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삼의 횡설수설발설] 길 위의 미술을 위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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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삼의 횡설수설발설] 길 위의 미술을 위한 예의
  • 전진삼 건축평론가
  • 승인 2015.04.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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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천 송도 컨벤시아 앞 조형물 화단
 
송도 컨벤시아 주출입구 앞 조형물의 원래 모습

송도 컨벤시아 주출입구 앞에 설치한 조형물 화단에 대한 이야기다. 조형물의 작가는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환경조각가 김승환(54) 교수로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앞 주 조형물(fool moon)의 작가이기도 하다.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그는 인천을 대표하는 조각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도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고 있을까?

컨벤시아 앞 조형물(유기체-윤회, 2007)은 도시 공간의 열린 가로에 놓인 작품으로 공공조각 또는 환경조각 등으로 불린다. 조형물은 컨벤시아 건축의 조형 언어와 교감하며 대지에 살짝 얹힌 비정형의 유기체적 매스가 부유하는 인상을 풍긴다. 그것의 의미를 비상하는 인천, 미래 인천의 비전 등등으로 수식하는 것은 촌스럽다. 조형물은 생명의 역동성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필요 이상의 환대를 받고 있어서 문제다. 처음 설치되었을 때 작품은 열린 공간에 독자하게 놓여 빛을 발하는 조형물(사진 1)이었다. 그런데 언제인가 키 작은 목책의 화단(사진 2)이 작품의 주변을 둘러싸고, 최근에는 보다 튼튼한 방벽의 화단임을 강조하듯 벽돌로 재정비(사진 3)하였다. 자연히 작품과 대지가 만나는 지점에서의 긴장감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목책 화단

벽돌 화단

관리자 모드로 생각해보면 컨벤시아 앞마당에 ‘뼈다귀’ 형상의 작품 하나만 달랑 놓여 있는 것이 을씨년스러워 화단으로 보완했다는 변명이 가능하고, 작품으로부터 시민들을 이격시켜 손을 덜 타게 하겠다는 배려심의 발로라 읽어줄 수 있다. 백번 양보해서 말이다.

정작 작가의 생각은 어떠할까? 그는 임의로 설치된 화단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해 있었다. 항의도 했지만 조형물의 인상을 구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방치되고 있음에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조형물은 작가의 의도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사진제공: 김승환)
 

전진삼 《와이드AR》 발행인 겸 간향 미디어랩&커뮤니티 대표. 배재대 및 광운대에서 건축이론 수업을 강의했고, 현재는 간향저널리즘스쿨 학교장이다. (재)인천문화재단 및 (사)인천건축재단 이사이며, 비평집으로 『건축의 불꽃』, 『건축의 마사지』, 『조리개속의 도시, 인천』 등이 있다. hinsa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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