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사회·환경적인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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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사회·환경적인 개념'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06.2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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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철 소장 '장애 인지와 감수성 향상을 위한 대화' 주제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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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화) 인천사회복지회관에서 진보신당 남동당원협의회와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 주최로 “장애와 장애차별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임수철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의 강연이 열렸다. “장애 인지와 감수성 향상을 위한 대화”라는 부제를 단 이번 강연은 장애에 대한 일반의 편견이 어떤 것인지, 또 장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임수철 소장은 장애 개념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며 세 가지 주요 흐름을 지적했다.

임 소장은 장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서 첫 번째로 “장애는 결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합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의된다는 점에서 장애는 사회적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의학적인 기준의 장애 개념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대목이지만, 국제적으로는 장애를 사회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즉, 장애는 “의학적인 기준의 개념에서 사회적인 의미의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는 장애를 정의하면서 “상황요인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행정적인 개념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장애인 등을 ‘생활 보호 대상자’가 아니라,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로 분류하는 방식이 그렇다. 이는 우리 사회도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자’가 아닌, 권리를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 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임 소장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다문화 가정의 이주민은 장애인일까요, 아닐까요?” 

의학적 기준의 장애 개념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선뜻 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임 소장은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이주민도 “장애인으로 보는 게 맞다”고 지적하고 “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소통의 불편을 겪고 있다면 이를 장애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령 농인(聾人)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에서 비장애인은 오히려 심각한 장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농인 사회에서 수화는 가장 보편적인 의사소통 수단일 것이기 때문에 수화를 익히지 못한 비장애인은 소통의 장애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즉, 장애는 누가 사회의 다수 혹은 소수를 이루는지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실제 사례가 있다. 미국 뉴잉글랜드 인근 마서즈비니어드섬은 근친혼과 우성 농유전자 때문에 농인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섬 주민들은 대부분 수화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했다. 이곳에서는 농인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거나 분리되지 않았고, 사회적 제약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농인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까지 수화를 익힌다면 청각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임 소장은 “다수에 맞춰 만들어진 물리적 환경이 장애를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일상에서 중증장애인을 접하는 빈도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방증한다. 임 소장은 중증장애인의 사회활동이 많아지는 이유를 “발달된 보조기구와 편리한 편의시설 등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첨단기술로 작동하는 전동휠체어나 지하철에 설치돼 있는 엘리베니터를 예로 들었다. 즉, 사회가 물리적 환경을 어떻게 개선하는가에 따라 장애는 완화되거나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장애인에게 편리한 환경은 임신부나 노인 등에게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임 소장은 “장애란 사회가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살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장애란 의학적인 문제보다는 사회·문화의 구조와 억압의 결과인 셈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억압은 마치 습관처럼 구조화돼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상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조롱할 때, 우리는 “찐따나 미친놈, 바보, 병신, 귀머거리” 등과 같은 장애와 관련된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곤 한다. 이런 말들이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사용된다는 것은 사회가 장애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노골적인 차별과 억압도 공공연하게 저질러지기도 한다. 장애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탑승을 거부당하거나, 입학이나 고용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장애인 고용장려금이 줄어들었을 때에는 장애인들은 구조조정의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또, 우리 사회는 장애를 근로능력이나 생산능력(비장애인의 20%)으로 판단해 보상이 상대적으로 적게 이루어지는 등, 장애인에 대한 보험차별이 존재하기도 한다.

물론, 사회는 이러한 장애인 차별과 억압을 없애고 더불어 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만, 임 소장은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회복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이 완전한 사회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면, 사회복지는 자본주의적 태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어 한계가 있습니다. 오히려 자본의 모순이 사회복지를 통해 양산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사회보장이 필요한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날 강연에서는 장애인 인권침해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유형들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 유형의 장애를 설명하며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잘못된 편견이 어떤 것인지도 진지하게 논의되었고, 일상에서 장애인 비장애인이 원활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에티켓 등을 배우는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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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회관 인근의 한 건널목. 그런데 인천시의 장애 인식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장면이다. 요철이 있는 노란색 점자유도 블록은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을 돕기 위한 시설이다. 동그란 요철은 '멈춤'을, 긴 요철은 '보행'을 의미한다. 그런데 보행을 의미하는 블록과 '볼라드'가 겹쳐져 있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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