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창조체험 - 교육혁신지구를 상상하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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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조체험 - 교육혁신지구를 상상하며 2
  • 류이
  • 승인 2015.10.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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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류이/미디어교육연구소 이사장



한글 깨치기가 근대 시민으로 태어나는 기본이라고 한다면, 영상 미디어를 깨치는 것이 오늘날 소셜 미디어 시대 세계시민의 기본입니다. 그래서 “영상이 국어다”라는 명제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이종교배와 혼란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이종교배와 혼란
 
리터러시는 근대 활자시대의 ‘한글 깨치기’ 학습, 글자 그대로 문해_文解입니다. 이 리터러시를 ‘글자 깨치기’를 넘어 모든 미디어를 이해하는 것으로 뜻을 확장해서 쓰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상제작을 배우는 것도 ‘영상 읽기와 쓰기’와 같은 미디어 리터러시가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로 영상제작을 배우고 나서도 영상을 만들기가 어렵다며 다시 영상제작을 배우러 온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가 그룹과 함께 영상 창조체험 놀래를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리터러시로는 영상을 만들 수가 없는 것이었지요.
 
리터러시 즉 한글 깨치기에는 그 나름의 고유한 철학과 방법론이 있습니다. 영상 만들기와 보기에도 그와는 전혀 다른 고유한 철학과 방법론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것을 하나로 뭉뚱그려 놓으면 이것도 저것도 잘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리터러시에서 가장 중요한 신문학습의 경우가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한동안 NIE(Newspaper In Education)가 유행했습니다. 그것을 ‘신문활용교육’이라고 번안하고 하나의 신문, 하나의 기사를 중심으로 학습 소재로 ‘활용’만 하는 교육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 한국 미디어교육의 현실이었습니다. ‘비판적으로 읽는 능력’을 기르는 리터러시가 사라져버리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NIE 교육은 논술 교육을 위한 교재로 나름 성공하기는 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파행으로 줄달음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상시대에는 리터러시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TV를 비판적으로 보는 능력을 기르고 영화를 감상하고 이해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합니다만, 그렇다고 영상을 ‘이해’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영상은 만들어봐야 아는 것이지요. 만들기가 중요합니다. 창조체험 놀래를 해봐야 영상을 제작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영상을 직접 만들어 보면 그냥 직관으로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영상으로 이루어진 뇌속 세계는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가상과 현실의 교차와 융합 속에서 사실(팩트)과 진실의 세계를 찾아가는 능력은 주관의 취사선택이 객관으로 전이되는 ‘주객관 사이’의 긴장과 갈등과 문제해결 과정 속을 노니는 ‘놀래’ 창조체험입니다. 그 놀래와 깨침을 넘나드는 경지를 거니는 것이지요.
 
영상제작의 창조체험 놀래를 도저히 리터러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활자시대와 영상시대의 깊은 간극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투쟁의 양상을 배제하고 활자도 미디어고 영상도 미디어이며, 활자를 깨치는 것도 리터러시이고 영상을 제작하는 것도 리터러시이다 하며 억지춘향으로 근대의 프레임에 탈근대를 우겨넣는 것입니다. 시대를 초월하면 구름 위로 올라가는 것밖에는 길이 없답니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미디어리터러시_그림.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428pixel, 세로 287pixel
 
미디어 창조체험
 
영상제작을 리터러시로 가르치면 활자를 가르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ㄷ+ㅗ+ㅐ=돼, ㅈ+ㅣ=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돼지’라는 통문자를 실제 돼지라는 이름의 동물과 일치시키는 콘텐츠를 가르쳐야 합니다. 리터러시에서는 그 단계가 삐끗하더라도 곧 그 다음의 콘텐츠 과정에서 해결하면서 학습을 진행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야기하기는 하지만요. 그러나 영상제작은 다릅니다. 영상제작의 기법을 가르치는 것과 영상 콘텐츠를 가르치는 것 사이가 너무나도 크게 어긋나서 메울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활자시대의 사진 이미지와 이미지의 연속으로서의 영상에 대한 사상은 매우 강고합니다. 그래서 이미지 우위로 혹은 기술 우위로 가르치는 교수법이 완고하게 남아 있습니다.
 
인천시의 유일한 교육혁신지구인 인천 남구는 모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을 위해서 미디어 창조체험을 지원하는 특성화 정책을 펼치고자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혁신교육지구 오산시가 수영을, 화성시가 독서를 특성화 정책으로 내걸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됩니다. 남구 교육혁신지구가 한글 깨치기 ‘리터러시’를 넘어서는 새로운 창조체험 ‘놀래’로 영상 미디어와 함께 하는 물결의 발원지가 되는 것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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