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책, 책으로 하나 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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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책, 책으로 하나 되는 세상’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3.09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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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세계 책의 수도’ 성공적 추진을 위한 공청회 중계
‘2015 유네스코 세계 책의 수도’ 성공적 추진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인천시가 주최하고 인천발전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공청회는 ‘세계 책의 수도’ 비전수립에 앞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마련됐다.

송영길 시장은 인사말에서 요즘 아이들은 ‘검색’은 있지만 ‘사색’은 없다는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의 말을 인용, 즉자적이고 즉흥적인 시대에서 책과 독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책을 읽고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100세 시대에 시간 소비 능력을 상실해 오래 사는 게 고통일 수도 있다”며 “인문학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주요소다. 독서 습관을 기르는 것은 스스로에게, 또 경쟁력을 키우는 데 중요하다. 책의 수도 선정을 계기로 인천이 문화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 책 읽는 소리가 들리는 인천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성만 인천시의회 의장, 구자문 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 윤관석 국회의원이 축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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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시장이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 이재은



- 인천은 15번째 책의 도시, 아시아에서는 3번째


주제발표 전에 이형균 인천시 문화예술과장이 ‘책의 수도 유치경위 및 사업추진 계획’에 대해 보고했다.


유네스코는 2001년부터 해마다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해왔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작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인도 뉴델리를 거쳐 지난해에는 태국 방콕, 올해는 나이지리아 포트하커트가 ‘세계 책의 수도’ 도시로 지정됐다. 인천은 세계에서 15번째, 아시아에서는 3번째다.


선정된 도시는 선정년도 4월 23일부터 다음해 4월 22일까지 1년간 도서 및 독서 관련 행사를 진행하게 된다. 볼로냐, 시카고, 군포 등 국내외 책 읽는 도시를 조사, 분석해 책읽기 운동을 추진하고, 도서관 관련 사업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출판 산업 진흥, 문화산업진흥지구 연계, 작가 레지던스 시설 운영, 북 플랫폼 조성을 준비 중이며 서점 활성화 사업, 시민 동아리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 ‘모두를 위한 책(Books for All)’, 책으로 하나 되는 세상


김창수(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문승현(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 사무국장), 배은주(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이현식(한국근대문학관 관장)의 10분 주제발표가 있었다.



김창수 인발연 연구위원은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전자도서관을 운영하고 배다리 헌책방 거리 보존을 위해 노력한 것을 유네스코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팔만대장경을 조판(강화), 활판인쇄물과 전국 최초 도시안내서 ‘인천사정’ 간행(1892년), 인천이 한글 점자를 고안한 송암 박두성 선생을 배출한 고장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또 원도심 재생사업과 사회복지 사업과의 연계, 책 관련 일자리 확대, 지역출판(1인 출판, 전자출판 창업 지원)과 지역연구 활성화 등의 파급효과 등을 언급했다.



문승현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 사무국장은 ‘유네스코 세계 책의 수도’의 의미와 유래를 설명했다. ‘세계 책의 수도’는 유네스코가 1995년 4월 23일에 처음 개최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행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4월 23일은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와 영국 작가 셰익스피어의 사망일이기도 하다.


스페인은 1995년부터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개최해 오다가 출판 및 출판 관련 종사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2001년에 수도 마드리드를 책의 수도로 선정, 결과에 고무돼 이후 책 관련 축제를 벌이는 ‘세계 책의 수도’ 개념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출판사의 99%는 서울에 밀집돼 있고 아쉽게도 인천에는 출판사가 전무하다. 문승현 사무국장은 세계 책의 수도 취지를 살려 인천에서 출판 산업의 새로운 분야(전자책, 1인 출판, 전자도서관)를 선도해 문화 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배은주 연구위원은 ‘도서관과 책 읽기 활성화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인천의 공공 도서관은 49개, 작은 도서관은 186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책 읽는 도시 인천 만들기’ 행사로 인천시는 장서 확충, 개관시간 연장사업 등을 지원했다.


도서관 1개당 인구 5만여 명이라는 목표에 근접하고 있지만 인천의 책 읽기 현실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우리 동네 도서관’은 부족하며, 작은 도서관도 예산 부족으로 운영이 불안한 상태다.

