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폭주를 통제할 대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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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폭주를 통제할 대안 필요"
  • 지영일 객원기자
  • 승인 2010.07.2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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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사회적 기업은?] ① 인터뷰-양준호 인천대 교수



취재:지영일 객원기자

'인천시사회적기업협의회'(회장 조민호, 이하 협의회)가 비로소 정식 조직체로 등장해 본격 활동을 선언했다. 협의회는 지난 15일 인증 사회적 기업 18개사와 예비 사회적 기업 10개사 등 28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인천종합문예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출범식을 겸한 토론회를 갖고 '제2의 도약'을 결의했다. '인천사회적기업네트워크'를 모태로 다양한 활동가와 전문가 등의 고민과 활로 모색이 쌓인 결과, 확대된 기구로 재편된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빚어지고 있는 고질적인 실업문제의 완화와 빈곤층 보호망 확충 차원에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시행된 이후 고용부에서 인증받은 인천지역 사회적 기업은 모두 18곳이다. 이들 업체는 건물 위생관리, 방과후 교실 운영, 문화예술, 간병, 보육, 친환경 농수산물 유통 등에 나선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룬 시점에서 새롭게 사회적 기업에 쏠린 시선은 더욱 뜨겁다. 송영길 인천시장 역시 사회적 기업의 역할과 필요성에 공감해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한 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인천의 사회적 기업 현주소를 짚어보는 노력은 소중한 의미로 다가올 법하다.

<인천in>은 네 차례의 기획기사를 통해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지역적 움직임을 정리해 보고 현장의 목소리와 주요 이슈를 담아 사회적 기업이 지역에서 갖는 의미와 역할을 짚어보고자 한다. 

① 인터뷰 - 양준호 인천대 교수(지속가능인천발전연구회 대표)
② 사회적 기업의 현주소 점검 - 인천 사회적 기업 운동 어디까지 왔나?
③ 사회적 기업 주요 이슈 분석 - 현실을 딛고 '희망과 연대'를 위해
④ 짧은 인터뷰들 - 사회적 기업의 현장을 만나다!   

인천대 양준호 교수(경제학)는 인천대학교 지속가능인천발전연구회 대표로서 사회적 기업과 관련해 최근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후 인천 지역사회와 함께한 지 4년여를 보낸 양 교수는 사회적 기업을 논하는 정책토론회를 잇따라 여는가 하면, 다른 토론 자리에도 나가 입장과 소신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역 학계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해 가장 할 말이 많은 전문가로 보인다.

그에게 최근 일련의 활동은 경제학자로서 국가적 경제정책 추진에 대한 '못마땅함'에서 비롯된다.

"국제적 경쟁구도 속에서 국가의 획일적 경제시스템의 한계가 너무 뚜렷하고 우리가 지방분권을 이야기하듯 지역적 특성이나 욕구를 반영한 경제 경쟁력이 절실합니다. 구체적으로 그 지역의 인재와 역사, 문화 등 각종 형편을 반영한 지역경제이자 기존 시장경제와 대칭되는 사회적 경제의 개념이 실천돼야 하지요."

그가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고 인천대가 지역거점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상황에서 그와 인천대가 먼저 나서서 이러한 시대적 당위성과 지역적 기대에 적극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저를 포함해 지역 학계와 대학이 시민사회와 함께 사회적 경제의 조성과 구축에 공헌해야 할 명분이 분명하다고 봅니다. 사회적 경제의 구체적인 실천형태이자 핵심 주체인 사회적 기업과 관련해 '사회적기업연구센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시민사회와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사회적 기업들과의 접점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지니고 있지요."

그가 말하는 사회적 기업은 뭘까?
 
현재 국가 주도적 정책으로 추진되는 사회적 기업은 취약한 고용망, 경기침체에 의한 고질적 실업률을 극복하기 위한 노동창출 수단의 하나다. 통상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이나 교육 등 사회적 서비스와 일자리 제공을 위해 만들어진 '공익적 기업', '착한 기업'이라고 여겨진다.

