고 인슐린을 포함해 적극적인 치료와 환자의 노력에도 당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이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보기에도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 당뇨병 환자가 많아지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치명적인 대혈관 합병증을 가진 당뇨병 환자들의 생존율이 늘어나면서, 지나치게 엄격하게 당조절을 한 환자들이 저혈당을 경험하여 일상생활이 위축된다거나 저혈당으로 쓰러지면서 고관절골절 등 사고가 나거나 저혈당 혼수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뇌저산소증으로 영구적인 장애를 입는 경우도 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당뇨병 환자의 80%는 자신의 병에 대해 관심도 많고 잘 조절하기 위하여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자가당뇨교육이 되어 있는 환자들에게는 선진국형 고혈당 관리 지침대로 의료진이 그 환자의 특성과 치료방법에 대한 선호도에 맞추어 환자가 주체가 되는 당뇨관리를 하여야 궁극적으로 치료도 잘 되고 환자도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본인이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환자가 27%나 되고, 특히 30~40대 환자는 무려 46%가 당뇨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알고 있어도 치료하지 않는 환자도 상당하니 이런 환자군에 대한 관리방침은 달라야 할 것이다.

또한 소득 수준이 낮아 상대적으로 싸고 열량이 높은 음식을 먹는 것에 익숙해 있거나, 건강관리에 관심을 둘 여력도 없이 술, 담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세대, 일상 생활 기능이 떨어져 당뇨 관리가 어려운 노인인구의 증가 등 인구사회학적 질병으로서의 당뇨병에 대한 다방면의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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