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의 고뇌와 회한의 시정이 파노라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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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고뇌와 회한의 시정이 파노라마처럼"
  • 배천분 시민기자
  • 승인 2015.12.16 0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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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률 시인 시집『둘레길』출간
『엄만 내가 필요해!』 , 『거짓말을 했어!』 중국에 수출한 전천후 작가, 이성률
 


이성률(52 인천시 서구) 시인이 시집『둘레길』을 출간했다. 

인천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는 그의 문학은 늘 낮은 곳이나 구석진 곳에 시선을 두고 소외당한 계층과 동심을 떠나지 않는다.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세기문학』 시 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2008년 『꼬르륵』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었고, 인천문학상과 서해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시집 『나는 한 평 남짓의 지구 세입자』 『둘레길』, 동화책 『거짓말을 했어!』 『사고뭉치 내 발』 『엄만 내가 필요해!』, 그림책 『꼬르륵』, 교양도서『목민심서』 『서유견문』이 있다.



이성률 시인은 출판사에서 현재 편집 중인 책들까지 합치면 내년 초까지 12권의 저서를 출간하게  된다. 시인은 이것들로 자기 문학의 1기를 마무리 지으려한다. 그리고 그의 문학의 2기는 문학에 대한, 독자에 대한 소명의식을 더욱 높여갈 생각이다. 그는 "냉엄하게 저를 채찍질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라고 출판 소감을 말한다.

 
둘레길
 
                                          이성률
 
마음밭 한 뙈기 정리하고 싶어 오른 산
사람들에게 내준 길이 부르터 있다.
더 낮추려고 해마다 몸피 줄여온
산에게 기별 없이 찾아온 게 미안할 즈음
해진 살 가지런히 입혀 아물게 하는
여린 낙엽들 보인다.
낙엽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노동의 수고
미처 치유의 몸짓 읽지 못한 나는
날 세운 등산화의 행렬에 섞여
정리해고 통보 받아든 순간처럼
한동안 길을 잃는다.
밀려오는 부끄러움의 멀미
툭 투둑 꺾이는 숲의 관절 소리 들리고
온 산 가득 번진 단풍
숲의 생리 혈인 줄 이제야 알겠다.
생각이 노랗고 붉게 무르익어
지상에 화두 내려놓을 때까지
묵묵히 동안거 준비하는 산을 알겠다.
산봉우리에서 뭉게뭉게 유영하는 흰 고래 한 마리
나는 그 아래서 다랑어 되어
지느러미 살랑이며 산을 배웅한다.
분주히 올라오는 등산복들 사이로
한 해 더 늙어가는
가을이 수척하다.
 
『둘레길』 시집은 크게 5부로 나뉘어 있으며 ‘함께하는 날들’, ‘사랑합니다’, ‘꿈꾸는 밤’, ‘비정규직’, ‘그러면 좋겠다’, ‘이웃집 노인’, ‘옆집 여자’, ‘고해성사’ 등 아름다운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문학평론가 문광영 경인교대 교수는 “이성률의 시편들에는 빈자(貧者)로서의 고뇌와 회한의 시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세속화된 내면의 개인사적 욕망과 이기적인 사랑의 파편적 허위를 고스란히 들춰내면서 더 큰 사랑이 무엇이고, 인간존재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화두를 던진다.”라고 평한다.
 
많이 아팠다는 네 눈/참 맑다. 정작 아픈 것은/함부로 굴린 시간이었다고/창백하게 꺼내 놓은 말/오랜만에 넉넉해 보인다/곁에 있는 것 무엇이나/소중히 바라보는/네 아픔 속에/나도 있을 걸 그랬다.
-네 아픔 깊숙이- 이성률 시인
 
이 작가는 “시와 동화를 병행해서 쓸 생각입니다. 시는 울림이 큰 시, 깊이가 있는 시로 독자들을 찾아가겠습니다. 동화는 감동과 재미가 어우러진 작품, 동화의 영역을 넓히는 작품들로 선보일 예정입니다.”고 말했다.






그는 시와 동화 뿐 아니라 교양도서까지 다채롭게 쓰는 전천후 작가로 불린다. 동화집 『엄만 내가 필요해!』, 『거짓말을 했어!』는 중국 국영출판사와 계약해 13억 중국을 관통할 예정으로 기대가 크다.
 
“지금까지 10만 권 정도의 판매량를 올렸습니다. 추천도서로 선정된 것은 23번이었습니다. 앞으로 그보다 몇 배의 성과를 거둔다면, 그렇게 해서 전업 작가의 길이 굳건해진다면 대학에서 전공한 소설로 독자들 앞에 설 계획입니다. 부지런히 노력해서 독자들에게 한껏 사랑받는 작품들을 내놓겠습니다.”
활짝 미소 짓는 시인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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