"사실 이러한 대목이 현 정부의 천박한 의식수준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본래 사회적 기업은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통한 지역개발의 선도자, 지역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촉진자 구실을 합니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사회적 기업 선도국들을 보면 사회적 기업을 핵으로  거버넌스를 민주적으로 구축함으로써 바람직한 지역개발을 위한 다양한 패러다임을 공존케하고 그 결과로 노동창출의 효과가 부수적으로 발생하고 있지요. 인천의 경우 그동안 잇따랐던 지방정부 주도의 일방적 개발, 황폐한 도시화, 민주적 거버넌스의 부재 등에 따라 올바른 의미의 사회적 기업의 정책이나 활성화가 절실합니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밑바탕에는 학자적 양심과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 시장경제의 폭주를 통제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적, 중앙적 거대담론에 치중한 학풍과 학자의 태도도 못마땅했다. 그래서  지역사회에 희망을 두고 현실과 현장의 눈으로 '함께 호흡함'에 방점을 찍기로 했다. 인천에는 아주 많은 인재들이 숨어 있다. 이들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인천에는 인증 사회적 기업 18개사와 예비 사회적 기업 10개사 등 28개사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건물 위생관리, 방과후 교실 운영, 문화예술, 간병, 보육, 친환경 농수산물 유통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일부 시민사회 진영과 연구자 그룹에서는 사회적 기업과 그를 포괄하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자발적 학습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더욱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지원하기 위한 전문기구를 탄생시키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다양한 고민과 활동이 통합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영국 런던은 사회적 기업의 '메카'다. 양 교수에 따르면 영국의 모델은 다이아몬드형 구조를 이루며 확대 발전하고 있다. 지방정부(지자체)를 한 축으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 활동가와 이론가로 이뤄진 사회적 기업 지원조직, 사회적 기업과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담당할 크레딧유니온가 다이아몬드형 협력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사회적 기업 지원조직이 중요한데, 지방정부와 네트워크의 중간고리로서 조정 및 전달 기능을 담당한다.

정부의 인건비 지원에만 목을 매고 있는 지금의 사회적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구적 노력에 아울러 사회적 기업 지원조직과 크레딧유니온은 새로운 토대이자 자양분이다. 다이아몬드형 사회적 기업 운영체계는 행정의 전담부서에 의해 제도화하고 지역대학에서 배출된 사회적 기업 전문인력과 상시적인 교육체계로 견고해진다. 이렇게 총체적인 참여와 대응으로 지역사회 발전의 대안적 디자인 구축에 사회적 기업이 나서게 된다.

"이렇게 보면 고용정책의 수단 정도로 여기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인식, 빈약한 지원 및 관리체계는 사회적 기업 정책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결과입니다. 앞서 언급한 일본이나 영국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지역경제의 핵심요소로 기능하며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평가되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정부가 인건비 지원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후기 산업사회의 중요한 핵심산업으로서 위상을 부여하고 있지요."

물론 사회적 기업을 둘러싼 회의적 시각과 논란도 공존한다. 최소의 투입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으려는 기업논리가 그것이다. 사회적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영리를 창출해야 하고 공공성과 공익성은 자칫 부차적인 요소로 여겨질 수 있다. 더불어 빈약한 자체 인적․물적 자원과 경영시스템, 정부 지원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본래 취지를 지속가능한 경영을 담보하기 어려운 본질적 한계로 지적된다. 이밖에 사회적 기업 역시 내부감시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상태에서 노동착취, 기업가와 구성원에 의한 모럴헤저드에 빠지는 등 기존 기업들과 차별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 

양 교수는 사회적 기업이 지역사회의 발전적 대안으로 기능하기 위해 역으로 사회적 기업에 주어진 역할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자본주의 경제체계는 호황과 불황을 끊임없이 반복하지요. 안정화가 과제인데 격심한 변화는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것이고 투자와 소비는 여기에 덩달아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그런데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과 달리 불황기에 투자를 늘리고 사회적 서비스의 공급을 늘릴 수 있습니다. 불황기 어려움을 극복하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수단이지요. 지역경제와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사회적 기업의 기능에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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