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부모도 행복한 공동육아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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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부모도 행복한 공동육아어린이집
  • 송은숙
  • 승인 2012.12.03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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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형태로 출자, 운영도 함께

취재:송은숙 기자

아이가 어린 부모들은 이맘 때쯤이면 안심하고 아이를 보낼 어린이집, 유치원을 찾는 게 큰일이다. 부모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출자하고 운영해 만족도가 높고, 공부보다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라는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대해 알아본다.

뜻을 같이해서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이 된 학부모들은 이사회를 구성, 어린이집의 운영방향과 예산 등 모든 문제를 함께 결정한다. 그만큼 정해진 대로 따라가는 일반 어린이집과 달리 부모들의 참여가 절대적인 요소이다.

때문에 부모와 교사들의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 부모들이 운영에 참여하는 부분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교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개선점을 찾아 나간다. 교사들의 휴가기간에는 부모들이 일일교사를 맡아 아이들을 가르친다.

교사가 돌보는 아이의 수가 적어서 충분한 관심을 쏟을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장점이다. 희망세상어린이집의 경우 0~2세는 교사 1인당 3명, 3세는 1인당 5명의 아이가 한 반이다.

또한 아이들이 친구뿐 아니라 형, 동생 관계가 잘 만들어진다. 아이들은 주말이면 어린이집에서 친해진 친구의 집에 놀러가고, 함께 어린이집 운영을 상의하는 부모들의 사이 또한 가깝다.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교육철학이 달라 ‘공부’보다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면서 어울리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비중을 둔다.아이와 교사의 민주적인 관계를 위해 존댓말은 쓰지 않는다. 교사, 학부모는 저마다 별명을 정해 부르고 역시 반말을 한다. 

간식과 식사는 대부분 생협 등을 이용해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한다.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은 물론 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책임 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조합형태이므로 처음에 내야 하는 출자금이나 일반 어린이집보다 높은 보육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보통 출자금은 200~500만원 정도이다. 다달이 내는 비용은 일반 어린이집 과 비슷하거나 2배 정도이다. 어린이집 운영에 들어가는 교사 인건비, 식비 등 비용을 학부모들이 똑같이 나누어 내기 때문에 어린이집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공동육아어린이집은 60곳이 넘고, 이들은 ‘공동육아 네트워크’를 만들어 도움을 주고받는다. 인천의 경우 희망세상을 제외한 해맑은어린이집, 너랑나랑어린이집, 너나들이어린이집 3곳에 이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

공동육아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지만 출자금이나 부모들의 참여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공동육아어린이집 관계자들은 공동육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두 아이를 해맑은어린이집에 보낸 한 조합원의 말이다.

“직접 참여해 보니 공동육아가 바람직한 육아모델이 분명한데, 확산이 어렵습니다. 검단의 너나들이어린이집이 인천에서는 10년만에 새로 생긴 곳입니다. 부모들의 참여가 많아 힘든 부분도 있지만, 시에서 더 관심을 가진다면 달라지지 않을까요? 서울에서는 공동육아어린이집이 서울형어린이집에 선정돼 교사 인건비를 지원받는 사례도 있고…”

희망세상어린이집(부평3동 767-155 ☎521-4630)

노동운동, 보육교사 운동 등을 하던 9명의 부모가 모여 방 한 칸에서 아이들을 함께 돌본 것이 시작이 됐다. 아이들이 20명으로 늘어 상가 2층을 임대, 희망세상어린이집으로 등록한 것이 1998년의 일이다. 이후 더 많은 맞벌이부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을 만들어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공동육아어린이집으로 출발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 조합에 참여하는 분의 권유로 미리 출자금을 대출 받아 냈어요. 그리고 두 아이를 낳은 후 이곳에서 모두 길러 초등학교 6학년, 1학년이 됐습니다.”

파랑새 이사장의 이야기이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많은 고민을 한 그는 어린이집 근처로 이사해 방과후교실을 이용하고, 둘째도 마찬가지다.

희망세상어린이집 부모들이 아이들이 겨울 동안 먹을 김장을 하고 있다.

희망세상어린이집에는 0~7세 70명의 아이들이 있다. 야간돌봄이 가능해 밤 10시까지 돌봐주기 때문에 맞벌이 부모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또한 협동조합에서는 어린이집 외에 초등 방과후교실인 마을기업 ‘둥그미’, 쑥덕쑥덕작은도서관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영아에서 시작해 초등학교 때까지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다 보니 어린이집 근처로 아예 이사를 오는 이들이 많다.

해맑은어린이집(계산구 계산동 971-4 ☎546-2889)

이곳은 3~7세아를 대상으로 하는데, 나이별로 1반씩 모두 5반이다. 5명의 선생님과 원장선생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맛단지선생님이 있다.

‘조출교사’가 있어 7시반부터 일찍 오는 아이들을 맞아준다. 아이들은 자유선택활동을 하다가 오전새참을 먹고, 오전 나들이 장소를 스스로 정해 놀이터나 계양산, 공원, 서점 등으로 나들이를 다녀온다. 매주 목요일은 나이에 상관없이 함께 나들이를 다녀오는 날이다.

