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시설공단, 비정규직 고용안정은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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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시설공단, 비정규직 고용안정은 ‘나몰라라’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04.15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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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등 예산 충분함에도 ‘11개월 쪼개기 계약’, ‘말바꾸기’ 논란도

 
이른바 ‘11개월 쪼개기 계약’으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인천중구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이 실제로는 퇴직 충당금 등 예산을 충분히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공운수노조(이하 노조)는 15일 인천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이 11개월, 23개월 근무한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의 계약이 만료되도록 한 것을 두고 예산 부족과 법령 등의 이유를 들고 나왔지만 인천시에 알아본 결과 퇴직금 예산 등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었으며 공단도 이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공단이 기존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11개월 계약에 ‘연장불가’ 조건을 달아 신규 채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이 정규직은 물론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고사하고 1년 근로 시 마다 발생하는 퇴직금을 피하기 위해 11개월마다 계약자를 바꾸고 23개월까지의 근무자를 해고함으로써 1년 치의 퇴직금 발생을 막고 있는 것이다.
 
노조가 이같은 기자회견을 연 배경은 지난 2011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과 기간제법 5조 등의 내용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상시 지속적 업무 종사자는 원칙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등 합리적 고용관행을 정착해야 하고, 상시 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2년 이상 계속되며 향후에도 지속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를 기준으로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단 내 CCTV 관제센터와 한중문화관 및 박물관, 국민체육센터, 공영주차장 관리운영 등 지속성을 요하는 직책에 배치된 기존 기간제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어야 하는데도, 11개월과 23개월씩 각각 근무한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이를 같은 내용으로 신규 채용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정부의 발표 대책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반 개인기업이 아닌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에서 이러한 쪼개기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는 지역 노동사회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으로 큰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한재영 조직국장은 “상시지속 업무에 최소한 기존 직원을 우선 고용해 이들 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함에도 기존 직원까지 쪼개기 계약을 하면서 약간의 인센티브 외에는 주지 않으려 하는 공단의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며 “실제 23개월차부터 해고당한 직원들이 지난해 12월 13명, 올해 1월에 5명, 2월에 8명 등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공단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그간 “예산과 법령 문제 등의 이유로 이같은 쪼개기 계약이 불기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반복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가 인천시에 공단의 이같은 문제를 의뢰한 결과 시에서 “비정규직 퇴직금 지급은 충분한 상황”이라는 답변을 듣고 이러한 답변이 오간 다음날 공단 관계자가 노조에게 퇴직금 등 예산 문제가 아니라고 번복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구의회 김규찬 의원이 공단 측에 기간제 노동자 계약문제를 두고 면담 및 답변을 받은 내용들을 기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중구의회 소속의 김규찬 의원은 “공단 측에 11개월 쪼개기 계약 관행을 하지 말고 노동자들의 계약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공단에서 법령과 예산 등의 문제를 들먹였으나, 법규에 걸릴 내용이 없었던 데다 예산 문제 역시 지난 6일 시로부터 ‘공단의 퇴직금 등 예산은 충분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조사 결과 공단도 이를 알면서도 우리에게 퇴직금 문제라고 속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더불어 우리가 시로부터 예산이 충분하다는 답변을 들은 그 다음날 예산 문제라고 계속 버티던 공단 관계자가 예산 문제가 아니라며 말을 바꾼 후 현재까지 쪼개기 계약을 적용해 이미 해고당한 노동자가 있었는데 이들에게 지금부터 고용연장을 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쪼개기 계약을 계속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김 의원은 “공단과 중구청이 의지만 있으면 기간제 근로자의 쪼개기 계약이 아닌 최소 무기계약직 전환 등 고용연장은 얼마든 가능한 상황으로 나타났다”면서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없으며 이는 주식회사의 지점에서나 나오는 노동착취를 공기업에서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매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관내 시설관리공단인 인천시 시설관리공단은 2011년부터 공단이 직접 고용하는 무기계약직의 형식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으며, 남동구 시설관리공단은 일반직 공무원과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중구시설관리공단도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이같은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노조가 중구청과 공단에 요구하는 사항을 종합하면 ▲공단의 일방적 계약해지 중단 ▲공단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 고용의 보장 ▲계약 연장을 위한 퇴직금 예산의 추경(중구의회) 반영 ▲공단 내 상시지속 업무에 배치된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 수립 등이다.

한편 공단의 이러한 쪼개기 계약 관행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노동당 등 정당들 역시 힘을 보탰다. 새정연 인천시당 측은 “우리 당의 노동 정책에 비춰볼 때 퇴직금 회피를 위해 11개월, 23개월 차에 해고하는 것은 문제가 큰 행정으로 잘못된 지도 감독의 정상화를 촉구한다”고 밝혔고, 정의당 인천시당 역시 “지난 몇 년간 많은 지자체들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는 등 정책을 추진하는 마당에 공단의 사안은 매우 유감”이라 전했다. 노동당 인천시당은 노조와 ‘지속적인 연대 투쟁’의 뜻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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