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의 8월, 고추말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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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의 8월, 고추말리기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3.09.0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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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말리기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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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고추가 사라진 겨울에 쓸쓸해질 빈 벽을 위해 고추가 익어가는 담벼락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사실 고추모종과 상추등 몇몇의 모종을 심는 것은 이제 화분텃밭을 가꾸는모든 이들의 습관이 된 참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달린 고추를 따서 말리는 건 아니다. 크고 아름다운 홍성고추등 남쪽 지방에서 잘 자란 고추를 사서 말린다. 20kg이 작년에는 10만원 내외로 무척 비쌌는데 올해는 절반가격이 안되기도 하고 넘기도 했다. 대신 20킬로당 5근이 조금 넘는 양이 나온걸 보면 고추가 작년보다 물을 많이 먹은 모양이라고는 하신다. 대략은 6근 정도가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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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아마 그 이전에도 그랬겠지만 장마가 끝나고 휴가철이 시작되는 즈음이면 할머니들의 고추말리기는 시작된다. 7말8초 여름 휴가가 끝난 후 철로변길에 들어서면 붉은 양탄자가 펼쳐진다. 짙푸르러진 나무, 풀들 속에 꽃대신 피어난다. 이것들이 말라가는 시간에는 매콤하면서 달큰한 냄새가 철로변길에 은은히 퍼진다. 꽃 향기도 좋지만 잘 말라가는 고추향기는 안도와 격려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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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장마가 끝났다고 해도 고추말리기의 적은 소나기, 비다. 그 방비책으로 간이 비닐하우스가 등장한다. 덮기 쉽게, 덮었더라도 바람이 잘 통할 수 있게 하기위한 고추비닐하우스는 대략 이런 모양으로 정형화된거 같다. 그렇더라도 끝없이 바람과 햇볕을 맞도록 해야한다.  바닥을 띄워야 하는 것도 잊지 안아야 하고... 작년인가 몇해 전의 경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보일러를 때서 말리기도 하였고, 잘 마르라고 자르거나 배를 갈라서 말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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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한 자녀들과 드시기 위해 매일 아침 널고 저녁에 거두기를 반복하신다. 땀이 줄줄 흐르는는데도 쉴 줄 모르시지만 이른 아침에 널고, 최대한 늦게까지 바람을 쐬도록 두어야 한다. 그 동안 언제 비가 올지 모르니 대기하고 있어야하는 것이 제일 큰 곤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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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가득하던 지붕 앞에는 할머니의 소쿠리와 쟁반들이 총 출동이다.
햇살이 좋은 처마 위에 나란히 놓아둔 소쿠리와 쟁반은 언제나 내 카메라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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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영초 어린이 가이드에도 조롱조롱... 이쪽은 길이 좁아 많이 말리시지는 못하는데... 옥상에서 말리는 경우가 많다. 내년에는 높은 옥상에 올라가 고추말리는 옥상들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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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텐트를 만들지 못한 경우 간이로 만들거나 추가로 할때 대략의 모양이다. 비가 오면 여기에 비닐만 덮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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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집 어르신은 7월 장마가 오락가락 하실때부터 고추텐트를 만드시느라 여념이 없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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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양은 이렇게도 말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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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만큼만... 공원슈퍼 할머니는 그리 많이 말리시지는 않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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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기구가 있는 곳도 운동할 자리를 빼 놓으면 고추 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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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올해 알았던 사실인데, 고추말리기를 시작할 즈음에 겨울 김장배추를 심어야 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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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말리기가 시작되면 여름에 피는 배롱나무(목 백일홍) 붉은 꽃도 정말 아름답게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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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붉은 양탄자는 넓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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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치는 이장희 벽화가 있는 할머니네 앞마당도 올해 여름은 고추가 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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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날이 습하면 벌레들이 알을 까지 않도록 모기향도 피워줘야합니다.
그런거 보면 고추가 그리 독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고추 몇 박스가 말라갈 즈음이면 다시 새 고추를 말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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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리기도 하구요 - 요건 부평 주택가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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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전시보다 고추 말리기가 더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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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말리는 채반도 빼 놓을 수 없구요 .. 볕 좋은 곳엔 나란히 고추가 누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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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향의 빈 가게 앞은 오가는 사람들에게는 좀 미안해도 고추말리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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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야외용 테라스 테이블 위도 고추 차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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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가 더 멋진 작품이니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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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반에 집에서 딴 고추 만큼 말려야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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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말리기가 시작되고 한두주 지나면 고추 트럭이 몇번씩 오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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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고추가 말라갈때 맨드라미도 이렇게 눈부시게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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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게 되면... 최대한 그냥 두는 것이 상책이랍니다. 손을 대면 물러지기 쉽다구요. 오히려 그냥 두면 더운 열기와 햇볕에 날라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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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고, 말리느라 묻은 먼지를 닦고, 상한것을 골라내고, 고추배를 가르고 씨를 발라내고... 8월 내내 고생한 보람이 고운 한 줌 고춧가루로 태어납니다. 땀으로 얻은 귀한 고춧가루입니다. 내  손으로  만든 것이 제일 건강하다는게 울 어머니 말씀이신데 그 '손'이야 말로 땀과 노력의 다른 말, 고추말리기의 비법입니다.
 
내년에는 한 상자만 말려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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