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 양지 바른 풀밭에 피는 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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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 양지 바른 풀밭에 피는 흰꽃
  • 신종철
  • 승인 2012.12.0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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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들꽃 산책]⑦뚜깔-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인천in - 강화뉴스 협약기사>

아직 산국이나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기 전쯤 가을 산에서 쉽게 만나는 들꽃들 중에 뚜깔과 마타리가 있다. 필자의 집 앞 혈구산과 뒤의 낮으막한 산에서도 뚜깔과 마타리가 꽃을 피우고 있다.
 이 둘은 식물 분류상 같은 마타리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마타리속에 속한 식물로는 세계에 약 15종이 자라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마타리와 뚜깔이 있다. 이 둘은 사촌간이라서인지 자라는 생육환경이 같다, 둘 다 산이나 들의 양지 바른 풀밭에서 자란다. 그리고 꽃이 피는 시기도 같다. 이 둘은 다 봄에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다.  
필자가 청소년기에 살았던 곳엔 바로 집 뒤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었다. 서쪽 끝자락에서 올라 동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걸으며 봄이면 산나물도 뜯고 여름엔 나리꽃도 한 아름 꺾어 집에 가져와 꽃병에 꽂기도 하였던 시절을 추억하니 그 모습이 눈에 그려지며 마음이 즐거워진다. 그 때 산을 오르내리며 뜯었던 나물 중에 하나가 뚜깔이었다.
 가을에 거의 같은 때에 산에서 피는 들꽃들인 참취, 미역취, 마타리, 뚜깔, 대나물 등은 다 봄에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 들꽃들이다. 이들 봄에 산나물로 먹었던 들꽃들의 꽃은 흰색이거나 노란색이다. 미역취와 마타리는 노란색, 대나물과 참취와 뚜깔은 흰색의 꽃을 피운다. 요즘은 참취만이 고급 산나물로 대접받으면서 다른 것들은 산나물 메뉴에서 사라져버린 것이 섭섭하다. 예전엔 뚜깔도 당당한 산나물로 대접받았었는데.
 봄에 산나물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잘못하여 독성이 있는 것을 먹으면 부작용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한 번은 보령 출신으로 산을 좋아하는 장로님과 봄에 축령산에 갔었는데 필자는 들꽃을 사진에 담기에 정신이 팔렸고 그동안 장로님은 산나물을 한보따리 뜯었다. 무엇을 그렇게 많이 뜯었느냐고 하니 취나물이란다. 필자가 열어보니 취와 비슷했지만 취나물이 아닌 알 수 없는 풀이었다. 결국 다 버리고 말았다.
 산나물을 뜯을 때는 확실히 아는 것만 뜯어야 한다. 뚜깔은 다른 것들과 확실하게 구별되는데, 잎의 양면에 흰털이 드물게 있고 표면은 녹색이지만 뒷면은 흰빛이 돌아 다른 풀을 뚜깔로 혼동할 염려가 없어 한 번 알아두면 확실하게 뜯을 수 있다. 학명에 붙은 ‘villosa’ 란 명칭도 부드러운 털이 있다는 뜻으로 뚜깔의 확실한 특징을 드러내준다.
 뚜깔은 한방에서는 패장(敗醬)이라고 하는데 이는 그 뿌리에서 간장 다리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냄새와는 달리 패장은 항염성이 많아서 한방에서 귀하게 쓰이는 약재라고 한다. 최근 한 한의사가 이 패장이 만성 전립선치료에 특효가 있음을 그의 논문에 발표한 것이 보도된 바 있다.
우리나라가 원산인 뚜깔의 꽃말은 ‘야성미’, ‘생명력’이라 하는데 산에 들에 절로 나고 피는 들꽃에 걸맞은 꽃말인 것 같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국화리 시리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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