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점심"을 실어나르는 ‘사랑의 빨간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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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점심"을 실어나르는 ‘사랑의 빨간밥차’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9.04 0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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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 부평, 주안, 서울역 등지에서 점심 나눔 10년째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 중앙회 이선구 이사장(목사)이 이끄는 ‘사랑의 빨간 밥차(이하 사랑밥차)’는 올해로 10년째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주말을 제외하고 여러 대의 밥차가 일주일에 7회 부평, 계양, 주안, 서울역 등으로 출동한다. 3일 오후 12시, 사랑의 밥 냄새가 솔솔 풍기는 주안역 앞을 찾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밥차를 찾는 어르신은 하루 평균 300-400명. 삼계탕 같은 특식이 나올 때는 ‘메뉴를 어떻게 알았는지’ 찾는 사람이 많아 500여명이 넘는다.

이날 반찬은 시래기 된장국에 숙주나물, 계란부침, 김치. 밥 위에는 도너츠가 하나씩 얹어져 있다. 던킨 도너츠는 일주일에 2, 3천개의 빵을 사랑밥차에 후원하고 있다.

밥차는 오전 9시경 현장에 도착한다. 그때부터 배식 준비를 하고 대기표를 나눠준다. 오는 순서대로 천막 안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늦게 온 사람들은 대기표를 받는다. 오후 12시, 이선구 목사의 감사기도가 끝나면 먼저 온 사람부터 식사를 한다. 그들이 식사를 마치면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대기 번호순으로 다시 식사가 시작된다. 기다리기는 하지만 밥을 먹지 못하고 돌아가는 어르신은 거의 없다.

밥차 한 대에 봉사인원은 40-50명. 봉사자들은 배식과 식판 전달, 퇴식을 돕는다. 추우나 더우나 차비 한 푼 받지 않고 일하는 분들이다. 이날 배식에는 이용범 인천시의회 부의장도 함께 했다. 이용범 의원은 “자주는 못 오지만 한 달에 한 번은 꼭 와서 돕는다”고 했다.
 

▲ 이용범 시의회 부의장이 어르신들에게 식판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이재은)


보통 1시면 식사가 마무리된다. 이후 식기, 테이블, 천막 등을 정리하면 2시. 계양구에 있는 본부에서 설거지 등 뒷정리를 한다. 식사 준비까지, 점심 한 끼를 위해 오전 7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셈이다.

남구에 사는 한 어르신(77. 여)은 “여기 밥이 정말 맛있다”며 “매주 먹으러 온다”고 했다. “동암이나 간석에서 먹으러 오는 사람도 있어요. 난 10시 반에 도착했는데 대기번호 24번이야.” 맞은편에서 식사하던 할머니도 “오늘 된장국이 너무 맛있다”고 전했다.

 
정오가 지나자 보슬보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은 지팡이처럼 우산을 들고 왔다가 머리에 쓰고 돌아갔고, 봉사자들은 우비를 입고 뒷정리를 했다.
 

▲ 어르신들이 무료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이재은)


사랑밥차는 정부 지원은 한 푼도 받지 않고 오로지 후원금으로만 운영된다. 주안역 앞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식사를 제공한 지 올해로 6년째. 부평은 7년, 서울역은 8년째다.

월, 목요일은 부평, 화요일은 계양, 수요일은 계양과 주안, 금요일은 계양과 서울역으로 밥차가 간다. 5일 일하지만 수, 금 이틀은 두 개 지역에서 밥을 주니 일주일에 일곱 끼, 1년 365일 무료급식을 하는 것이다. 1년에 약 35만명이 사랑의 밥을 먹는다.

밥차는 연휴, ‘빨간 날’에도 어김없이 나온다. 이선구 목사는 “연휴라고 밥 안 먹나요? 다른 급식소는 휴일에 밥을 안 주니까, 그런 날은 평소보다 식사하러 오는 어르신들이 200여명 더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주에는 추석맞이 송편과 양말을 나눠준다.


*‘인천in’은 이날 이선구 목사와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착한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 목사와의 인터뷰는 다음 주에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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