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볼에 관광형 '비밥' 상설공연... 문화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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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볼에 관광형 '비밥' 상설공연... 문화계 반발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2.18 17: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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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계 “비밥엔 그렇게 퍼주면서... 서운하다"

넌버벌 퍼포먼스 ‘비밥’ 공연 모습.
 
인천시가 시민의 문화예술 공간인 송도 트라이볼을 ‘비밥을 위한 상설공연장’으로 일방적으로 바꿔 놨다. 지역성도 담겨 있지 않은 공연에 “짜장면을 소재로 집어넣었다”며 “인천의 색깔을 입혔다”는 보도자료까지 내보냈는데, 지역 문화계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18일 “오는 21일부터 넌버벌 퍼포먼스 ‘비밥’ 공연에 대해 송도국제도시의 문화시설 ‘트라이볼’을 상설 공연장으로 사용할 것”이라 밝혔다. 올해 금요일과 토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후 8시, 일요일 오후 5시에 매주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비밥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연으로 강렬한 비트박스와 비보잉을 더한 인천 유일의 관광형 상설공연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트라이볼에서 공연할 비밥 공연은 기존 음식 테마인 스시, 누들, 피자, 비빔밥의 4가지 테마 중 누들을 짜장면으로 새롭게 바꿔 인천만의 색을 입힌 새로운 스토리로 야심차게 첫 선을 보일 예정”이라 전했다. 짜장면을 집어넣었으므로 인천의 색깔이 입혀졌다는 것이 관광공사의 주장.
 
그러나 지역 문화계는 다소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명동은 물론 중국서도 공연을 하고 있으며 지역성이 전혀 없는 이 공연에 짜장면을 집어넣었다고 “인천 색을 넣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고, 관광에 눈먼 시가 결국 지역의 문화예술보다 관광을 우위에 둬 시민들이 바람직한 문화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던 곳을 ‘물리적인 행정’을 통해 퇴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지역의 한 공연기획자는 “트라이볼이 시민들에게 적절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기까지 무려 4년여가 흐르면서 좋은 공연 등을 통해 외부인들에게도 알려지고 최소 200~300명 정도를 언제나 모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람직하게 자릴 잡았는데, 굳이 그런 곳을 왜 한 개의 공연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하는 곳으로 퇴색시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포동의 한 음악클럽 대표는 “인천에 안 그래도 지역의 민간 공연 기획자들이 공연할 공간이나 시간 등이 부족한데 그나마 이를 줄여버린 셈이 아니냐” 어이없다는 듯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는 “비밥과 관련해 인천시가 예산 지원은 물론 광고 홍보까지 알아서 해 주고 있고, 비밥 측은 전혀 책임감 없이 공연만 하는 상태로 문제가 많다는 점을 이미 지역 문화계가 전부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이와 함께 인천의 색깔이 전혀 없는 비밥은 억대 지원을 계속 하면서도, 정작 지역 문화단체를 홀대하는 시의 행정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 예술 단체 관계자는 “시에서 매주 수요일 점심식사 시간마다 하는 문화행사(문화가 있는 수요일)을 진행하면서 여러 문화단체에 30~50만 원 정도의 페이만 주고 장비는 알아서 챙겨 오라며 거의 ‘재능기부’에 가까운 참여를 요구하면서, 공연할 장소를 허락해준다는 식으로 아량을 베푸는 것처럼 말하곤 하는데, 비밥에는 돈을 무지막지하게 퍼주는 걸 보면 실로 부아가 치밀 지경”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공연 기획자는 “3년여 간 인천시가 비밥에만 사용한 예산이 20억 원 가까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걸 비밥에 퍼주는 대신 인천에 있는 다른 단체들에게 배분 지원을 해 주기만 해도 그들의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엄청난 문화 콘텐츠들이 나올 텐데, 관광을 이유로 비밥에 퍼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지역 문화계 종사자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역 문화계의 불만에 대해 시 관계자는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문화재단이 기획하는 별도의 다른 공연을 할 수 있게끔 문화재단과 협의한 내용”이라면서 “비록 비밥을 위한 무대장치를 철거했다 원상복구했다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과거 비밥이 중구문화회관에서 공연하던 무대장치 등을 전부 다 끌고 들어가지 않았고 다른 공연도 얼마든 할 수 있게끔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문화재단이 금요일서부터 일요일까지 페스티벌 형식으로 진행되는 기획 공연도 문화재단 내에서 해왔기 때문에, 일요일도 대관을 해야 하는 성격의 기획공연이 있다면 그 부분은 협의해서 양보할 수 있다”면서 “우리도 정해진 기간 동안 반드시 비밥만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닌 만큼 시민들께서 양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한편 ‘트라이 볼’은 현재 3천 명이 넘는 시민이 현재 온라인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상태다. 지역사회에서 비밥 상설 공연 대신 시민 대상의 문화 콘텐츠를 중심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음악 평론가 김성환씨는 “비밥을 실제로 관람한 인천시민들이 많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온라인 회원 가입자 수가 꽤 될 정도로 시민들에게 호평을 받아오던 공간을 비밥에게 거의 독점하다시피하는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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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 2016-02-19 10:50:22
정부는 국민에 양해를, 인천시는 시민에 양해를...
그 밥에 그 나물. 인천시민은 늘 개밥에 도토리, 인천 행정의 들러리.
인천시는 외부에 똥폼 잡고 시민은 늘 뒷전.

비밥 서울에서 딱 한 번 봤지만 그게 상설 공연장을 제공할 정도인지 인천시는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라. 왜 인천은 하는 일마다 욕을 먹는지 정말 모른단 말인가. 인천 시민이 불쌍한 건 나만 느끼는 건가.

니차도오토 2016-02-18 21:11:12
비밥이라는 공연을 봤는데 재미있는 공연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상설공연장까지 만들 정도의 예술성이나 가치를 가진 공연은 아니었습니다. 인천을 대표하는 공연장에서 상설공연을 하려면 인천시의 문화적 자존심을 살려줄 수 있는 수준있는 공연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밥이라는 공연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비밥이라는 공연이 그런 자존심을 살려줄 수 있는 공연인지 생각해보고 상설공연 추진하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짜장면이 인천에서 탄생하기는 했지만 그거 하나로 인천의 대표성을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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