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공부 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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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공부 잘하고 싶어요"
  • 황원준
  • 승인 2012.12.0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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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준의 마음성형] 아이들의 성적&정신건강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아주 보람되고 좋은 일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부모님들 귀가 쫑긋할 내용이다. 중학교 남학생이 저희 병원에서 치료받는 중에 반에서가 아니라 전교 1등을 했다. 설마 하고 의아해 하실 것이다. 정신건강과 성적이 무슨 연관이 있다고?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은 뭔가 자녀에게 정서적인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이다. 이것은 ‘도움요청행위(help-seeking behavior)’ 또는 ‘관심요청행위(attention-seeking behavior)’로 도움이나 관심, 사랑, 격려, 지지 또는 애정을 가져 달라는 강력한 신호이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공부에 매달려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는 증거이다. 일시적 성적 저하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으나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점차 하향한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부모님들을 자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자동차가 신호등을 무시하고 지나가면 사고를 낼 수 있듯이, 자녀의 도움요청행위의 신호를 무시하고 시간이 흐르면 더 큰 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성적이 저하되는 이유를 알아보자. 첫 번째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공부하지 않는 경우이다. 물론 공부하지 않는 이유를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하겠지만, 스스로가 공부에 취미가 없거나 공부 외의 다른 일에 관심이 많아서 그럴 수 있다. 즉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이 경우는 그 아이의 관심이 있는 분야를 키워주면 좋다. 다양성이 인정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인생이 너무도 많다. 영어 수학 못한다고 아무것도 못하는 못난 놈으로 무시하고 천대하지 말자.

두 번째로 집중을 못해서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책을 보려고 하면 산만하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보여 공부에 전념할 수가 없다. 산만하고 주의력이 결핍되거나 충동적이고 과잉행동 양상을 보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진단된 경우이다. 정신건강의학적 진료 및 약물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버리고 정신약물요법으로 80%이상 효과가 있다. 요즘은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이라는 비약물요법도 있으며 그와 병행하여 산만한 학습태도를 교정해주는 상담요법과 부모교육도 필요하다. 대개의 경우 아빠도 어려서 그랬다는데, 우리 아이도 크면 나아지겠지 생각하고 넘어간다. 대부분은 좋아지지만 30% 정도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청소년이 되어 소위 ‘문제아’가 되어 행동장애(품행장애, conduct disorder)가 나타난다. 학교 부적응 문제행동으로 학교에서 행정 처리를 위해 진단서가 필요하여 뒤늦게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게 된다. 가급적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 미리 평가와 치료받기를 적극 권한다.

다음은 성격적으로 지나치게 강박적이고 완벽을 추구하는 아이이다. 자기 마음에 완벽해야 마음이 놓여, 숙제를 하는데 다른 친구들보다 서너 배 이상의 시간을 소비한다. 숙제를 선생님이 불러 주는데, 너무 꼼꼼하고 깨끗하고 반듯하게 쓰려다 보니까 다 받아 적지 못해서 다음날 숙제를 해가지 못한다. 키 포인트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도 다 중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네 번째로 청소년 우울증이 있을 때이다. 우울증이 있으면 매사에 의욕이 없고 귀찮고 행동이 느려지며 게을러진다. 공부하는 일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학교에 가는 것도 귀찮아진다. 친구와 노는 것도 싫어 혼자 지내고 책만 펴놓고 멍 때리고 앉아만 있다. 안 그러던 아이가 멍한 상태나 게으른 모습을 보이면 한번쯤은 청소년 우울증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섯 번째로 사회불안의 일종인 시험불안이다. 평소 잘하던 자녀가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에 자신이 없어하고 망치는 경우이다. 주변에 평소 공부 잘하던 아이가 중요한 수능에서 망치고나 음대지망생이 무대에서 실수하여 낙방하는 사례이다. 중요한 시험 직전에 전혀 습관성이 없고 졸립지도 않은 약물치료요법으로 Y대학 피아노학과에 입학한 사례도 있다.

마지막으로 발달상의 문제가 없는지 관찰해 봐야 한다. 신체적 장애, 신경학적 장애, 전반적 발달 장애 및 정신지체가 있는지, 교육의 기회가 부족해서 오는 것은 아닌지 평가되어야 한다. 이런 장애가 없는데도 특별한 학습, 언어, 말하기 및 운동의 협조 기능의 발달이 부적절하여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글씨를 모르거나 문장의 뜻을 몰라서 수학을 못 풀 수 있다. 즉 읽기가 부족해서, 수학을 못해서, 글을 써서 표현하지 못하여 학습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위의 경우들을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크면 좋아지겠지’, ‘게을러서 탈이야’, ‘우리 아이는 어차피 공부와 담쌓았어’라고 지나쳐 버리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조기에 평가해서 치료해주어야 한다. 부모의 방심과 무관심으로 자녀의 인생을 그릇되게 해서는 안 된다. 지나친 과잉보호도 문제이지만,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조금은 미리 예방차원에서 상담하여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말자. 신체적 예방접종은 너무도 잘 알고 하면서 정신의 건강 체크는 안하고 미루는지 모르겠다. 정신건강 검진도 초1, 초4, 중1, 고1에 3년에 한번은 꼭 종합심리학적 평가(심리검사)를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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