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는 토론회장의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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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남는 토론회장의 '고성'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08.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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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통행정의 단면이긴 해도, 절제 필요

26일 수도권 매립지 관련 토론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발제자들의 내용을 듣고 있다.

지난 26일 서구청에서는 4자협의체(인천, 서울, 경기, 환경부)가 6월 최종 합의한 ‘수도권매립지의 연장안’의 대책 마련을 위한 시민 토론회가 열렸다. ‘인천평화복지연대’가 주최한 이 토론회는, 인천의 최대 현안을 다룬 자리답게 준비된 좌석 외에 추가로 좌석을 배치해야 했을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타난 ‘중론’은 “매립지 문제에 대한 인천시의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물론 참여예산네트워크와 정당 관계자들까지 다수의 지역사회가 분명한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인천시가 서울시에 끌려다니는 형태의 협상 과정을 거쳐 명확한 기간도 없는 연장안에 대해 합의한 데다, 3,4매립장의 면허권 이전 시기에 대해서도 사용 종료 후 인천시에 양도한다는,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매립이 끝나기 전까지는 실질적인 면허권을 서울시가 계속 갖고 휘두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토론회 패널로 참여했던 류권홍 원광대 법학과 교수의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협의로 앞으로도 인천시는 서울시의 말을 다 들어주게 생겼다”는 말은, 이미 길을 터준 3매립지에 이어 4매립지까지 서울시와 경기도가 사용한다고 해도 인천시가 법적으로 어찌할 수 없을 이후 상황을 잘 예상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6일 토론회 현장에 대해서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았다. 인천시 입장에서 참여한 이상범 시 환경녹지국장이 협의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점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해명할 당시, 주민 일부가 자신들의 뜻에 반한다는 이유로 “매립지 공사 편 드냐”, “연장해놓고 잘한 짓이라 떠드느냐” 등의 내용으로 고성을 지르며 이 국장의 반론을 방해했던 것. 또한 이날 토론회 자리에서는 기자회견 혹은 집회에서 더 어울렸을 매립지 연장안 반대 메시지를 적은 현수막이 펼쳐지기도 했다. 비록 작은 잡음들이긴 했지만, 소위 ‘발언권’을 얻어 찬반의 내용들을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민주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토론회임을 감안한다면, 이 행위들을 냉정히 따져봤을 때 ‘적절치 못한 것’임은 분명했다.
 

이상범 인천시 환경녹지국장이 26일 토론회서 매립지 연장안에 대한 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실제 인천지역의 첨예한 현안을 다루는 시민토론회 혹은 이해관계인들이 참여하는 토론회가 원활한 진행을 보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횡단보도 설치 건을 놓고 지하상권과 지상상권 간 첨예한 갈등 구조를 낳고 있는 부평역 일대와 관련해 지난 7월 부평구 주관으로 열린 관련한 토론회는 근자에 일어난 대표적인 경우다. 참가자들이 고성을 지르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 가운데 결론도 없이 서둘러 끝이 났던 것. 또 제3연륙교 착공 해법을 놓고 지난 6월 영종주민센터에서 열렸던 시민 토론회 역시, 참관했다는 지인의 전언에 의하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최근의 일만도 아니다. 하나의 사례로 송영길 전 시장 재임 당시 인천2호선의 고가 설치를 놓고 윤석윤 전 행정부시장이 주관해 2010년 열렸던 한 주민 토론회에서는 사생활 및 조망권 침해를 주장하는 시민들과 개발을 통한 보전 방안을 주장하는 시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시작 20여분 만에 주민들이 고성을 지르며 들고 일어나 정상적인 토론이 불가능해지기도 했다. 이건 단순히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시의 현안을 놓고 열린 토론회가 결론 없이 아수라장으로 끝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았다.
 
토론회는 각자의 주장을 민주적인 발언권을 얻어 개진하고 여러 찬반의 담론들을 통해 더 나은 결론을 얻어내고자 함에 목적이 있다. 때문에 자신의 주장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경청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또 타인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면 발언권을 얻어 충분히 반론할 수 있는 것 또한 토론회의 성격이다. 26일의 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좌장을 맡은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이 시민들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었던 만큼, 주민들이 굳이 이 국장의 ‘발언 중’에 소위 ‘태클’을 거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이다. 즉, 토론회는 기자회견이나 집회와는 달리 ‘절제의 미덕’도 십분 필요한 자리다.
 
그런데 '소음 토론회'와는 별개로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기자는 ‘주민 잘못’이라고만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따져 보면 그간의 인천시가 주민들과의 소통을 외면한 것에 주된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유 시장의 부임 이후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소통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해 시가 예산을 줄이겠다는 명목 하에 배국환 전 경제부시장 주도로 서민복지예산을 40%나 삭감하자 참여예산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에서 지속적인 반발 성명을 냈음에도 인천시와 유 시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었다. 매립지의 연장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명목상의 시민협의체를 구성해 놓고 정작 시민단체와 야당인사들을 모두 배제하며 소위 ‘밀실 협의’로 연장안을 이끌어내 시민사회는 물론 지역 언론들에게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26일 토론회를 주관한 인천평화복지연대의 이광호 사무처장은 이날 토론회에 대해 “인천시가 그동안 주민들에게 매립지 문제에 대해 한 차례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주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고 마침내 토론회에서 그 불신이 터져 나왔다”고 평가했다. 지역 현안을 놓고 근자에 열린 토론회서 지속적으로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왜 조성되는지, 인천시와 유 시장은 주의 깊게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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