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뉴스] 열우물 테니스경기장에서 ‘APG꽃 피우는 자원봉사자들’
상태바
[시민뉴스] 열우물 테니스경기장에서 ‘APG꽃 피우는 자원봉사자들’
  • 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4.10.21 0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몸과 마음을 다해 나눔으로 소통을 잇는 사람들!”
 
 

오는 24일까지 진행되는 ‘2014 장애인 아시아 경기대회’가 지난 18일 막을 올렸다.

23개의 종목에서 41개국의 선수들이 참여해 하나 되는 열정의 물결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대회 첫 날 오전부터 휠체어테니스 경기가 시작되는 부평구 십정동의 열우물 경기장에는 경기시작을 한 시간여 앞두고 자원봉사자와 운영요원들의 발걸음이 바쁘게 움직인다.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 주변을 둘러보며 살피는 운영요원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빛난다.

이들은 경기의 진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세세한 사전 준비를 비롯해 경기 코트장의 상황과 경기를 위한 각종 지원 등 총체적인 관리를 한다. 운영요원들을 태운 휠체어 바퀴가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굴러간다.

운영요원 강영수 팀장(49, 대구시 수서구)은 “성공적인 대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특히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웃는다.

“저는 22일과 23일 경기시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사고 없이 안전하게 치루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개막식이 있는 대회 첫날인데 조금 썰렁한 것 같아서 안타깝네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운영요원 이성모씨(47, 수원시 영통구)는 휠체어를 타고 경기가 진행될 코트장 주변을 둘러본다.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면서 경기를 펼치는 스포츠인 ‘휠체어테니스’는 정상인들의 도움이 없이는 순조로운 진행이 어렵다.

경기장을 향해 가고 있는 휠체어테니스 선수 스위지 머너프롬씨(태국)는 “자원봉사자들이 무거운 가방과 짐들을 챙겨주고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라며 자원봉사자 박인선씨(20, 경기도 광명시)를 바라보며 “땡큐~!”를 연발한다.

“선수들의 보조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어요. 대회기간 동안 나를 필요로 하는 선수들에게 손과 발이 돼드려야죠. 몸만 불편할 뿐 우리와 다른 게 없는 사람들이예요. 조금만 도와 드려도 무척 고마워하시네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경기장 내에서는 통역담당 자원봉사자들이 민간외교관이 되어 친절한 미소로 외국손님을 맞고 있다.

“태국 문화부장관님과 선수단장님이 오셔서 저희가 안내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제 역할은 태국선수단장님으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저의 작은 봉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어깨가 무겁지만 큰 보람과 자긍심도 생깁니다. 제가 맡은 역할을 잘하는 게 대회를 성공으로 이끄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준현 통역자원봉사자(23, 전남광양)는 태국 귀빈들과 함께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는다.

통역자원봉사자 정승혜씨(23, 대구시 달성구)는 “국제적인 국가행사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참여했어요. 태국에서 온 장애인선수단들의 통역을 맡고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선수 분들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배우고 있어요. 긍정적이고 열정적이면서 밝더라고요.”
 
태국 선수단장 바빌라이 오소스씨는 자원봉사자들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감사하다며 컵콴 문화부장관과 함께 관중석에서 이들의 안내를 받으며 흡족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다.
 

휠체어 테니스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장 내에는 선수보다 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의 방향에 따라 두 눈을 부릅뜨고 재빠르게 움직일 준비태세를 갖추고 서서 공을 줍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 민첩하고 순발력 있게 손과 발이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경기의 흐름이 멈추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공을 원상태로 복귀시켜 주는 ‘볼보이 자원봉사자들’이다.
 
 

이광선씨(22, 경기도 하남시)는 “휠체어테니스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볼보이를 지원했습니다. 햇볕에 서서 공에서 눈을 떼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긴장되고 힘들지만 선수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낍니다. 선수들이 연습할 때도 함께 하고 있는데 선수들의 열정을 보면서 제가 더 많이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라며 경기장 코트 내로 재빠르게 달려가며 긴장된 모습으로 네트 중앙에 선다.
 

볼보이대기실에는 잠시 휴식시간을 이용해 자원봉사자들끼리 서로 어깨를 마사지하며 몸을 풀어주고 있다.

“긴장을 하고 있다가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떨어진 공을 주워야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뛰다보면 담이 들 때가 많아서 서로 풀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의 역할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장애를 딛고 테니스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을 위해 대회가 끝날 때까지 열심히 공을 주워야죠.” 이인송씨(20, 서울시 강북구)는 동료봉사자의 어깨를 마사지하며 말한다.
 

대회가 진행되는 관중석은 한산하고 조용하다. 응원의 열기도 없고 함성도 없다.

외로움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목표를 향해 라켓을 휘두르는 바람소리만 황량한 경기장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따뜻한 미소로 마음을 나누는 봉사자들이 있어 선수들은 외롭지 않다.
 
박영희 객원기자 pyh606101@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