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성세대인 우리 탓 “아이들아 미안하다”
상태바
세월호, 기성세대인 우리 탓 “아이들아 미안하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4.21 17: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게 문 닫고 3박4일, 자전거로 진도 팽목항까지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엿새째인 21일,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입구에는 ‘세월호 승선자분들의 빠른 생환을 기원합니다’라는 글귀 아래 기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메시지가 나부꼈다.

색색의 메모지에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어른들의 한숨도 있었지만 “언니, 오빠 빨리 돌아오세요”라고 적은 어린아이들의 바람도 눈에 띄었다. 국내선 터미널에서 청소업무를 하는 아무개 씨는 “사고 다음 날부터 애도 게시판이 있었던 것 같다. 누가 이걸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라이딩 복장을 하고 헬멧을 쓴 사내가 게시판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안준호(45) 씨는 자전거로 오전에 일산에서 출발, 지금 막 터미널에 도착했다고 했다. 어디에 가시는 거냐고 하자 뜻밖의 대답을 했다.

“자전거로 진도에 갈 예정이에요. 애들한테 미안해서요. 기성세대 때문에 죽은 건데, 저도 기성세대고, 아무도 책임을 안지니까 나라도 가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려고요. 여기서 아이들 생각하면서 묵상하고 이제 해안선 따라 진도 팽목항까지 가려고 해요.”



사진 (3).JPG
▲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위로하는 마음으로 진도행을 결정한 안준호 씨. ⓒ 이재은


안 씨는 일산 백석동에 있는 카페 ‘커피마을’ 주인장이다. 6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진도에 있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 없어 일주일간 카페 휴점을 결정했다.

“커피를 볶아 왔어요. 바다에 뿌리려고요. 아이들 가는 길에 커피라도 한 잔 먹이고 싶어서….”

그는 가는 데만 3, 4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올 때는 기차를 타고 안산에 내려 단원고에서 추모할 생각이다.


사진 (2).JPG
▲ 자전거를 끌고 출발하는 안준호 씨 왼쪽으로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 이재은

백령도에 들어가려고 왔다가 안개 때문에 출항이 연기돼 터미널에서 대기 중이던 아무개 씨(남구 주민)는 “해경 주도가 아닌 군인이 구조작업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조금 빨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배니까 군이 못 들어가잖아요. 저도 인명구조원으로 활동하는데 일 때문에 이번에는 못 갔어요.”

항만공사 직원 아무개 씨는 “300명 이상이 그렇게 됐다는 게 말이 되냐. 우리나라 선박의 30%가 노후됐다는데 노후가 문제라면 애초에 4대강을 만들게 아니라 그런 걸 바꿨어야 했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 (1).JPG
▲ 한 시민이 애도 게시판에 적힌 글을 읽고 있다. ⓒ 이재은

사진 (4).JPG
▲ 무사귀환을 바라는 어른과 아이들의 마음 ⓒ 이재은

사진 (5).JPG
▲ 여객터미널 2층에 있는 (주)청해진해운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 이재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황의종 2014-04-22 19:08:05
커피마을 촌장님, 장거리 라이딩 잘 하시고 소기의 목적 달성하고 오십시오. 피해자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가해자들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인식하시는 그 아름다운 헌신 대신 감사드립니다. 부산에서 황의종 드림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