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켈러는 소리를 어떻게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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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켈러는 소리를 어떻게 들었을까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2.1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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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체험박물관에 가면 소리 세계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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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특히 현대인은 하루 종일 수많은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연이 만든 소리든, 사람이 만든 소리든,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살아가는 동안 사람은 소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소리는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원리로 전달될까.
강화도 길상면 선두리, ‘소리체험박물관’에 가면 소리의 모든 것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이 있다. 소리의 역사, 소리가 만들어낸 악기, 소리의 원리, 소리가 만들어낸 자본시장 등 소리 세계의 모든 것을 알아보고 체험할 수 있다.
 
소리체험박물관은 크게 네 개의 관으로 연결돼 있다. 제1관은 자연의 소리관, 제2관은 소리과학관, 제3관은 악기박물관, 제4관은 축음기박물관이다. 자연의 소리관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악기를, 소리과학관에서는 귀의 구조와 소리 전달, 공명을 실험할 수 있다. 악기박물관은 악기를 통해 세계 각국의 악기를, 축음기박물관은 축음기부터 MP3까지의 발전단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소리체험박물관 조윤석 관장은 바순을 전공한 연주자다. 그는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한테 일일이 설명하고 체험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음악을 전공했으니까 악기들, 음향기기들을 모았다. 2000년에 은퇴하면 뭘할까 생각하면서 모으기 시작했다. 30년 동안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고, 대학에 강의를 나갔다. 2008년도에 이 건물을 샀고, 2010년에 개관했다.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드는 셈이다. 연 1만명 정도인데, 지난해부터 조금 유지가 되는 편이다. 그전까지는 투자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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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석 관장이 관람객에게 '바람의 소리'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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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자유롭게 각종 악기를 통해 소리를 체험하고 있다.
 
 
그는 또 “우리 박물관은 개인박물관치고는 꽤 큰 편이다. 세로로 50미터이고, 실평수 110평이다. 인천시에서 보조 받는 건 없다. 박물관 인가를 내려니까 학예사제도가 있더라. 학예사를 두면 유지가 안 된다. 박물관으로 인가 받으면 시에서 보조가 나온다고 하는데 그전까지 힘들다. 그래서 과학관으로 등록했다. 내가 악기를 전공해서 전문직원이 되면서 등록됐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자연의 소리관은 무척 흥미롭다. ‘하늘의 소리’라고 해서 비, 바람, 구름, 천둥 소리를 듣고 체험할 수 있다. 레인스틱(rain stick)은 칠레의 민속악기로 기우제 때 쓰려고 고안한 악기다. 마른 선인장이나 대나무를 잘라 만든 통 안에 구슬이나 조개껍질 조각을 넣어 만들었다. 악기를 비스듬하게 기울여서 연주하며 각도 조절로 비의 세기를 조절한다. 윈드차임(wind chime)은 사람의 주의를 끄는 효과가 있어 장면변화를 할 때 연주한다. 스프링북은 북에 스프링을 달아놓아 스프링의 진동이 북에 공명되어 구름이 몰려오는 무서운 소리를 낸다. 악기에서 나오는 파동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천둥소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의 음성이라고 생각했다. 이 코너는 옛날 라디오방송국에서 음향효과를 낼 때 많이 쓰이던 악기들이 모여 있다.
 
조윤석 관장은 관람객에게 악기를 일일이 연주하며 친절하게 설명한다. “보통 북들은 음정이 없지만 팀파니는 음정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북이다. 고대 이집트 유적에서도 발견되는 팀파니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17세기부터 오케스트라에서 사용됐다. 베토벤에 의해서 그 지위를 확고히 했으며, 일반적으로는 2~3개를 세트로 사용한다.”
 
그는 또 “한국 종, 중국 종을 비롯한 동양 종과, 서양 종도 있다. 서양 종은 나팔꽃 모양으로 만들어서 소리가 안에서 퍼져 나와 신호용으로 많이 쓰인다. 동양 종은 거의 바깥에서 쓴다. 항아리 모양으로 생겨서 소리를 머물게 하고 오래 간다. 시간을 재보니 3분도 더 울린다”며 관람객들이 직접 쳐보도록 설명했다. 소리체험박물관에는 악기 옆에 악기의 유래, 사용법, 소리의 원리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바다 속에는 온갖 소리가 있다. 고래는 소처럼 ‘음매’하는 소리, 새처럼 지저귀는 소리, 휘파람 소리까지 낸다. 수염고래는 18db의 소리까지 낼 수 있으며, 850km 밖의 다른 고래가 들을 수 있다. 펭귄새끼는 생각보다 소리에 의존한다. 무리들 속에서 먹이를 구해오며, 부모가 소리를 내면 알아듣고 쏜살같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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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과학관에서는 소리의 원리를 좀 더 과학적으로 알 수 있다. 위대한 예술이나 과학의 업적에는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놓여 있다. 예술은 새로운 비전으로 과학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고, 과학은 새로운 방법으로 예술을 표현하도록 도왔다. 과학자에게 예술적소양이 필요하듯, 예술인들도 과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귀의 구조, 소리 전달, 공명에 대해 알 수 있다. 조 관장은 “여기는 소리의 전달이다. 나무는 보통보다 열 배는 소리가 빨리 전달된다. 지진 났을 때 동물들이 빨리 들어서 도망갈 수 있다. 너무 시끄러워서 있을 수가 없다”면서 “공명에 대해서 잘 알면 헬렌 켈러가 어떻게 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것도 공명을 이용한 거다. 공명은 다른 물체와 직간접 접촉을 할 때 음이 전달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여러 가지 체험을 하게 하면서 공명에 대해 설명했다.
 
