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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사람으로서 몇 등급입니까?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10.2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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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등급제폐지 당위성에 관한 토론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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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의 사슬 '장애인 등급제' 폐지의 당위성에 관한 토론회'

10월 24일(목) 오후 3시 인천사회복지관 3층 대강당에서 ‘작인의 사슬 ’장애인 등급제‘ 폐지의 당위성에 관한 토론회’가 (사)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주최와 인천 장애우인권센터의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사)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임수철 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하는 가운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가 발제를 맡아 ‘장애등급제 폐지는 권리보장의 시작이다!’라는 주제로 발표했으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남병준 정책실장,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인천지부 심재호 집행위원장,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서울)의 오영철 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장애인들은 작년 8월부터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 장애인등급제폐지와 ▲부양의무제폐지,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 ▲24시간 활동보조 쟁취를 위해 노숙농성을 벌여왔다. 토론회가 있던 24일은 이들이 노숙농성을 벌인지 433일째였다. 

장애등급제는 1988년 11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고, 1989년 ‘장애인복지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일본과 유사한 방식으로 제도화됐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2조1항에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정의하고, 2조2항에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로 구분해 장애의 종류를 설명하며 장애의 세부적인 정의와 기준은 대통령령에 의해 정해진다고 밝히고 있다. 또,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을 통해 “장애인은 장애의 정도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되, 그 등급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라고 명시했다. 

문제는 이러한 등급이 복지서비스에 대한 장애인들의 욕구를 획일화시키고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낙인효과를 낳는 결과를 초래하는 공급자중심의 서비스전달체계라는 점이다. 박경석 대표는 장애등급제는 “단순히 하나의 부분으로 기능하는 제도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장애인복지체계와 장애에 대한 모든 담론을 지배해온 거대한 구조를 관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장애등급제의 차별구조를 다음과 같이 성토했다.

“장애등급제란, 장애를 개인적 신체의 결함으로 규정하고, 쟁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개인의 불행 혹은 고작해야 가족의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전문가와 보호자 중심의 알량한 복지체계로,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시설보호를 구조화하여, 결국은 장애인을 배제함으로써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구조를 보호하고자 하는, 이 땅의 구시대적 차뵬구조를 관통하는 동력이다. 따라서, 장애등급제는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

박 대표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이어 ‘권리보장법’이 제정돼야 한다며 △장애에 대한 정의의 전환과 △탈시설화 및 전환서비스체계 구축, △장애인중심 복지전달체계 개편, △개인별지원체계 구축, △간접소득보장(대중교통 감면 등)을 직접 소득보장으로 전환, △예산확대, △권리옹호 체계 구축, △지역사회 자립생활권리 확보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박 대표의 발표에 이어 토론자의 발표가 이어졌다. 

첫 번째 토론자인 남병준 정책실장은 지난 선거에서 모든 정당이 장애등급제 폐지에 동의하는 공약을 내걸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장애등급제는 언젠가 반드시 철폐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논의하고 있는 장애등급을 경증과 중증 등의 단계로 단순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기존 시스템을 폐지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또, 북유럽에는 장애인 등록이라는 제도가 자체가 없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이 사라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경우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요청하기 위해 관련 기관에 문의하면 장애등급과 가족(부양자)의 형편을 묻지만, 장애인 등록제가 없는 나라에서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묻는다는 것이다. 즉, 이들 나라에서는 개인별 지원제도가 정착돼 있어 등급에 따른 획일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개개인에게 맞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차이는 장애에 대한 개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의학적 기준으로 세분화된 장애등급으로 누군가를 규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애를 사회적 개념으로 바라보는 인권적 시각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심재호 집행위원장도 이와 맥을 같이하며 “경증이나 중증과 상관없이 누구나 필요한 서비스를 충분히 받아야만 함에도 장애등급제는 최중증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집중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1, 2, 3급의 장애가 아니면, 장애인 축에도 못끼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으며 등급하락으로 인해 불이익을 겪어야 했던 여러 장애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심 위원장 역시 “장애등급제 폐지를 넘어 장애등록제 폐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기준을 정하는 선택적 사회서비스가 아니라, 보편적 사회서비스로의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토론자로 참여한 오영철 소장 역시 장애등급제 폐지에 목소리를 보태는 발표를 이어나갔다. 

오 소장은 장애등급제의 문제점으로 ▲예산에 맞추어 쉽게 장애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적 편의, ▲장애유형을 제한하는 문제, ▲장애인의 몸(장애정도)을 등급화해 낙인화함으로써 발생하는 인권침해, ▲장애를 의료적인 영역의 문제로만 한정하는 장애의 개념 ▲장애등급과 가구소득에 따라 서비스가 판정됨으로써 개개인의 환경과 욕구를 무시하는 문제 등을 지적했다. 

또, 오소장은 장애등급폐지의 대안으로서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ung, disability and health)의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모델은 앞서 남병준 정책실장이 개인별 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이 채택한 방식이다. 오 소장은 “한국과 비슷한 장애등급제를 갖고 있던 대만은 5년간 연구과정을 거쳐 ICF 모델로 장애판정기준을 개발하고 기존의 장애등급제를 폐지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흐름과 인권의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장애등급제와 판정체계는 바뀌어야 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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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발표를 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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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서울) 오영철 소장의 발표 모습. 이날 토론회는 수화통역이 동시에 실시되는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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