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게임하니까 답답하고 어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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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게임하니까 답답하고 어지러워요!"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2.27 0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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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기적의도서관, 시각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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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를 끼고 접시에 담긴 사탕을 옮기는 일이 쉬울까. 답은 ‘그렇지 않다’다. 시각장애인들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반면에 비장애인들은 ‘보이는 것들’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부평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봄방학을 맞이해 2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각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을 열었다.

행사 프로그램은 시각장애에 관련된 여러 문화를 소개해주고,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각장애인들이 쓰는 다양한 생활용품과 책을 보여주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여러 가지 체험을 했다. 점자 체험, 식사체험, 오목체험, 다트게임, 그밖에 안 보이는 상태에서 여러 촉감을 활용해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명함을 찍어주는 체험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명함에 점자를 넣었다. 어디에서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테이프를 이용해 점자처럼 문자를 친근하게 쓸 수 있다. 라벨 팔찌에 점자를 만들어 붙이기도 하고, 촉각을 이용해 지도책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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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김수아 사회복지사는 “이 책은 <올록볼록 세계지도>라고 해서 나라별로 입체적으로 표현됐다. 국가가 각각 표면이 다르고, 모양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이 묵자와 점자가 함께 있다. 비장애인들이 볼 수 있게 가져왔다. 별자리를 표현한 것도 있고, 호기심 자극해서 볼 수 있는 책도 있다”면서 아이들이 손가락 끝으로 점자를 짚어볼 수 있다고 전했다.

보이는 정도에 따라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생활하는 용품이 다르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해도 조금 보이는 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눈 이외에 다른 감각을 이용해 소리를 통해서 보기도 하고,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카드게임이나, 화투도 점자를 통해서 할 수 있다.

오델로 게임은 아이들이 어려워할까봐 오목으로 바꾸어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은 안대를 낀 상태에서 알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게임을 한다. 식사체험은 간단하다. 김수아씨는 “아이들이 가끔 “안 보이는 사람들이 밥을 어떻게 먹지?” 하기도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그냥 평소 먹는 것처럼 먹는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톡톡 쳐서 옮겨보고, 안 보이는 상태에서 느낌으로 충분히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여러 체험을 하면서 ‘이런 것들이 있구나, 이렇게 사는 분들이 있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봐둬야 커서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시각장애인들을 바라볼 수 있다. 어린 친구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주려고 방문하고 있다”면서 “우리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안에 있는 점자도서관에서 나오게 됐다. 방학이니까 도서관에서 진행하고, 평소에는 구청 등에서 진행하는 박람회에 많이 간다. 시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가서도 알리고 있다. 부평 기적의도서관에는 지난해 여름에 한 번 하고 이번에 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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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도서관에 와서 캠페인을 벌인다고 해서 당장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인식의 변화보다는 체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번 해본다고 해서 장애에 대해 이해를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김수아씨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아, 이런 물건도 있구나, 나 해봤어 하면서 친근하게 느낄 것이다. 인식이 바뀌는 것보다는 친근하게 느끼게 된다. 개선을 하려면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안 보이는 상태에서 다트게임을 하기 쉬울까. 시각장애인이 게임을 할 때는 소리를 내게 해서 과녁이 어디 있는지 알려준다. 아이들이 안대를 가리고 잘 안 보이는 상태에서 다트게임을 하다보면, 안 보이는 게 어떤 건지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구산초 3학년이 된다는 한 어린이는 “재밌지만 눈 가리고 하니까 답답하고 어지럽다. 눈을 가리고 한번에 맞춘 건 신기하다”며 웃었다.

부평 기적의 도서관 강윤경 사서는 “지난해에도 한 번 했는데, 도서관 이용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한테도 호응이 좋아 진행하게 됐다. 올해는 상반기 하반기에 진행될 예정인데, 하반기에는 8월 방학 때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애를 가진 분들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는 데 도움이 됐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나와 진행하는 분들도 아주 적극적이다. 행사 기간이 하루 종일이라 힘들 텐데도 열심히 진행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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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이렇게 직접 관계자분이나 도서관에서 직접 나와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여러 가지를 만들어보고, 여러 활동을 통해서 아무래도 기존에 비치돼 있는 도서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심있게 볼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진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한다. 복지관과 도서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서 이런 캠페인을 한다. 우리 도서관에서는 작년부터 했다. 사전접수를 받고 하는 게 아닌데도 도서관에 와서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부분에서 사람들한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올해 두 번 계획을 잡은 것도 1년에 한 번보다는 상하반기에 나누어 하면 더 친근하게 다가갈 것 같아서다. 기회가 되면 지역에 있는 도서관에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적의 도서관 유은경 팀장은 “기존에는 체험을 연계해서 진행하기보다는 거의 강의식으로 진행됐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직접 나와서 연계 프로그램을 해주시니까 참 좋은 기회를 얻어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 MOU를 체결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재미있어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해에는 나사렛대 실습생을 받으면서 실제 졸업생 중에 시각장애인이 있었다. 그 학생이 직접 안내견과 함께 와서 반응이 좋았다. 올해도 할 계획이다. 그 학생이 본인이 안내견과 함께 와서 쓰는 물품들도 보여주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도 반응이 좋았다. 나사렛대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이 실습 나오는 철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다. 그 학생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해줘서 참석한 사람들이 많이 공감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오늘 체험행사도 아이들한테 쉽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닿아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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