어릴 때 철로에 귀를 대고 기차가 어디쯤 오는지 알아보거나, 책상에 귀를 대고 짝꿍이 내는 소리를 들어본 것도 다 ‘소리의 전달’의 원리에서 나온 것이다. 소리는 물체의 진동과 그 진동을 전달해주는 물질인 ‘매질’이 있어야 하는데, 매질마다 전달 속도가 다르다. 공기 340m, 물 1500m, 목재 1000~4000m, 강철 5000m. 지진이 일어났을 때 땅 속에 사는 동물들이 먼저 알고 도망가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청진기’에 대한 설명도 있다. ‘청진’은 의사 레오폴트 아우렌부르크(오스트리아 1751년)가 술 따르는 사람이 술통을 톡톡 두드려, 그 소리로 술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아는 것을 보고 흥미롭다고 여겨, 인체에도 이 방법을 써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했다. 이처럼 소리에는 ‘내면성’이라는 특성이 있어, 소리를 들으면 사물의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의사가 청진할 때는 환자 몸에 직접 귀를 대고 들었다. ‘청진기’는 르레 라에네크(프랑스 1781~1826년)라는 의사가 수줍음을 타고, 특히 여자 환자일 때는 곤란을 겪었다. 이때 궁리 끝에 만들어낸 것이 청진기다. 진단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여전히 중요하다.
 
악기박물관은 자연물로 만든 악기부터 현대 악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인류가 존재해오는 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에 맞는 소리를 표현해낼 수 있는 악기를 만들어왔고, 그런 악기를 통해 음악을 만들어냈다. 열매로 만든 자연 악기부터 실로폰의 원조라고 하는 아프리카 실로폰, 나무로 만든 실로폰, 쇠로 만든 실로폰 등 관람객들이 마음껏 쳐볼 수 있게 돼 있다. 벽면 한쪽에는 수많은 악기가 걸려 있다. 악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보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코너다.
 
악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인간은 자연에서 나는 소리들과 생활도구를 두들기거나 부딪쳤을 때 나는 소리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소리에 진동과 공명이라는 소리의 원리를 알아내서, 자연적인 소리들을 인위적으로 만들려는 욕구가 생겼다. 악기재료와 음색은 지구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8가지 재질인 쇠, 나무, 대나무, 바가지, 가죽, 흙, 돌, 줄을 사용한다.’
 
악기 종류에 대한 설명을 해놓은 글도 알기 쉽다. 타악기는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속이 빈 통나무를 두드렸을 것이고, 그러다가 짐승의 가죽을 씌어 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관악기는 뿌~ 뿌~ 뿔에서 관악기로, 즉 뿔이나 뼈, 갈대같이 속이 빈 파이프 같은 것에 입술과 리드 또는 공기의 떨림으로 소리를 낸다. 목관악기와 금속악기가 있다. 현악기는 휙휙~ 소리를 내는 활에서 시작됐다. 활은 무기나 사냥도구로 쓰이고, 악기로도 쓰였다. 숟가락으로 활 시위를 누르자 음높이도 변하고, 그 중에 한쪽 끝을 입에 물며 공명통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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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박물관 한쪽 벽에는 각종 악기들이 다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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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 실로폰.
 
 
악기의 왕이라고 설명한 피아노는 어떤 악기일까. ‘18세기 초 혁명적인 피아노의 등장은 당시의 건반악기들(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에 비해 큰 소리뿐만 아니라, 작은 소리도 낼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갖췄다. 그래서 이 악기의 이름을 여기로 세다는 뜻의 피아노포르테가 되고, 이 말이 줄어 피아노가 됐다. 그후, 환상적인 페달이 개발돼 울림이 풍부해지고 음색도 윤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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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축음기박물관에서는 소리의 자본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
 
 
2층은 축음기박물관이다. 에디슨이 만든 축음기부터 진품부터, 요새 쓰는 엠피쓰리까지 다 있다. 전화기의 역사, 라디오의 역사를 비롯해 소리의 자본화에 대한 설명도 있다. ‘소리는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만 들을 수 있었고 전달하는 거리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려는 인간의 노력은 1876년 벨의 전화기나, 1877년 에디슨의 축음기로 결실을 맺었다. 이렇게 소리는 기록되고 재생되어 자본화하기 시작했다. 축음기와 음반, 전화기를 소비할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며 눈부신 발달을 거듭했다. 130년 간의 소리 자본역사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 주면 봄방학이 시작된다. 방학을 이용해 어디론가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면 가까운 소리체험박물관은 어떨까.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불고 두드려 보면, ‘소리’가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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