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모의고사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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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모의고사 '실망'
  • 지건태 기자
  • 승인 2013.07.08 00: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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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잔치로 막 내린 실내무도대회
 
폐막식 피날레.jpg
지난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실내무도아시안게임의 피날레 모습(사진제공=아시안게임 조직위)
 
인천시가 아시안게임 성공 개최를 위한 값비싼 모의고사를 치렀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제4회 인천실내무도 아시안게임에 대한 평가다. 성적은 낙제점이다.
2007년아시안게임 유치를 확정 지은 이후 근 7년을 준비한 모의고사 치곤 기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40억아시안인의 축제란 말이 무색할 만큼 텅빈 관람석은 마케팅의 부재로 지적됐다.또 미숙한 경기진행은 물론 대회운영 전반에 허점을드러냈고, 외신은 말할 것도 없이 국내 미디어에도 철저히 외면 받았다. 그나마경기 내용을 상보한 인천지역 언론마저 비난 일색의 기사를 쏟아냈다.
 
입장권매진에도 흥행은 실패
 
“우수성과 우정, 존중의 올림픽 가치가 개최도시 인천을 가득 메웠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웨이지 종(중국) 명예종신부회장은 대회 폐회를 선언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나 공식 석상에서의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분위기다.  반어적 표현의 꾸지람이 아닌가 할 정도로 면구스럽다. 
 
실제 지난 한주 인천에서 국제대회가 열렸는지 조차 대다수 시민은 알지 못했다. 정확한 통계치는 없어도 대회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경기장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 김순영 씨(58)는 “경기장을 찾는 사람이 없어 아무일 없이 자리만 지켜야 했다”며 “주변에 많은 이들이 인천에서 대회가 열리는지 조차 알지 못해 속상하다”고 말했다.
 
실내무도대회는 올림픽과 같은 일반 종합대회에 들지 못한 체스와 격투기, 댄스, 풋살 등 이색 스포츠 종목만을 모은 대회로 처음부터 흥행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대회 조직위는 입장권 판매 목표치(2만9500장)를 훨씬 넘어 3만8천여장이 판매됐다며 흥행을 자신했다. 하지만 대회기간 대부분의 경기장 관중석은 썰렁했다. 비교적 국내 팬 층이 두터운 e스포츠 종목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일 스타크래프트(게임) 결승전이 열린 삼산월드체육관에는 국내 유명선수가 간의 결승전임에도 불구, 관중석은 10%도 채 차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 결승경기.jpg
지난 2일 스트크래프트 결승경기가 열린 삼산월드체육관, 대부분의 관중석이 빈자리다.
 
인터넷 중고판매 싸이트에는 일찌감치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대회 개폐회식은 물론 경기장 입장권이 나돌았다. 개·폐회식 3등석(5만원) 입장권이 반값에도 못 미치는 1만5천원에 올라와 있었지만 이 조차도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당초 목표치에 120%에 달하는 입장권을 사전 판매한 것으로 밝힌 대회 조직위는 급기야 대회 전체 경기장 유료 관람석을 축소, 목표치를 설정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전체 7만여석에 달하는 관람석 중 선수와 임원석, 미디어석, 후원사 지정석 등 무료좌석 2만여석을 제외하더라도 유료 관람석은 5만여석이 넘는데 이를 40% 가량 줄여 목표치를 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 판매된 3만8천여석의 입장권도 상당수 회수되지 않아 조직위 측도 '강매(强買)'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처럼 대부분의 경기장 입장권이 강매로 소진되다보니 정작 대회 흥행을 위한 홍보는 뒷전일 수밖에 없지 않았겠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조직위 입장에서 입장권 판매를 위한 대회 홍보 자체가 불필요했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잔치
 
실내와 무도대회를 통합, 인천에서 처음 치러진 제4회 실내무도아시안게임에는 북한을 제외한 아시아 44개국 2470명의 선수와 임원진이 참가했다.
 
대회를 주관한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는 3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모두 3800여명의 전문 인력을 대회기간 현장에 투입했다. 내년 아시안게임을 위한 실전 예행연습인 셈이다.
 