배 연구위원은 책 읽기의 다양한 공간 조성, 활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문화자료실, 장애인열람실, 점자자료실 추가 마련, 북 카페와 숲속도서관 지속적 관리, 토론문화 활성화, 작은 도서관 운영 지원, 초등학교 독서프로그램 등을 언급했다.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 관장은 첫째, 출판 산업 기반 조성과 콘텐츠 발굴 육성 둘째, 시민이 이끌어가는 책 읽는 도시 활성화 방안 셋째, 북플랫폼 조성 사업으로 ‘책으로 여는 문화도시’ 인천을 만들자고 했다.


북플랫폼은 Book+Platform의 의미다. Book은 문학과 인문학을 뜻하며, Platform은 교류와 소통의 장이다. 문학과 인문학 콘텐츠를 기반으로 아트플랫폼과 유사한 공간 개념으로 ‘책’을 매개로 한 교류와 소통 장소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현식 관장은 북플랫폼이 원도심 활성화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는 사업이며, 한국근대문학관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학 도서관, 인문학 레지던스, 1인 출판 아카데미, 다목적 시민 모임 공간, 전자출판 체험장, 집필실, 책 미래관 등의 구성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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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 준비를 하고 있는 토론자들 ⓒ 이재은




2부 행사는 이희수(부개도서관 관장), 김중현(도서출판 지식노마드 대표), 강병수(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이승환(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권지연(인천동구노인문화센터 센터장)의 종합토론과 방청객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이희수 부개도서관 관장은 90년 후반~2000초반에 미국에서 진행된 ‘원 북’ 사업, 2006년 ‘TBR(The Big Read)’, 캐나다 대중 독서운동을 언급하며 인천시 독서활성화 사업이 1, 2년 하고 그치는 단발이 아니라 지속적인 문화 운동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 독서활성화 운동이 커다란 주제, 방향성, 판을 가지고 진행됐으면 좋겠다. 큰 틀 안에서 통일성 있게 전개되면 다른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의 경우, 책 한 권을 그 지역에서 같이 읽는다. 책 선정 과정부터 사업이 시작된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다보니 독서 분위기가 쉽게 조성된다. 책을 돌려가면서 읽고, 토론하고. 책을 매개로 한 문화사업과 연계되는 구조다.


지역사회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개인, 단체, 기관, 시설이 전문성을 가지고 사업에 직접 참여해 사회적 협력과 지역사회의 협력을 이루어냈으면 좋겠다. 학생, 직장인, 아파트 속으로 들어가는 사업을 패키지화하면 담당 기관에서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각개전투로는 어렵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 도서관과 도서관 사이의 네트워킹이 있고 지역 내에서 역할분담을 하면 지속적으로 독서환경 개선, 분위기가 확산돼 인천이 삶의 질, 격이 높아지는 도시가 될 수 있다.



김중현 도서출판 지식노마드 대표는 인천이 출판 불모지임을 인식하고, 매체 변화에 따른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1인 출판, 전자출판을 왜 인천에서 해야 할까? 분명한 이유와 공감이 필요하다. 출판계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주요원인이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매체변화, 또 하나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다.


일본 출판시장은 40%, 거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영미권은 그 정도는 아니다. 일본의 현실은 저출산 고령화 때문이다. 한계 속에서도 책 읽게 만드는, 확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린 세대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뺏기고 있다. 연령이 낮아질수록 독서경험 줄어들고 있다. 가장 심각한 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거다.


인천의 역사, 문화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출판을 해야 한다. 고도성장 체제였던 불균형을 회복해서 저출산 고령화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통합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소외지역에서 변화의 동력이 나온다. 인천은 뭐지? 인천이 나한테 어떤 의미지? 고민해야 한다.


예전에는 저자가 책을 쓰고 그게 종이책으로 나와야만 볼 수 있었다. 디지털을 무기로 책을 만드는 과정을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해보면 어떨까. 여러 사람이 자기 지식을 올리고 그것이 종합되고 피드백이 된다면 그 결과를 책으로 엮을 수도 있다. 집단지성으로 모아져서 콘텐츠가 되고 종이책에 집착할 게 아니라 디지털플랫폼과 책이 만나는 쪽으로 개념을 확장해 보자.



강병수 시의회 의원은 창영동 헌책방 거리와 율목동 시립도서관의 추억으로 말문을 열었다. 인천이 외형적 확장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문화와 관련된 일을 벌였다며 세계 책의 수도가 ‘인천의 문화적 르네상스’를 일으키길 바란다고 전했다.


