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국제성모병원, 내부고발자를 공갈범으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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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국제성모병원, 내부고발자를 공갈범으로 고발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5.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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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지지부진 탓 지적도, 인천성모병원 제보자 압박도 다시 논란일듯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인천 심곡동에 위치한 가톨릭관통대학교 국제성모병원(병원장 김준식)의 건강보험급여비 허위청구 사실을 경찰에 제보한 직원이 병원 측에 금품을 요구했다며 국제성모병원이 이 직원을 파렴치한 공갈범으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국제성모병원은 지난해 3월 1일 1200명, 4월 30일 1200명, 6월 6일 1500명, 10월 9일 3000명 등 날짜별로 외래환자 목표치를 정해놓고 병원 직원들의 친인척과 지인들을 동원해 진료를 받은 것처럼 꾸며 건강보험공단에 허위 청구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국제성모병원 측에 따르면 급여비 허위청구를 제보한 이모씨(40)가 국제성모병원에 “병원의 비리에 관한 추가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20억원을 요구했고 이에 국제성모병원은 이씨가 금품을 요구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 등을 인천지방검찰청에 제출해 이씨를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국제성모병원이 검찰에 제공한 녹취록에서 이씨는 “지난번 사건(허위청구) 외에도 병원에 관련된 몇 가지 비리를 더 알고 있다”며 “만약에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계속해서 2차, 3차 그리고 5차까지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특히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자신의 배후에 있다는 듯이 “이 단체(무상의료운동본부)가 너희 병원(국제성모병원)을 쓰러뜨릴만한 건수를 주면 무엇이든지 해주겠다고 나를 회유하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로 녹취록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를 검찰에 고발한 국제성모병원 측은 “그동안 병원이 허위부당청구로 가톨릭기관의 이미지가 실추된 상황에서 이 제보자의 제보가 허위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인천서부경찰서 지능수사팀 관계자는 “건강보험급여비 허위청구와 관련해 3개월 넘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혐의사실여부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는 “여러가지 혐의가 있지만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일부 사실로 밝혀진 부분도 있지만 기소여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한편, 국제성모병원 제보와 관련해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병원장 이학노 몬시뇰)이 4월 24일자 인사노무부장 명의로 병원 내부게시판에 올렸던 홍모 간호사에 대해 게시물이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병원 측은 "홍00 간호사는 본원에 대해 관계기관에 악의적인 허위 제보를 했다"고 주장했었다. 

인천성모병원 측은 같은 게시물에서 "홍00 간호사의 행위에 분노한 일부 직원들이 홍00 간호사를 찾아가 수차례 항의하는 일로 홍00 간호사가 ‘항의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4월 13일 출근 도중 쓰러졌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적었다. 

4월 13일 발생한 성모병원 직원들의 홍 간호사에 대한 집단괴롭힘 의혹과 관련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2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성모병원의 진료비 부당청구 의혹사건 보도의 제보자로 낙인찍어 집단괴롭힘을 가한 것은 악랄한 인권유린이자 부당한 노조탄압"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었다.

하지만 국제성모병원측의 이번 검찰 고소 건을 통해 홍 간호사를 제보자로 지목한 인천성모병원 측 주장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 인천본부 소속 복수의 관계자들은 "병원 측도 홍 모 간호사가 제보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인천의 두 대형 병원에서 연이어 터지고 있는 비상식적인 의혹사건들에 대해서는 결국 검찰과 경찰의 수사로 확인될 전망이다. 그러나 수개월간 진행된 경찰의 국제성모병원에 대한 수사에 신뢰성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의 녹취록에도 언급됐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27일 인천천 서부경찰서 앞에서 '국제성모병원 건강보험 부당청구 부실 수사 인천 서부경찰서 규탄 및 철저한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부진한 경찰의 수사가 부실하다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경찰이 병원 내부 고발자의 제보로 6개월간 수사를 했는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경찰의 수사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국제성모병원의 이씨에 대한 검찰 고발과 관련해 김정범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의료비 부당청구 제보자가 국제성모병원의 내부고발자로 경찰에 공익제보한 사실만 들어 알고 있지 누군지 알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뒤늦게 이런 혐박 운운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 자체가, 경찰이 수사가 잘못돼 벌이진 일이다."이라고 경찰의 잘못된 수사를 지적했다. 

의사이면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정범 위원장은 "거대한 조직 속에서 내부고발자가 양심을 속일 수 없어 경찰에 고발했다면, 경찰이 철저히 내부고발자를 파렴치한 병원당국으로부터 보호하면서 엄정한 수사를 통해 조속히 결론을 냈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수개월간 내부고발자를 방치하고 수사마저 지지부진하다 보니, 뒤늦게 병원측에서 내부고발자를 고발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말했다.

보건의료노조와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고, 곧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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