그러나 대회기간 일부 경기장 지붕에서 빗물이 새고, 정전이 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생소한 종목이다보니 경기 진행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충분히 내년 아시안게임 개최 전에 보완 가능하다는 게 조직위 측 설명이다.
 
문제는 대회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소통과 화합, 배려'라는 이번 대회 목표와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경기 종목 관련 국내 동호회는 물론 그 흔한 관변단체에게 마저 철저히 외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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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기간 차량 2부제 시행을 독려하는 한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생뚝맞아 보인다
이처럼 시민 참여가 저조한 데는 대회 조직위와 시 직원들 간의 오랜 반목 때문이란 지적도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실제 대회를 앞두고 대회 조직위가 시 파견공무원에 대한 근무평가를 할 수 있도록 내부규정을 변경하려다 시 공무원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조직위 파견 직원의 경우 시에서 근무할 때보다 1~2 직급 높은 대우를 받고 있어 '상전' 행세를 한다는 식의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반면 조직위 측도 시와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입장권 판매에서부터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직위 관계자는 “대회 진행 외적인 면에서 시의 협조가 불가피한데도 모든 것을 조직위에 떠미는 모양새”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대회기간 상설공연은 모두 조직위에서 섭외한 9개 국립예술단에 의해 진행됐다. 인천지역 예술단체가 참여한 공연은 선수촌 문화공연 단 1건에 불과했다. 외국 선수단을 위한 시티투어도 뒤늦게 진행돼 200여명이 참가하는 데 그쳤다. 이들 모두 시의 협조 없이는 추진하기 힘든 과제다.
 
일각에서는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이 같은 모습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시안게임(9. 19~10. 4)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치러지는 만큼 '래임덕'이 아닌 '포스트' 인천시장으로서 보다 강력한 의지 표명이 필요할 것이란 주장이다.
송영길 시장.jpg
대회 폐회식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미디어 없는 스포츠 행사
 
현대 스포츠에서 미디어는 뗄 내야 뗄 수 없는 핵심 콘텐츠다. 88 서울올림픽이 그랬고, 2002 한일 월드컵이 그랬다.
인천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제대회를 유치한 궁극적인 이유 역시 미디어를 통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OCA 공식기자회견 (언론과 거리).jpg
대회 개최를 앞두고 가진 공식기자회견, 기자들과 멀리 떨어진 모습이 언론과의 거리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국제대회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더욱이 대회 주관방송사인 KBS와 MBC도 대회 개·폐회식은 물론 대부분의 경기를 생중계하지 않았다.
 
더욱이 대회 조직위가 일부 종목에 한해 뉴스를 자체 제작, 제공하는 서비스(AGNS)까지 도입했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외면했다. 그나마 각종 대회 소식을 상보한 지역 언론마저 비난 일색의 보도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조직위 측은 '경기 종목이 대중적이지 않고 인기가 없다보니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것 같다'며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개·폐회식이 열린 토요일 오후 MBC 간판프로인 '무한도전'이 방영되는 데 어떻게 대회 중계를 요구할 수 있겠냐는 식이다.
 
이는 미디어를 대하는 조직위의 기본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물며 '월드컵' 같은 인기 스포츠도 주요 국가의 방송 시간대를 고려해 경기시간을 조율하는 데, 실내무도대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대회 조직위는 지역 언론이 괜한 트집을 잡아 기사를 담합, 악의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사실 일부 기자들 사이에 부정적인 기사 내용을 공유, 보도한 행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디어를 스스로 등진 듯한 조직위의 행태도 딱히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인천시는 물론 스폰서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각종 미디어에 표출된 빈도가 낮고, 부정보도로 인한 이미지마저 실추된다면 대회를 개최하고 후원한 명분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번 대회에는 현대·기아 자동차와 빈폴 등 4개사가 파트너 기업으로 참여했다.
 
한편 대회 폐막식 때 특별 영상으로 상영된 '특별한 시간, 8일'은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인천시가 '비전 2014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원하고 있는 몽골의 당구 선수 나란투야(19)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다. 각종 매체에서 충분히 다룰만한 아이템으로 왜 진작 이 같은 소재를 홍보에 활용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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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숙 객원기자 2013-07-08 10:16:59
지건태 기자님! 속시원한 기사 잘 보았습니다.
수고많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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