-> 인하대, 인천대에 출판관련학과 대학원 과정을 신설해서 전문 인력을 키우자. 인천에 미술가 레지던스는 있지만 작가 레지던스는 없다. 노동문학 작가, 섬 생태 작가, 아동문학 작가 레지던스를 지원해 훌륭한 작가를 발굴하자.


파주 출판문화단지는 하드웨어 중심이다. 인천에 출판 산업, 디자인 중심의 문화단지를 조성하면 어떨까. 원도심 활성화를 외쳐도 수입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주민들은 투자하지 않는다. 출판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업이다.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시민 자서전 쓰기, 소규모 출판기념회, 노동자 도서관, 점자도서관 등을 지원 살리고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그 인원을 도서관 정책 사업에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승환 한림대 교수는 전자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나라는 출판매출의 2-3%, 미국은 16-20%가 전자책이다. 한림대에 디지털북 학사가 탄생했다. 단순한 과정이 아니고 학위를 주는 전자책 전공 과정이다.


-> 우리나라는 출판 기획, 콘텐츠는 미흡하지만 전자책 기술은 세계 최고다. 보급이 안 돼서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작해 세계 각지로 보낸다. 출판기획은 히트를 못 치지만 전자, 인쇄는 훌륭하다. 기획자를 만들려면 출판 학과가 있어야 한다. 2년제 학과는 있지만 4년제 출판학과는 없다.


정거장을 책 형태로 바꾸자. 물결 문양에서 벗어나 책 모양으로 지하철역을 꾸미자. 책의 거리를 만들고 디지털북 카페를 활성화하자. 전자책을 공익적으로 개발해서 전 세계에 뿌리자, 인천에서 개발해서 뿌리면 의의가 있을 거다. 한국근대문학관을 전략적으로 마케팅해서 방문객이 많이 오도록 하자.


국제화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송도에 4개의 국제대학이 문을 열었다. 국제도서관도 있다. 어린이 책을 전자책으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앱 무료 다운로드 등 기술적인 부분에 재능기부를 하겠다.



권지연 동구노인문화센터장은 시민 책 쓰기 사례와 활용에 대해 발표했다.


-> 시민 책 쓰기는 노인기관, 작은 도서관에서 활용할 수 있다. 동구 노인문화센터에서 3년째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서전 쓰기는 자존감 향상, 건전한 여가형성에 도움이 된다. 정서치유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청소년, 청년들에게는 ‘미리 써보는 자서전’을 써보게 하면 좋을 것 같다. 20~30년 후 내 모습을 가상으로 써보면 학습, 진로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주부, 중년층도 진로가 필요하다. 새로운 삶, 직업 전환. 명퇴 이후의 삶,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던 길을 구체화하여 제 2의 인생을 살 수 있다.


기관, 학교, 사회복지기관, 작은 도서관에 책 쓰기 프로그램을 넣으면 좋지 않을까. 강사 인프라를 구축하고 집단 상담, 독서지도, 문화 콘텐츠 경험이 있는 인적 자원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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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청객 모습 ⓒ 인천발전연구원 제공



- 방청객 제안과 의견 이어져


한국작은도서관협회 인천지회장이자 서구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강춘근 씨는 책을 많이 읽게 하기 위해 자원봉사를 활용하거나 학생들에게 인센티브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 관공서에서 모범적으로 책을 선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대 조교를 하면서 미추홀독서회 모임을 꾸리고 있는 장은수 씨는 소그룹의 독서모임을 지원하는 인도자 교육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교육 수료자가 다시 인도자가 되어 독서 모임이 조직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권칠옥 씨는 인천도 다른 나라의 도시처럼 랜드마크를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페스티벌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명성 인천시 문화예술과 책의수도 팀장이 올해 책의 수도 사업 예산이 21억 8천임을 알리고, 인천의 문학고향 찾기, 북 콘서트, 배다리 고서점 활성화, 도서관 포럼 등 20개 프로그램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시민행사를 많이 하려고 한다”며 “정치, 이념, 사상을 떠나 책 관련한 것은 어떤 것이든 제안해 달라. 공청회에 참여하신 분 중 6명이 서면 제안서를 제출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전문가 시민 등 200여명 이상이 참석했으며 오후 2시에 시작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5시 45분쯤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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