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권리보장문제가 어려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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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권리보장문제가 어려운 까닭
  • 하승주
  • 승인 2015.12.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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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하승주 /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우리는 하루에 3끼를 먹어야 하고, 몸을 가릴 옷이 있어야 하고, 머리 뉘이고 잠들 집 한칸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부자인건 빈자이건 인류 모두에게 공통된 문제이다. 이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농사를 짓기도 하고,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기도 하고, 사업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노동을 통해 소득을 발생시키고, 그것으로 하루하루의 생을 영위해 간다.

 

경제가 다루는 것들은 바로 이 노동과 소비 사이의 관계이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심각한 문제 하나가 있다. 우리는 매일 하루 3끼를 반드시 먹어야 하고, 집 한칸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소득의 발생은 매일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가을이 되어야 추수할 곡식이 생기고, 월급은 월말이나 되어야 나오고, 장사는 공칠 수도 있다. 개개인들의 사정은 모두 다르지만, 그렇다고 시장은 이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하루는 굶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생존의 위협을 심각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런 소득과 소비의 불일치를 메우기 위해서 인류는 그간 수없이 많은 지혜를 짜내었다. 가을에 추수한 곡식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 내었고, 내가 소유한 생산물을 다른 사람과 교환해 가면서 필요를 맞춰 나가기도 했고, 화폐와 금융기관을 만들어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일상적이지만 생산은 그렇지 않다는 불일치 관계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경제문제를 다룰 때에는 단기적 문제와 장기적 문제가 모두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보아 어떤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하더라도 그건 사실 오늘 하루를 굶느냐 마느냐가 달린 사람에게는 참으로 한가한 소리가 될 뿐이다.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한, 미래에 아무리 풍요로운 미래가 열린다 하더라도 그건 헛될 뿐이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부동산의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논의되고 있다. 함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없고, 계약기간을 더욱 확실하게 장기적으로 보호하는 등, 그간 우리 현실에서 늘 고통받는 경제적 약자들을 좀더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 대안들이 이야기된다. 이런 입법 논의는 그 자체로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세상이 간단치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임차인의 권리가 지금보다 더욱 보장된다면 그만큼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으로 다가올 것이며 임대료를 더욱 올리는 것으로 해결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임차인 보호가 가장 강력한 독일은 그만큼 임대료도 눈물나게 비싼 형편이다. 독일 중심도시인 뮌헨에서는 평균임금의 40%를 월세로 지출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법의 보호를 받는만큼 이를 월세라는 비용으로 구매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도 임차인 보호가 진전될수록 임대료는 더욱 오르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비용의 추가가 있더라도 임차인들의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인 상태로 전진해 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기적인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임대료가 극적으로 올라버리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임대료가 집값까지 밀어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밤이 되면 반드시 집에서 잠을 자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 기본적인 수요가 단기적으로라도 위협받는다면 엄동설한에 떨어야만 하는 그런 존재들이다. 그걸 감수하면서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안정상태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논의되는 임차인 보호가 더욱 정교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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