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위에 사람없고, 사람아래 사람없다” <폭스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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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위에 사람없고, 사람아래 사람없다” <폭스캐처>
  •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프로그래머
  • 승인 2015.02.13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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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영화이야기] 12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유명한 조현아의 실형 선고가 화제다. 서울서부지법은 12일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적용된 항로변경죄가 적용된 이번 재판결과는 특히, 담당판사가 “피고인이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하면서, 그 시작부터의 사건 본질의 핵심인 소위 “수퍼 갑질”의 논란을 지속하고 있다.

항상 당하기만 해왔던 역사적 피해의식인지 “착한 사람은 바보다!”는 우울한 국민의식인지는 몰라도 추워서 몸푸는 동작에 무릎을 꿇리고, 아버지뻘 되는 아파트경비원을 하인 취급하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많이 우울하다. 특히 이러한 일련의 갑질의 바닥에는 부의 격차, 바로 돈의 많고 적음이 깔려있어 더 우울하다. 돈을 쓰는 나는 고객인 왕이 되고, 내가 부리는 부하직원은 말 그대로 부하인 하인이 되는 세상에선, 내가 조금이라고 우월하거나 유리한 위치에 서면 바로 을에서 갑으로 변신한다. 그리고는 마치 을에서 쌓인 한이라도 푸는 양 갑의 위치를 지나치게 누리려 한다. 나는 다시는 을이 되지 않을 거라 착각하는 건지, 아니면 다시는 올 수 없는 갑의 자리라 뽕을 뽑으려는 건지, 오늘의 한국은 좀 지나치다 싶은 경우가 너무 많다. 결국 내가 남보다 더 우월하다는 생각, 사람간에는 지위와 위치, 서로 다른 격이 있다는 착각, 누가 누군가의 인생을 진정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망상이 바로 이런 지나친 경우를 만든다.

<카포티>와 <머니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만들기에 능한 베넷 밀러 감독이 이번에는 실제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폭스캐처>을 연출했다. 영화는 1984년 LA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이자 미국국가대표 레슬링 코치였던 데이브 슐츠(마크 러팔로)를 미국 최대의 화학 재벌가의 직계 상속인이자 폭스캐처 라는 자신의 레슬링 팀을 소유하던 존 듀폰(스티브 카렐)이, 그가 제공한 레슬링 연습장 인근의 숙소에서 권총으로 살인한 사건을 다룬다. 그 당시 그들은 이 끔찍한 악연의 시작이었던, 역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브의 동생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와 함께 1996년 아틀랜타 올림픽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마크에게, 자신에게는 평생 존재하지 않았던 스승이자 멘토,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존 듀폰은 진정한 마음과 진중한 실력이 아닌 돈으로 그것을 사려했고, 잠시 샀다고 생각했던 망상은 곧 진짜 스승이자 멘토, 아버지와 같은 형이었던 데이브의 존재에 산산이 부서진다. 우표를 모으고, 총과 장갑차를 살 수 있듯이, 사람을 돈으로 사서 모을 수 있다 여겼던 존 듀폰은 실제 살인죄로 복역하던 지난 2010년에 감옥에서 사망했다.

사람은 평등하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은 결코 평등하지 못하다.  뭐, 나도 그리 착한 사람도 아니고 너그러운 사람도 아니지만, 착한 사람이 좀 더 대우받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사람이 좀 더 대접받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이 땅에서는 말이다.

세 남자의 악연과 애증의 실화를 다룬 영화 <폭스캐처>는 2월14일(토) 오후4시 인천 남구의 예술영화관 영화공간주안의 <사이코시네마 인천>에서 좀 더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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