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교동 아파트단지 '철조망 분단' 허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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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교동 아파트단지 '철조망 분단' 허물수 있을까?
  • 진달래 기자
  • 승인 2015.09.0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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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위원회, 주민 마음모으기 '간담회' 개최


“서로간에 담장을 쌓고, 문을 닫고, 철조망을 치고 있으면 마을은 후퇴하기만 할 것입니다... 철조망을 걷읍시다. 문을 열고, 담장을 허물고, 만나서 함께 놀고 함께 일해봅시다. 그러면 우리 마을에 사는 의미가 있고 살기도 더 좋아질 것입니다.”

4일 오후 3시 관교동 주민센터 3층 어린이도서관에서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 관교동 공동체 경제 살리기 및 녹색도시 만들기 캠페인 제안' 간담회가 열렸다. 관교동 내 아파트 및 주민 대표들이 모였다. 

 
<그림: 관교동 내 아파트 단지의 지도. 검은색 선: 아파트 담장,
파란 선: 단지 입구, 붉은 선: 예전에 드나들 수 있었던 쪽문(현재는 폐쇄)>

관교동 내 7개 아파트 단지는 1년 6개월을 두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준공되었다. 처음 아파트 명을 중심으로 각자의 담장 안에 위치했던 아파트들은, 점차 쪽문을 열어 서로 길을 트고 다니기 시작했다. 특히, 아파트단지 서측 주택단지에 상업단지와 남북으로 학교가 위치해 있어, 각 아파트에 사는 학생과 직장인들이 편리하게 큰길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간의 쪽문이 필수적이었다. 아파트는 다르지만 같은 학교, 같은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쉽게 만나 놀 수 있었다.

하지만 한 아파트가 외부인 출입을 줄이기 위해 쪽문(지도 내 1번 길)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이후 통행량이 많아진 다른 2번 쪽문 또한, 이로 인해 피해가 생긴다는 민원으로 인해 폐쇄된 상태다. 주민들 중에 낮은 담을 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철조망까지 설치되었다. 즉, 관교동 내 7개 아파트 단지들은 이제 '동서 분단' 상태로 동쪽의 세 개 단지와 서쪽의 네 개 단지는 서로 자유로운 왕래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동서 분단' 상태로 인해 단지가 조용해지는 등, 주민들이 얻는 이득은 피해보다 별로 크지 않다. 동쪽 3개 단지의 경우 예술회관역 공원을 마주보고 있는 입지상황으로 인해, 간단히 장을 보거나 마실을 나갈 때조차도 차를 끌고 나가야 할 만큼 상가 접근성이 불편해졌다. 또한, 아침에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은 아파트 단지를 먼저 나와 학교로 향해야 하므로, 큰길 인도 및 차도 통행량이 많아져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것도 큰 피해 중 하나다.

주민들도 이 분단 상태가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그동안 여러 번 이루어졌다. 한때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통해 담장 허물기 사업 예산까지 받았으나 무산된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있어 이 분단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일은 이 마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왕래가 힘들면 마을 사람들의 생활이 불편해짐은 물론이며 마을 자체가 “사람이 살기 어려운 마을”이 되고 말지 않을까? 최근 가좌동 마을공동체, 서울 성미산 마을 등 많은 마을들이 다양한 마을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활동을 전개하여 “지속가능하고, 자립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내고 있는 시류에 역행하는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를 주관한 관교동 주민자치위원장 김경미 씨는 “남구 두레코를 통해 관교동 마을 주민들이 만나서, 우리가 함께하면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철조망부터 걷어내고, 아파트 단지 내 대립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주민자치위원회는 계속해서 관교동 주민들을 만나고, 11일 진행될 마을극장 등의 행사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마음을 모으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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