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로부터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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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로부터의 교훈
  • 정승연
  • 승인 2015.12.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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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정승연 /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2012년 12월에 일본의 제96대 총리로 지명된 아베 신조는 3년이라는 꽤 긴 기간 동안 일본을 이끌고 있다. 총리로서의 아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06년 9월부터 꼭 1년간 총리를 역임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유약한 이미지로서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3년 전 재집권한 아베 총리는 높은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일본 부활’의 선봉에 서있다. 이러한 ‘아베 부활’의 배경에는 20년 장기불황에서 일본을 건졌다는 그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가 있다.

‘잃어버린 20년’으로부터 일본을 구하겠다고 나선 아베는 세 개의 화살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첫째는 중앙은행을 통해서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을 통해서 매월 약 13조엔에 달하는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엔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화살로는 정부의 대규모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서 강력한 경기대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누적 재정적자 규모는 1300조엔(한화 1경2500조원)이 넘는다. 세계 최대 규모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아베는 정부지출을 대폭 늘려 경기부양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두 화살은 처음에는 다소 무리하게 보였지만, 엄청난 돈 물량공세에 힘입어 일본경제는 장기불황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기업들의 수익성은 개선됐고, 주가는 올랐다. 아베노믹스 도입 전 8000선이었던 일본 주가지수(닛케이지수)는 2만을 훌쩍 넘더니 현재는 2만선에 근접해 있다. 또 대규모 공공투자를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실질 GDP성장률은 1.5%까지 상승했다. 실업률도 같은 기간 3.4%로 낮아졌다.

한편 아베 총리가 내세운 세 번째 화살은 규제개혁을 통한 성장동력의 확보이다. 이 규제개혁이란 문제는 일본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이라 불렸던 고이즈미 전 총리도 2001년부터 5년간의 집권기간 동안 규제개혁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고이즈미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내세우며 규제개혁 없이 일본의 재생은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 폐지와 법인세 인하를 추진했고, 노동시장 개혁 및 환경관련 규제 철폐도 추진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고이즈미의 규제개혁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만큼 일본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대상이 된 각 분야의 저항이 강했고 이를 추진한 리더십이 취약했던 것이다.

이번 아베노믹스가 성공할지 또 다시 좌초할지도 이 세 번째 화살 즉 규제개혁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다소 회복세를 보였던 일본경제는 최근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일본의 실질 GDP성장률이 올해 2분기(-0.2%)에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한 아베 총리가 섣불리 내놓은 네 번째 화살, 즉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의미하는 안보입법 추진이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경기후퇴 속에 아베가 무리하게 안보입법을 강행하면서 내각 지지율도 40% 이하로 떨어졌다. 경제회복을 바탕으로 힘을 얻은 아베가 안보입법을 추진했는데, 오히려 이로 인해 정권기반이 약화되며 규제개혁의 동력이 약해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을 우리가 닮아가는 형국이다. 아베노믹스로부터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은 명백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도 대규모 양적완화와 정부지출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간에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규제개혁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부문의 개혁에 정부 리더십과 역량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현재의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개혁 즉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에 걸친 개혁은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보인다. 여기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까지 더해졌다. 아베 총리가 네 번째 화살까지 끌어들여 중요한 세 번째 화살 추진력을 잃고 있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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