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늘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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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늘 첫 개인전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3.06.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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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띠 갤러리' 6월30일 까지
 
박하늘1.jpg
 
동양화?서양화?
 
인천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있는 박하늘씨의 전시가 있다는 이야기를 김선희 관장에 의해 전해들었다. 그런데 내 눈앞에는 자신의 핏줄이 뽑아져 만든 그물 위에 앉은 사람이라니 .. 이게 동양화? 한국화? 서양화와 차이가 뭔데? 종이가 좀 다르네.
 
물어봤다. 재료의 차이란다. 여튼 종이가 좀 다른 것을 빼면 동양화라 하기에는 좀 이해되지 않았다.  동서양화의 구분은 이제 '학과'를 구분하는 수준에서 있을 뿐인듯 하다. 경계는 사라져가고 있다. 그냥 현대 회화다.
 
 
'에바....'가 생각났다.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메이션에 폭 빠진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나온 로봇이 있다. 그 로봇은 싸움을 하고 나면 부러지고 부서지는 게 아니고 찟겨지고 피가 철철 흘렀다. 우리가 생각하는 로봇의 외관이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 어떤 유기체다.
 
에바는 조종사와 일체화 되어 싸운다. 무섭고 끔찍하고 안타까운, 인간의 감정을 전이받아 싸운다. 교감의 존재에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박하늘_개인전_엽서_앞면(여백수정)-1.jpg
 
 
핏물이 물에 섞여 고이고...
 
박하늘씨의 그림은 핏물이 뚝뚝, 핏줄이 그대로 드러나고 마침내 내장의 윤기, 물기 같은 것이 옷과 신발과 몸이 하나가 된 어떤 남자사람의 모습을 갖는다. 게다가 동양화에 이런 소재라니, .. 소재를 다루고 이해하는 방식이 독특했다.
 
그는 자신의 소재를 이렇게 소개한다. 무서워서 눈을 가리고는 손가락 사이로 보고 싶은 무엇, 무섭다고 이불 뒤집어 썼으나 빼꼼히 실눈 뜨고 보고 싶은 무엇이 바로 내장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호기심을 누를 수 없었던 작가의 느낌이 발전해서 지금, 몸에 걸친 모든 것들이 사람의 핏줄과 근육으로 이어져 그대로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진 존재에 이르렀다.
 
 
총, 구두, 수트, 의자가 사람의 근육과 핏줄로 이어진다
 
창자로 표현된 구름은 좀 무거웠다. 석고 토르소가 근육과 핏줄로 그려져있다. 차가운 석고와는 다른 이상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런 그림들과 같은 방식으로 사실적으로 표현된 오징어 그림이 걸려 있었다. 오히려 그 녀석(?)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리고 앞으로 오징어를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심장에서 펌핑되어 나온 피가 사람의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있다. 의자도 그 핏물로 붉다. 닭창자로 표현된 얼굴, 그리고 그 창자의 결로 표현된 수트 입은 남자가 포즈를 잡고 있다.
 
온전히, 모든 것들은 이어져 있다. 서로 반응하고, 연결되어 있다. 다시, 에바 ..  그 유기체 로봇이 생각난다. 내장기관이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 채워진다. 낯설고 괴이한 느낌은 이제 어쩌면 세상이 그렇게 우리와 이어져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변하고, 채워진다.  
 
박하늘 대표이미지.png
 
 
작가노트 :
내장(organ)은 항상 숨길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생명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피륙에 싸인 원래의 위치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외부에 드러나면 본질적인 위화감을 느끼게한다. 생명을 상징하는 동시에 위치하는 곳에 따라 죽음을 상징하는 역설적인 도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내장을 모티브로 삶과 죽음이 분리될때 느껴지는 낯설음의 공포를 극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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