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화학 위험성 규명 기존방식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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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화학 위험성 규명 기존방식으로 어렵다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10.2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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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 화재나 폭발 등에 대한 위험범위, 주민 안전조치 등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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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SK석유화학 단지 사업장 담벼락을 경계로 생활시설이 근접하고 있어 폭발로 인해 대형화재가 발생할 경우 주민들에게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이에 장외영향평가를 앞당겨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연 기존의 유해위험설비 관리 체계의 한계는 무엇인가.
 
에너지환경안전보건원의 이인복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유해화학물질과 관련하여 1995년부터 산업안전보건법 49조의 2항(공정안전보고서의 작성 및 제출)에 따라 공정안전관리제도(PSM: Process Safety Management)를 시행하고 자율적인 안전관리를 통해 중대산업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하고, 이에 대한 심사와 현장 확인을 시행한 다음, 석유화학 및 가스시설에 공정안전 향상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사업장 내(on-site)의 설비나 인적 오류에 대한 위험성을 사전에 발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즉,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는 사업장 내의 근로자의 안전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사업장 외(off-site)의 주변 지역이나 지역사회의 안전성 확보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PSM에는 안전을 확보하는 것과 더불어 이를 입증함으로써 유해위험설비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에게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인복 연구원은 “도입과정에서 주요 요소가 누락되거나 부족하게 반영”됐을 것이란 의견을 내비쳤다.

이 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토지사용계획의 수립에 있어 유해위험설비의 위험성을 반영하지 않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공공에 대한 정보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지역사회의 부적절한 이해나 오해로 인한 격렬한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 외부비상조치계획이 미비하고 정량적 위험평가의 활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다른 안전대책으로는 환경영향평가가 있다. 세계적으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사후 대책만으로는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개발계획을 추진하는 단계에서 환경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정책으로 1977년에 도입되었고, 2012년에는 ‘환경영향평가법’으로 통합돼 시행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유해위험설비의 개발로 인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해로운 영향을 미리 예측하고 분석함으로써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의사결정을 뒷받침해주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유해위험설비의 화재나 폭발, 또는 누출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위험범위, 주변지역 주민에 대한 안전조치 등에 대한 항목이 없는 게 문제다. (표1)

구미 산업단지와 삼성전사 화성사업장에서의 불산누출 사고는 유해위험설비로 인해 인근 지역사회가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인지를 뼈저리게 경험한 사건이었다. 이에 환경부는 부랴부랴 화학물질 사고로부터 국민과 환경을 보호하겠다며 ‘장외영향평가제도(Off-site Consequence Analysis)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장외영향평가제는 오는 2015년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 보니 SK인천석유화학에 대한 장외영향평가를 실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석유화학 관련 시설이 인근 주민의 생활공간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격리된 반면, SK인천석유화학의 경우 인근 200미터 이내에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을 정도로 도심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뿐만 아니라, 차량이 다니는 도로에 화학물질을 운반하는 수송관이 노출돼 있어 사고의 위험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장외영향평가제는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은 설비로부터 사고발생시 주변 어디까지 위험범위에 도달할 것인지를 위험등고선(Risk Contour, 그림1)을 통해 구분하고 내부영역(Inner zone)과 중간영역(Middle zone), 외곽영역(Outer zone) 등으로 표시해 각각에 대해 안전조치를 취하도록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평가 결과에 따라 위험범위 내에 수목지를 만들어 화재나 누출사고로부터 주변 지역을 보호하거나 공장 주변에 포소화기구를 설치해 화재사고가 날 경우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선진국은 장외영향평가를 시행할 때 지역 주민을 검증단에 함께 참여시켜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기존에 유해위험시설을 규제하는 PSM이나 환경영향평가만으로는 이러한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 이에 장외영향평가를 시행 시점보다 앞당겨 시급히 시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천시는 검증단을 꾸려 SK인천석유화학 증설공장의 위험성 검증에 힘을 쏟고 있고, 인천시 감사관실은 서구청에 대한 감사를 단행하고 있다. 또한, 송영길 인천시장을 위시해 시의회와 서구의회 등도 문제가 발견될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엄중한 경고를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제스처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우려와 함께, 지역주민이 SK인천석유화학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고 공장증설 반대에 대해 인천지역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객관적인 검증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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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1] 환경영향평가 세부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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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위험등고선(Risk Con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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