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 “인천교육박물관 건립, 재협의해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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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 “인천교육박물관 건립, 재협의해 추진하겠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9.01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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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계도 창영초 본관에 건립 추진 움직임 일어

▲ 만월초교에 보관돼 있는 인천 교육사 관련 기증 자료


나근형 전 인천시교육감에 의해 추진됐던 인천교육박물관 건립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2012년 당시 연구용역까지 발주해 추진됐던 이 사업은 당시 각 학교로부터 교육관련 자료들을 모아 활기를 띠었고, 나 교육감의 의중이 반영돼 강화 길상 선택분교 폐교에 건립하기로 추진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국고로부터 예산 지원을 못받아 추진이 보류된 상태다. 

그렇다면 당시 모았던 교육사 자료는 지금 어디에 보관돼 있을까?
현재 시교육청은 남동구 만월초에 4개 교실(보존실2, 전시실1, 연구실1)을 빌려 교육자료와 시설물들을 모아놓고 임시 교육박물관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정식으로 인천교육박물관이 건립될 것을 대비해 자료를 모아놓은 것이다. 2012년 5월 개관 이후 꾸준히 모으기 시작해 현재 1만5천여점의 자료와 시설물이 보관돼 있다.

시교육청 소속 곽귀철 학예사는 100년 이상 된 학교 11곳과 50년 이상 된 학교 101곳을 돌아다니며 ‘창고를 뒤져’ 가치 있는 물건을 찾아냈다. 나근형 전 교육감의 기증품은 물론 퇴직 교사에게 기증받은 것도 있다. 개인 소유의 물건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약 200여점을 구입했다.

만월초에 임시 교육박물관을 만든 이유는 근처에 아파트가 신축되면서 학교가 늘어나 아이들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빈 교실이 생겼고, 만월초 측에서 유지비만 받고 교실을 임대했다. 미리 신청하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언제든 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다. 돌아보는 데 30분 정도 걸리며 관람제한은 20명 내외다.

그러나 만월초등학교에 인천시의 교육자료가 모아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전 예약을 해야 하고 그나마 제한된 인원만 관람해야 하니 임시 교육박물관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강화 분교 예정됐지만 변경 가능성 있어
접근성 좋은 인천으로 바뀔 수 있을지 주목


이런 가운데 최근 인천시교육청 관계자가 인천교육박물관의 건립 장소 등에 대해 재협의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교육청 교육박물관 건립 추진 담당자는 “100%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예산 배정도 그렇지만 장소에 대해서도 교육감과 재협의 가능성이 있다”고 31일 밝혔다.

그는 이어 “교육박물관 건립 추진 예산으로 올 해 33억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인천시 재정이 어려워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강화 분교로 부지가 정해진 건 맞지만 그것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올해 말, 다시 협의가 진행될 것 같다”고 전했다.

2012년 시교육청은 강화 길상초 선택분교에 교육박물관을 짓기로 하고 2012년 연구 용역까지 마쳤다. 하지만 43만 이상의 초중고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접근이 불편하고 거리가 먼 점, 왜 강화에 ‘인천교육박물관’이 지어져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시민단체들은 원도심 활성화 취지도 살릴 겸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창영초에 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노현경 전 교육위원회 시의원은 “교육박물관은 인천의 교육과 관련된 모든 자료와 사료를 모아 교육에 사용하기 위한 시설이다. 인천의 교육 및 문화, 역사 등을 학생과 인천시민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강화에 역사박물관을 짓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교육박물관은 인천 교육역사를 담고, 앞으로도 10년, 20년 역사를 축적해야 되기 때문에 원도심에 설립하고, 아이들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부 시설을 전시관으로 활용하고자 수선에 들어간 창영학교 본관동 건물


상징성, 의미성, 역사성 있는 창영초교 본관 적합
최소한의 보수공사만으로 예산 절감 효과도


이와 관련해 인천근대기독교사 및 교육사 연구자인 이성진 영화여자관광경영고 교사는 “나근형 전 교육감 시절에 교육박물관 건립을 추진한 건 잘한 일”이라며 “우여곡절이 있어 지지부진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인천교육사와 교육의 발자취를 꼼꼼하게, 체계화시켜서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립 대상지와 관련해 “강화 선택분교는 인천교육사를 대표할 수 있는 장소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인천공립보통학교의 후신인 창영초등학교는 조선인 아이들을 위해 당시 인천부의 지원과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세워진 역사적인 학교다. 신축교실이 만들어지면서 근 10년간 구(舊) 교사가 비어있었고 일부 동아리활동 장소로 이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 본관동은 현재 함석지붕 개량 및 전시관 건립 등의 보수공사가 진행 중인데 규모나 역사적 의미 등으로 볼 때 교육박물관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2년 창영초에 교육박물관 건립을 반대했던 학교 측과 학부모 대표들은 주차공간의 협소와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도원역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다. 동인천역에서도 멀지 않다. 주차는 인근의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며 “학교에 교육박물관을 세우는 데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다. 서울의 성심여고와 이화여고도 구교사를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교사로의 출입통제나 출입구를 다른 쪽으로 내는 등 방법은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조택상 전 동구청장은 (창영초에 교육박물관이 들어설 경우) 주차장 등 부대시설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흥수 현 동구청장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동구 구민들도 반길 일이다. 인천 지역사회에서도 크게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창영학교 본관동은 국고 지원을 받아 일부 시설을 전시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선공사가 한창이다. 다행히 본관동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2007년 학교설립100주년 기념행사 때 모아놓은 자료를 비롯해 학교 역사를 전시하기 위한 전시관 조성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 역사계와 문화계에서는 차제에 창영학교 본관동을 인천교육박물관으로 조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다시 수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 최초의 공립학교로 설립된 인천공립보통학교의 후신으로, 창영학교 본관동에 인천교육박물관을 건립하면 교육사의 옛터전을 활용해 약간의 수선을 해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낙후된 배다리와 동구 일대의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또 인천의 학생들에게 접근성이 편한 곳에 인천교육사의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인프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바뀌면서 새롭게 물꼬를 트고 있는 인천교육박물관 건립사업이 지역의 역사계와 문화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급물살을 탈지 지역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창영학교 본관동에 보관돼 있는 트로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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