놀이터에 오전 나들이를 나온 해맑은어린이집 아이들. 구슬치기 놀이 중이다.

나들이 후에는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잔다. 오후 활동은 나이별로 이루어지는데, 노래를 배우거나 전래놀이 등 연령통합 활동도 자주 이루어진다. 세시절기에 맞춰 김치, 유자차, 강정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활동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대부분 주변 주민들이 어린이집을 이용하지만, 공동육아어린이집이 적다 보니 서구나 청라지구 에서 오는 이들도 있다. 어린이집, 방과후교실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이사를 결심한다.

협동조합에서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방과후교실도 운영한다. 방과후교실은 어린이집과 한 건물을 쓰다가 2년 전, 5분 거리의 건물로 이사를 했다.

구슬과 딱지 등이 들어 있는 아이들의 '놀이주머니'.

“큰 아이가 5살 때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이제는 3학년이 됐어요.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가서는 어린이집과 함께하는 방과후교실에서 요리, 목공, 염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작은 아이는 3살 때부터 보냈어요.”

두 아이를 해맑은어린이집에 보내는 아빠, 펭귄 조합원의 이야기이다. 후배가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다는 말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릴 때만이라도 마음껏 뛰어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해맑은어린이집을 선택했다.

“이곳에 보내고 나니 놀면서 또래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 동생들과 친해지는 게 좋더라고요. 아이 수가 적으니 아이들이 다른 친구의 부모님도 모두 알고 여러 관계가 잘 만들어지는 것이 장점이죠. 큰아이를 국공립어린이집, 사립어린이집에 보냈을 때는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게 어려웠어요.”

너랑나랑어린이집(문학동 375-2 ☎437-5516)

4~7세를 대상으로 하는 이곳에는 올해의 경우 18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맞벌이부부들을 위해 아침 7시 30분부터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선생님과 밥을 같이 먹은 아이들은 친구들이 모두 오면 차를 마시면서 하루의 활동을 스스로 정한다.

어느 날은 문학산이나 도호부청사에 나들이를 가고 서점 등 매일 오전은 나들이를 다녀온다. 계절에 따른 활동이 많은데, 예를 들어 산에 가서 곤충이 많은 계절에는 곤충을 관찰한다. 이런 날에는 점심, 낮잠 후 오후 활동으로 곤충책을 보거나 나무로 곤충을 만든다.

산에 나들이를 간 너랑나랑어린이집 아이들.

“맞벌이를 해서 큰 아이를 5살 때부터 유치원에 보냈어요. 종일반에서 오후 내내 TV를 보게 하고, 어느 날은 귤 하나를 간식으로 주면서 먹는 소리, 의자 움직이는 소리도 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나중에 유치원 발표회를 할 때는 어른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절도 있게 마스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아이답게 키워야 한다는 결심을 했어요.”

너랑나랑을 졸업한 큰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둘째도 이곳에 보내고 있는 나비 이사장의 말이다.

“어려서부터 아이가 선택하고 책임지도록 가르치고 싶었는데, 공동육아어린이집이 그런 점에서 마음에 들었어요.”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니, 아이가 생각하는 능력이 커지는 것이 보였다. 이런 점 때문인지 너랑나랑을 졸업하는 아이들의 50% 정도는 초등 대안학교에 가고 있다.

“일반 어린이집처럼 차량이 운행되지 않아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고,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해 고민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어요. 그래도 부모가 애쓰고 고민하고 뭐 하나라도 하려고 할 때 아이가 잘 크지 않을까요? 세상이 갈수록 편리해지니 아이를 키울 때도 쉬운 길만 찾잖아요.”

너나들이어린이집(서구 왕길동 대림e편한세상 ☎070-7550-4463)

이곳은 올해 3월 문을 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준비모임을 시작해 검단지역너나들이부모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현재 조합원은 16가정이다.

“아이를 때려서 어린이집이 영업정지를 당한 사건도 있었고 이 지역에서 어린이집 사건이 유난히 많았어요. 딸이 4살이 되면서 품앗이육아에 관심이 생겼는데, 주변에서 공동육아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철학이나 시스템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큰부리 이사장의 이야기이다. 네이버 카페 ‘검단맘’을 운영하는 그는 카페를 통해서 알음알음 조합원을 모아 공동육아어린이집의 문을 열었다.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 5가정의 준비위원이 이제는 그만 남았다.

아파트에 연 어린이집에서 3~5세 아이 20명을 4명의 교사가 돌본다. 교사 1인당 6명의 아이를 보는 셈이다. 먹을거리는 영양교사인 맛단지 선생님이 맡고, 지금은 교사가 겸임하고 있는 원장을 내년에는 따로 뽑는다. 또한 같은 단지에 어린이집 하나를 더 열 계획이다.

이곳 역시 아이들이 그날 하고 싶은 활동을 정한다.

“가장 어린 3세 아이들도 ‘어느 산이 좋다’는 말을 할 줄 알아요.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누가 주도하느냐가 중요해요. 공동육아에서는 부모의 참여가 많아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부모들이 용기를 낼 때 아이가 아이답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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