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지역구 줄이고 기호제도 폐지로 기득권 내려놓아야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김부겸 전 국회의원을 필두로 비례대표를 늘이고 다수당 선두의 기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현재 대통령 선거에서는 여당인 1번 후보와 제1야당인 2번 후보의 경쟁이 마치 당연한 것 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1967년 제 6대 대통령 당선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기호 6번이었다. 당시 선거제도상 후보 기호는 추첨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1969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다수당에게 1번을 주는 제도가 도입되었고, 1971년 제 7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후보는 기호 1번이 된다. 공직선거법 제 150조 3항, 공직선거 후보자들을 현재 국회에서 의석을 가진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의석이 없는 정당의 후보자, 무소속 후보자 순서대로 기입하도록 명시한 대한민국 선거 기호제의 시작이다.
이후 공직선거 순번을 다수당 순서로 주는 제도는 변하지 않았으나, 계속해서 민주주의적인 선거를 방해한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의원은 11일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자, 기호 제도를 폐지해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12일 녹색당도 김부겸 전 국회의원의 제안에 찬성하는 논평을 통해 "1번에 꿀발라놓았나"라며 일침을 놓았다. 정당의 국회의원수에 따라 기호 순번을 매기고 다수정당을 투표용지 윗칸에 박아두는 기호제도는 불공정하며, 양당 체제를 굳힌다는 이유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 결과에서 앞 또는 위에 게재된 후보자가 일종의 가산점처럼 추가득표 효과를 누리는 ‘순서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선거 기호제도가 1, 2등을 1, 2번으로 지정해 이들을 다시 1, 2등으로 만들기 위해 도입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같은 당에서 여러 후보를 낼 수 있는 중선거구제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기호 가번이 우선권을 가진다. 또한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 18개 가운데 7개 정당의 명칭이 ‘ㄱ’자로 시작되는데, 원외정당의 경우 ‘가나다’ 순으로 기호를 배정받기 때문에, 투표용지에서라도 앞자리로 나오기 위한 노력이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선거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번호 붙이기와 가나다순 정렬하기 등의 요인을 삭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녹색당은 다수정당에 앞번호를 부여하는 기호제를 폐지하는 대신 매번 선거마다 추첨을 통해 투표용지 게재 순서를 정하며, 특히 후보명과 정당명 외의 숫자를 기입하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수학능력시험에서 컨닝을 방지하기 위해 두 종류의 시험지를 도입한 것처럼 여러 종류의 선거용지를 사용, 특정 후보가 더 앞에 오지 않도록 방지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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