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국제성모병원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분향소
상태바
서구 국제성모병원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분향소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4.25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용유초교 동창생 8명, 25일 오전 8시 발인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위해 서구 국제성모병원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지난 22일 오후 9시에 운영을 시작해, 다음날인 23일에는 약 1천 명 남짓한 시민들이 찾아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송영길 시장은 22일 오후 늦게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뒤 24일 오전에 다시 분향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이날 국제성모병원에는 국회의원과 시의원, 경찰 관계자, 어린이집연합회 회원, 시청 각 부서 공무원 등 단체 조문객이 많았다.


합동분향소에는 고(故) 박지영, 고(故) 김기웅, 일반승객 1명과 환갑기념 제주여행을 떠났던 용유초교 동창생 8명 등 모두 11명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됐다. 국제성모병원에 안치된 8명의 희생자들은 4일장을 치른 뒤 오는 25일 오전 8시에 영결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세월호에 탑승했던 인천 시민은 36명이다. 이들 가운데 사망한 3명은 장례가 치러졌고 8명은 국제성모병원에 빈소가 마련됐다. 나머지 25명 중 19명은 구조됐으며 6명은 아직 실종상태다.


합동분향소1.JPG
▲ 분향소를 방문한 조문객에게 자원봉사자들이 ‘근조’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 ⓒ 이재은



합동분향소에는 인천시 대한적십자사와 서구 자원봉사센터, 서구 새마을회 관계자 등 4~50여명의 봉사자들이 조문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6시간씩 2교대로 움직이는 봉사자들은 입구부터 분향소까지 곳곳에 서서 인사를 하고 ‘근조’ 리본을 겉옷에 달아주는 등 차분하고 친절하게 조문객들을 맞았다.


근처 심곡동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여) 분향소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고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겠죠. 아이들 구하는 데 애쓴 박지영 승무원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여기에 합동분향소가 생겼다는 건 아직 홍보가 많이 안 됐나 봐요. 밖에도 현수막이 걸려 있지 않아서요.”


서구 백석동 백석고에 재학중인 이재은, 박시언 양(고3)은 시험 첫 날인 오늘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중간고사 첫 날이라 일찍 끝났어요. 오늘은 둘이 왔지만 주말에는 다른 친구들하고 같이 올 거예요.”


“학교에서 점심시간마다 뉴스 틀어놓고 보고 그래요. 친구들 모두 가슴 아파하고, 저희도 마음이 정말 안 좋아요.”


합동분향소2.JPG
▲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구 국제성모병원. 
대중교통 이용 시, 인천지하철1호선 경인교대역 2번 출구에서 1번, 
계산역 5번 출구에서 770번을 타면 된다. ⓒ 이재은



대한적십자사 인천지부 전영숙(여. 58) 회장은 “자원봉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인데 어제는 11시까지 있었어요. 늦은 시간에도 드문드문 시민들이 오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11호실에 있는 심숙자 씨는 용유도 적십자 부회장이셨어요. 15호실에 있는 정원재 씨는 저랑 천사요양원, 신생요양원 후원이사로 활동하셨던 분이고요. 정말 가까웠던 분들이죠. 용유도 동창생들이 환갑여행을 다녀온다기에 갔다 오시는 줄만 알았지 저렇게 될 줄은... 좋은 일 많이 하신 분이에요.”


“침몰 사고 소식을 듣고 바로 다음 날 현지에 갔습니다. 봉사자 수가 많고, 당장은 의료나 심리 치료가 먼저일 것 같아서 상황만 보고 올라왔어요. 내 지역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


“적십자는 철저히 교육 후에 봉사자가 돼요. 응급처지, 산모 케어, 어르신 간병, 재난시 대상자를 대하는 법 등의 교육을 받지 않으면 봉사자가 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선장처럼 자기 혼자 살려고 나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저는 회장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회원들이 다 내렸는지, 모두 탔는지 꼭 확인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큰 배 선장이라는 사람이... 너무 참혹해서 지금은 눈물도 안 나와요.”



합동분향소3.JPG
▲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전영숙 회장. ⓒ 이재은


대한적십자사 남구지구협의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영순 씨(여. 54)는 “교통이 불편해서 시민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TV 볼 때마다 죄인처럼 느껴지고 마음이 무거워요. 조금만 잘했으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여기서도 유족들이 울면 마음이 아파요. 뒤돌아서 많이 웁니다.”


“선장도 인천에 살았을 것 아니에요. 저도 인천 시민이라 더 죄인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한 명이라도 살리려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기들끼리 무전 쳐서 나오다니요...”


연희동 통장자율회 한명희 부회장(여. 54)은 “차분하게 진행되는 편이에요. 소란피우고 그러시는 분은 안 계셔요. 유가족들이 이따금 원통해하며 우는 것 말고는 특별히 시끄럽진 않습니다”라고 전했다.


시 공무원들은 조를 편성해 분향객들의 안내와 조문을 돕고 있다. 분향소를 지키던 시 공무원은 “시청 각 과에서 교대로 맡고 있다”며 내일 발인 후 적어도 5월 1일까지는 합동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구 국제성모병원 장례식장은 시에서 가장 큰 규모로 시신 25구를 동시에 안치할 수 있고 차량 1천500여대의 주차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편, 시는 이번 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비용 문제로 장례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애쓰고, 부평승화원과 만월당 이용에 따른 화장 비용과 봉안 비용도 전액 면제한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