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집에서 온 다음날 김장을 했다"
상태바
"할머니집에서 온 다음날 김장을 했다"
  • 김인자
  • 승인 2015.12.22 2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⑤할머니와 김장 나누기
신고산이 우루루루~~~
화물차 떠나는 소리에~~
"아놔 오늘 노래 쫌 되네"
"왜 자꾸 거그만 부르노?"
"왜?
원래 노래라는 것은 좋아하는 부분만 불러도 되는거야 할무니~"
( 사실은 나 이 노래 여기까지밖에 모른다‥할무니)

"그랴?울 선상님 노래도 참 잘 하네~"
"할무니 아프믄 몇 번 눌르라고?"
"일 번"
"응 일 번
어트게 누르라고?"
꾸욱~~
"그라지~ 울 할무니 참 잘했어요~~"
"이거 가지고 가라"
집에 간다고 나서는 내게 할무니가 석박지 무우김치를 내주신다
(분명 복지관서 갖다준 게 틀림없다)

"됐다고마
벼룩의 간을 빼먹지 내가"
"내가 벼룩이가 이눔아
김장도 안하고 뭐해서 묵을라고"
"쫌씩 사서 묵음 된다"
"지럴하고~ 김치를 사서 묵는다고?
아주 장하다"
그러게 ‥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아님서
뭐 하느라 이러구 사나

할머니집에서 온 다음날 나는 알타리 세 단, 배추 6통, 무우 7개 사서 김장을 했다
할무니들은 이가 션치않으셔서 딱딱한 무는 씹기가 어렵다  
"진짜 이걸 선생님아 니가 했다고?"
"진짜지 그럼"
"하 천둥벌거숭이 맹키로 맨날 싸돌아댕기는 줄로만 알았드만
진짜로 했다고? 김장을?
선생님아 니 이거 사온거 아니가?"
"아 울 할무니 속아만 살았나? 할무니 때국놈 빤스만 입었나 뭔 의심이 그르케 많아~"
"요즘 배추를 절궈서도 판다드만 ..."
"나는 생배추 사서 다듬고 절구고 새벽에 씻어서 물빼고 ‥무도 채칼 안쓰고 칼로 썰었다 할무니 저번에 채칼쓰지말래서‥"
음식 못하는 놈 할무니 줄라고 김장 쪼꼼 했다 그니까  맛읍서도 맛있다 그러믄서 맛나게 잡숴 할무니 ‥
"손도 아프담서 ‥"

"할무니 나 간다 문 잘 잠그고
전기값 아낀다고 새벽에 넘 일찍 전기장판 코드빼지말고..."
"아고 알았다 ...
야야 이거 갖구가라"
할무니가 서둘러 나오는 내게 뭔가를 내주신다
할무니가 쪼꼼씩 아껴쓰는 파스다
"됐다 할무니 .."
"부쳐라 손 아프다..
자고나믄...더 아프다
일 안하든 손이라 ..."




할머니는 1학년
        김인자 글 조미애 그림 /내인생의 책

간난할머니집에 담임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왔습니다
늘그막에 만난 첫 선생님
할머니는 직접 쑨 스도토리묵을 그릇째 내놓습니다
선생님은 집에서 만든 묵은 처음 본다며 맛있게 먹습니다
선생님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할머니는 아들같은 담임선생님에게 묵은지 한통을 싸 줍니다
"선생님이 우리집에 오니 참말로 좋은데 뭐 줘 볼 것도 없고"
이것저것 더 내어주지 못해 할머니는 괜스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