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지역사회 반대 불구 이승만 흉상 설립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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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지역사회 반대 불구 이승만 흉상 설립 강행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08.26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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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에 독재, 부정부패 장본인 기념? 생각 있냐” 지역사회 지탄 이어져
 인하대 내에 1979년 설립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 있던 모습(사진 왼쪽)과 1983년 당시 인하대 학생들에 의해 철거되던 현장의 모습(오른쪽). ⓒ인하대학신문
 
인하대학교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흉상을 세울 것을 예정하고 있어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학교 측은 개교 60주년의 의미로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과거 이 대통령의 독재와 친일행적 등 경력이 있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하대 측은 25일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내년 2월 준공하는 ‘개교 60주년 기념관’에 이 학교 설립자인 이 전 대통령의 흉상을 설치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인하대의 설립 역사에 의하면 최초 설립자는 이 전 대통령이 맞다.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 12월 중순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남한으로서는 공업 수준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 전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당시 김법린 문교부 장관에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같은 의미의 공과대학을 인천에 설립하는 안을 확정했던 것.
 
이에 인천과 미국 하와이의 앞 글자를 각각 인용한 것이 지금의 학교명으로 확정됐고, 정부로부터는 국고를, 인천시로부터는 학교 부지를 각각 보조받아 1954년 설립됐다. 하와이의 글자를 인용하게 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설립한 한인 기독교학교의 매각대금 외에, 하와이에 거주하는 한국 교포들이 성금을 기탁해 그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이다.
 
실제 과거 인하대에는 이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1979년 당시 학교 측은 ‘설립자’로서 기념의 필요성을 명분으로 교내 인경호 인근에 약 6m 높이의 이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대통령의 친일 행적과 ‘사사오입’으로 대표되는 독재 등은 당시의 학생들에게도 치욕으로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이 동상은 지난 1983년 10월 철거된 바 있다.
 
이 동상은 현재까지 폐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 관계자는 “철거된 동상이 아직 남아있기는 하다”면서도 “훼손 폭이 크기 때문에 다시 사용할 수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의 기념 흉상을 세우자는 이러한 학교 측의 계획은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들에 의해 일부 힘을 얻는 측면이 있다. 보수 성향의 단체인 ‘대한민국사랑회’의 김길자 회장(경인여대 명예총장)은 최근 “건국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 왜곡이 심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인하대에서 철거된 이 대통령 동상 복원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
 
김 회장은 더나아가 “이 전 대통령은 업적이 많은 분인데 이 업적을 훼손하고 이를 당연하듯 방관하는 분위기는 부끄러이 여겨야 할 부분”이라면서 “건국 대통령으로서의 의미를 담은 기념물 제작과 건국절 제정 등 역사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김 회장은 “인하대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이 설립자이지 않는가. 그 점만 봐도 학교 내에서 기념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사랑회와 같은 보수 단체들이 이처럼 이 전 대통령의 흉상 등 기념물 제작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의 동상이 현재 존재하는 대학교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전 소재의 배제대학교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민주화 열망에 따라 1987년과 1997년 두 번이나 동상이 철거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8년 동상을 재건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반면 지역사회의 여론은 달갑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의 친일 행적 그리고 독재의 흔적은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세인들의 꾸준한 비판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한민국의 최초 대통령이 친미 친일이나 하고 독재나 일삼았던 인물”이라며 부끄러워하는 시선도 상당해, 동상이나 흉상 등의 기념물을 세우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는 것이 인천 지역사회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친일 행적과 부정부패 그리고 독재를 자행한 인물의 흉상 건립은 그릇된 역사 인식으로부터 비롯된 아주 잘못된 행위”라 규정하고 “인천의 대표적인 엘리트 교육 기관인 인하대가 이같은 왜곡된 역사 의식을 갖고 이 전 대통령의 기념물 설치를 강행한다면 학생들은 물론 인천시민들이 부끄러워 마지 않을 일이 될 것”이라 우려했다.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입장도 대체적으로는 비슷하다. 인하대 학생 이모씨(21)는 “단순히 학교 입장만 생각하면 기념물을 세우는 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친일 잔재를 지우려 노력하지 않아 후대에 엄청난 여러 문제들을 야기한 장본인의 기념물을 세우는 것은 용납이 힘든 내용”이라고 말했다.
 
인하대 졸업생인 유화정씨(35 계양구) 역시 “이 전 대통령이 인하대 설립자인 것을 알면서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보수나 친미 등은 용인할 부분이 있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용서되어서는 안 되는 친일 행적이 드러난 인물을 흉상까지 세워 기념하는 것은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위”라며 “기념관의 성격이 학교의 기록을 남기고 소개하는 의미일 텐데 기록 자료나 관련 사진 정도만 소개하는 것이 적정선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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